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일부 대기업 직원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받게 되면서 부동산과 소비 시장은 물론 직장인들의 상대적 박탈감까지 커지고 있다. KBS 1TV ‘추적 60분’은 반도체 기업에서 시작된 성과급 경쟁이 우리 사회에 어떤 격차와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KBS 1TV ‘추적 60분’ 1466회는 24일 오후 10시 ‘성과급 계급사회, 나만 가난해지고 있다?’ 편을 방송한다. AI 산업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일부 직원들이 받게 될 성과급 역시 전례 없는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이 방송의 설명이다. 성과급 지급 소식이 알려진 뒤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고가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성과급이 바꾼 동탄
KBS1 ‘추적 60분’ 예고보기 영상 갈무리. / KBS 제공
제작진이 찾은 곳은 반도체 회사 직원들이 많이 거주하는 경기 화성 동탄이다. 이 지역에서는 회사 출퇴근 셔틀버스를 이용하기 편리한 아파트를 뜻하는 이른바 ‘셔세권’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셔틀버스 정류장과의 거리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달라질 정도로 직장 접근성이 중요한 조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동탄역 인근 한 아파트는 올해 초 16억 원에 거래됐지만 약 6개월 만에 22억 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집값이 빠르게 오르자 기존 매매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더 높은 가격에 집을 다시 내놓는 사례도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아파트에서 동탄역도 가고 백화점도 간다”며 “아침 출근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1억 원, 2억 원, 3억 원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고액 성과급을 받은 반도체 기업 직원들의 매수세가 지역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동탄의 한 백화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 명품 시계와 보석 등 고가 상품 매출은 45% 늘어난 것으로 소개됐다. 반도체 성과급이 직원 개인의 통장에 머물지 않고 지역 부동산과 소비 시장까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같은 회사인데 성과급은 100배 차이
KBS1 ‘추적 60분’ 예고보기 영상 갈무리. / KBS 제공
막대한 성과급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새로운 갈등을 만들고 있다. 2026년 5월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대립했다. 노조는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파업을 하루 앞둔 5월 20일 영업이익 연동 방식의 성과급 도입 등을 담은 잠정 합의안이 마련되면서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에도 직원들의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사업부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방송은 메모리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직원들의 성과급과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 직원들의 성과급이 최대 100배 가까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한다. 같은 삼성전자 직원이고 직급도 비슷하지만 어느 사업부에 소속됐는지에 따라 보상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경영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일부 직원들은 회사 전체가 함께 만든 성과가 특정 사업부에만 집중된다고 반발한다. DX부문 직원들은 임금 협상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직원 이진민(가명) 씨는 “이직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열심히 하지 않고 공백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성과급 격차가 커질수록 직원들의 업무 의욕이 떨어지고 경쟁사로의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성과급 문제는 회사와 노동자의 갈등을 넘어 노동자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인 이른바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산업 전반으로 퍼지는 성과급 전쟁
KBS1 ‘추적 60분’ 예고보기 영상 갈무리. / KBS 제공
반도체 기업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쟁은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성과급이 알려지면서 현대중공업과 카카오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영업이익과 성과급을 연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회사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면 그 성과를 직원들과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노사 교섭의 새로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높은 성과급을 받는 일부 대기업 직원과 그렇지 못한 노동자 사이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같은 산업 현장에서 일하지만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협력업체 직원도 있다. 공무원과 중소기업 근로자,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억대 성과급 소식을 접할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나온다.
방송은 올해 1분기 월평균 가구소득이 하위 20%의 경우 117만 원, 상위 20%는 1237만 원으로 10배 넘게 차이 난다고 전한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의 억대 성과급 지급은 ‘나만 가난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누구까지 포함해야 하나
KBS1 ‘추적 60분’ 예고보기 영상 갈무리. / KBS 제공
반도체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수출과 기업 실적, 주식시장 상승에도 반도체 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제는 반도체가 만들어낸 막대한 이익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가이다.
기업은 실적을 낸 사업부와 직원에게 더 많은 보상을 지급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직원들은 회사의 성과가 연구개발과 생산, 영업, 지원 부서 등 여러 조직이 함께 만든 결과라고 주장한다. 협력업체 노동자들 역시 반도체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기업 직원들과 같은 성과급 혜택을 받기는 어렵다.
성과급은 개인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일 수 있다. 동시에 사업부와 고용 형태, 소속 기업에 따라 보상이 크게 달라지면서 또 다른 계급을 만드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추적 60분’은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이 동탄 집값과 소비 시장에 미친 영향, 사업부별 보상 격차, 다른 산업으로 확산한 성과급 요구를 통해 새로운 소득 격차의 모습을 살펴본다.
KBS1 ‘추적 60분’ 예고보기 영상 갈무리. / KBS 제공
반도체 호황이 만든 이익을 누구와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성과에 따른 보상이 공정한 경쟁인지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인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KBS 1TV ‘추적 60분’ 1466회 ‘성과급 계급사회, 나만 가난해지고 있다?’는 24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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