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아니면 편의점…허리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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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아니면 편의점…허리가 사라졌다

한스경제 2026-07-25 11: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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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에서 외국인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에서 외국인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국내 소비시장이 백화점과 편의점 양쪽으로 갈라지고 있다. 고소득층과 외국인 관광객은 백화점에서 명품과 고가 주얼리 소비를 늘리는 반면, 일상적인 먹거리와 생필품은 편의점의 소용량·할인 상품을 찾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백화점과 편의점 매출이 나란히 장기간 성장한 것과 달리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 등 중간 가격대 유통채널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소비자가 모든 지출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대신 중요하다고 판단한 상품에는 큰돈을 쓰고 일상 지출은 최소화하는 ‘양극단 소비’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25일 산업통상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과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두 채널의 성장 방식은 정반대다. 백화점은 명품과 고가 시계·주얼리 등 프리미엄 상품이 매출을 끌어올렸다. 편의점은 도시락과 즉석식품, 소용량 생필품, 할인 행사 상품 등 가격 부담이 낮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성장을 주도했다.

반면 준대규모점포 매출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형마트 역시 성장세가 둔화했다. 이마트의 잠정 매출 증가율은 5월 3.6%, 6월 2.7%에 머물렀다.

고가 상품과 저가 상품은 동시에 잘 팔리지만 가족 단위의 대량 구매와 중간 가격대 상품을 중심으로 한 전통 유통채널은 소비자의 선택에서 밀려나는 모습이다.

▲백화점 매출 10원 중 4원이 명품

백화점의 성장은 명품이 이끌었다. 지난 5월 국내 주요 백화점 매출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가 차지한 비중은 40.0%로 집계됐다. 백화점에서 발생한 매출 10원 가운데 4원이 명품에서 나온 셈이다.

1년 전 명품 매출 비중은 36.1%였다. 불과 1년 사이 3.9%포인트 상승했다.

5월 백화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2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명품 매출은 37.3% 늘어 전체 매출 증가율을 12.8%포인트 웃돌았다. 소비경기와 관계없이 명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백화점별 상반기 명품 매출 증가율도 35% 안팎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35%, 신세계백화점은 35.0%, 현대백화점은 35.2% 증가했다.

명품 가운데서도 가격대가 높은 시계와 보석 판매가 두드러졌다. 롯데백화점의 럭셔리 주얼리 매출은 6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은 68.8%, 현대백화점의 럭셔리 시계·주얼리 매출은 60.2%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 가운데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4.4%에 달했다. 백화점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명품 브랜드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큰돈은 명품에, 생활비는 편의점에서

백화점의 명품 소비 확대를 단순한 소비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기간 모든 유통채널이 고르게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받은 고소득층은 명품과 프리미엄 상품 구매를 늘렸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원화 가치 하락도 국내 백화점의 명품 매출을 끌어올렸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반면 다수 소비자는 외식과 장보기 등 일상생활에서는 지출을 줄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여러 상품을 한꺼번에 구매하는 대신 편의점에서 필요한 만큼만 사거나 할인 도시락과 소용량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최근 편의점이 1인 가구만의 소비 채널을 넘어 경기 불황기의 생활형 유통채널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소비자는 명품과 취미처럼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에는 적극적으로 지출하지만 평소 식비와 생필품 구매에서는 가격과 양을 꼼꼼히 따지고 있다.

이 때문에 백화점과 편의점은 함께 성장하는 반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는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백화점·편의점만 웃는 ‘두 쪽 소비’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소비의 ‘K자형 양극화’가 채널 단위로 나타난 결과로 해석한다. 소득과 자산이 늘어난 소비자의 지출은 백화점과 명품 시장으로 향하고, 생활비 부담이 커진 소비자는 편의점과 할인 상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형마트가 백화점보다 저렴하고 편의점보다 다양한 상품을 갖춘 대표적인 대중 유통채널이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의 확산과 소량 구매 선호, 소비 양극화가 겹치면서 중간 지대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백화점은 명품 브랜드와 프리미엄 식품관, 체험형 공간을 확대하며 고소득층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편의점은 소용량과 즉석식품, 가격 할인으로 실속 소비를 흡수하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는 온라인보다 편리하지 않고 편의점보다 접근성이 낮으며, 백화점처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지갑을 완전히 닫았다기보다 지출할 곳과 줄일 곳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며 “고가와 저가 시장이 동시에 커지면서 중간 가격대를 주력으로 삼아온 유통채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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