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금이 약 4000억 원 가량 줄었다.
앞서 2심 법원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금액(300억원)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유입됐다고 보고, 최 회장이 소유한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SK 주식 4조 원 가운데 1조 3808억 1700만 원(35%)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300억 원이 지원되는 과정에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고,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할 재산분할금을 9440억원으로 결론 지었다.
이날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세기의 이혼'도 마무리된다.
대법 파기환송 후 재산분할 재계산
노태우 '300억' 비자금 기여도 제외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4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7년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한 이후 9년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두 사람은 1988년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2015년 최 회장이 혼외자 존재를 밝히며 이혼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2017년 이혼 조정 신청으로 법적 절차가 시작됐고, 조정 결렬 후 2018년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2019년 반소를 제기하며 위자료와 SK 주식 절반 분할을 요구했다.
1심은 2022년 12월 SK㈜ 주식을 특유 재산이라고 판단해 분할 대상 재산이 아니라고 보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665억 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특유 재산은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 재산이나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분할 대상 재산에서 제외된다.
반면 환송 전 항소심은 2024년 5월 SK㈜ 주식이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유입됐다고 보고 SK㈜ 주식이 부부 공동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부부 공동재산 4조 원 중 1조 3808억 1700만 원(35%)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위자료 액수도 20억 원으로 대폭 늘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의 300억 원 금전 지원은 재산분할에 있어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날 재판부는 대법원 환송 취지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SK 측에 전달한 300억 원 비자금은 기여도로 인정하지 않았으나 혼인 기간 중 취득한 SK 주식은 양측 모두 가치 형성과 유지에 기여했으므로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노소영 몫 '1조원' 육박…"SK 주식 부부 공동재산"
법원은 SK㈜ 주식 2조 원을 포함해 약 3조 원 규모를 부부 공동재산으로 산정했다. 최 회장은 해당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라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배척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 보유 주식은 혼인 기간 중 취득한 재산으로, 최 회장의 경영 활동과 노 관장의 가사·양육 및 대외 활동이 함께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회장이 경영 과정에서 증여·처분한 주식은 이미 보유하지 않으므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
주식 가치 평가 기준 시점은 환송 전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해졌다. 이후 SK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분할 비율 산정 과정에서만 고려됐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분할 비율은 각각 66.6%와 33.3%로 확정됐다. 법원은 혼인 당시 두 사람의 자산, 공동재산 형성과 유지 과정, 혼인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부 공동재산의 상당 부분은 혼인 기간 중 형성된 자산이며, 쌍방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주식 가치 상승분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재산분할 현금으로…경영권 유지 가능
최태원 회장 "20년간의 혼인해소 과정, 심려 끼쳐 송구"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판결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관장에게 9440억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재계의 관심은 '현금 지급' 방식에 쏠리고 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그룹 경영권과 지배권의 핵심이라는 점을 들어 주식 이전 대신 현금 지급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보유 중인 SK㈜ 지분 17.9%를 처분해야 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판결로 SK그룹의 지배구조나 경영권에는 직접적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 회장이 거액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재원 조달 방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는 SK㈜ 지분을 담보로 한 주식담보대출이 꼽힌다. 이는 그룹 지배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SK㈜와 주요 계열사의 배당 확대, 경영권과 무관한 일부 자산 활용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재 SK가 두산과 SK실트론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개인 지분까지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현금 지급을 명시하면서 SK㈜ 주식을 처분할 필요성은 사실상 없어졌다"며 "주식담보대출과 배당금 수령 등을 중심으로 재원 마련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재산분할 규모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양측 모두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에 재상고할 수 있으며,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판결이 확정돼야 9,440억 원의 재산분할액도 최종 확정된다.
최태원 회장 측은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고, 오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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