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이어지다가 비가 와 습해지기도 하는 여름철에는 갑자기 일어섰다가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다.
단순히 더위를 먹은 것으로 넘기기 쉽지만, 반복된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폭염과 탈수는 혈압을 더욱 떨어뜨려 실신이나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일어서면 중력의 영향으로 혈액이 다리 쪽으로 몰리는데, 정상적인 경우에는 자율신경계가 즉시 반응해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 작용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어지럼증이나 시야 흐림 등이 나타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의학적으로는 기립 후 3분 이내에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이 10mmHg 이상 떨어질 경우 기립성 저혈압으로 진단한다. 다만 정확한 진단은 의료기관에서 혈압 측정과 병력 확인 등을 통해 이뤄진다.
여름철에 기립성 저혈압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탈수다. 높은 기온에서는 땀을 많이 흘리면서 체내 수분과 전해질이 빠르게 빠져나간다. 혈액량이 감소하면 혈압도 함께 낮아지고, 갑자기 자세를 바꿀 때 혈압을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폭염도 영향을 준다. 더운 환경에서는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혈관이 확장된다. 혈관이 넓어지면 혈압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에어컨이 없는 실내나 장시간 야외 활동까지 더해지면 어지럼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도한 다이어트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여름철 체중 감량을 위해 식사를 지나치게 줄이거나 탄수화물과 수분 섭취를 제한하면 혈액량이 감소하고 저혈압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갑자기 움직이면 증상이 더욱 쉽게 나타난다.
음주 역시 위험 요인이다. 술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이뇨 작용을 촉진해 탈수를 유발한다. 무더운 날씨에 술을 마신 뒤 갑자기 일어났다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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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증상은 어지럼증이다. 일어나는 순간 눈앞이 하얘지거나 캄캄해지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귀에서 '윙' 하는 소리가 나거나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다. 심한 경우에는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과 빈혈은 혼동하기 쉽지만 원인은 다르다. 빈혈은 적혈구나 혈색소가 부족해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이고, 기립성 저혈압은 자세 변화에 따른 혈압 조절 문제다. 두 질환 모두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어 증상이 반복된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혈압을 조절하는 자율신경 기능이 저하될 수 있고, 고혈압약이나 이뇨제, 항우울제 등 일부 약물도 기립성 저혈압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당뇨병으로 신경 손상이 있는 환자나 파킨슨병 환자에서도 발생 위험이 높다.
예방의 핵심은 충분한 수분 섭취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렸다면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심부전이나 신장질환 등으로 수분 제한이 필요한 사람은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바로 벌떡 일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누운 상태에서 발목을 움직이고 다리를 가볍게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몇 차례 반복한 뒤, 침대 가장자리에 잠시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서 있는 것도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종아리 근육에 힘을 주거나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면 다리에 고인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된다. 종아리는 '제2의 심장'으로 불릴 만큼 혈액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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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운동도 도움이 된다. 걷기와 자전거 타기, 수영처럼 무리가 적은 유산소 운동은 심혈관 기능과 혈액순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폭염 시간대에는 야외 운동을 피하고, 운동 중 어지러움을 느끼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식사 습관도 중요하다. 한 번에 과식하면 소화기관으로 혈액이 몰리면서 식후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은 소량씩 나누어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나친 저염식 역시 일부 환자에서는 혈압을 더 낮출 수 있으므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즉시 안전한 곳에 앉거나 눕는 것이 우선이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면 뇌로 가는 혈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신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억지로 걸어가려 하지 말고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대부분 생활습관 개선으로 호전될 수 있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심장질환, 부정맥, 내분비질환, 신경계 질환 등 다른 질환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슴 통증, 호흡곤란, 편측 마비, 심한 두통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응급상황일 수 있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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