|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정부가 연간 2000만원을 넘게 버는 일용근로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당 40만~60만원을 받아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도 피부양자로 등록되거나 최저보험료만 내는 사례가 확인되자 부과 체계를 손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일용근로소득은 취약계층의 불안정한 소득이라는 인식 때문에 사실상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건설업 숙련공과 전문직 단기계약자 등 고소득 일용근로자가 늘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형평성 논란이 커졌다.
25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일용근로소득을 포함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안을 보고했다.
정부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차이를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연 2000만원 넘으면 소득 절반 반영
개편안은 연간 일용근로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해당 소득의 50%를 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세청에 신고된 2024년 일용근로소득자는 총 528만2568명이다. 이 가운데 연 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인원은 약 27만5000명으로 전체의 5.2% 수준이다.
소득 구간별로는 2000만원 초과~3000만원 이하가 14만4761명으로 가장 많았다. 3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가 6만7288명, 40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가 3만3237명, 5000만원 초과는 2만9969명으로 집계됐다.
연간 일용근로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약 500만7000명은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저소득 일용근로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 소득 이하에는 현행 면제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제도가 시행되면 직장가입자 약 5만5000명과 지역가입자 17만 세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새롭게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는 인원도 약 4만9000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일용근로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면 건강보험 수입이 연간 2658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1억 벌고도 피부양자·최저보험료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일용근로소득도 보험료 부과 대상 소득에 해당한다. 다만 일용직이 저소득·취약계층의 고용 형태로 여겨지면서 실제 보험료 산정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이 같은 사각지대를 이용해 상당한 소득을 올리고도 보험료를 거의 내지 않는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가 확인한 사례에 따르면 건설업 일용근로자로 230일 동안 일당 60만원을 받아 연간 1억4000만원을 번 A씨는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었다.
또 다른 일용근로자 B씨는 285일간 하루 40만원씩 일해 연간 1억1000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지역가입자 최저보험료만 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가입자는 급여에서 건강보험료가 원천 공제되고, 사업자와 지역가입자도 신고된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담한다. 반면 고소득 일용근로자는 실제 소득이 비슷하거나 더 많아도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내는 구조였던 셈이다.
정부는 일용근로소득을 전면 반영하지 않고 소득의 50%만 보험료 산정에 포함해 고용 형태의 불안정성과 소득 변동성을 함께 고려하기로 했다.
▲외국인 일용소득도 부과 사각지대
외국인 일용근로자의 보험료 면제 문제도 제도 개편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올리는 일용근로소득은 연간 10조원에 육박하지만 상당 부분이 건강보험료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직장에 정식 고용된 외국인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하는 반면, 일용근로 형태로 소득을 얻는 경우 보험료 부과에서 제외될 수 있어 고용 형태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하지 않고 신고된 일용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는 소득이 불규칙한 건설·물류·배달업 근로자의 보험료 부담이 갑자기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용근로자는 월별 소득 변동이 큰 만큼 연간 소득 산정과 보험료 정산 방식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건정심 논의를 거친 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에 착수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부과 시점과 보험료 산정 기준은 향후 입법예고와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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