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자서전·정민철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저서 등 논란
학교 "학부모 아닌 외부인들이 항의전화…도서선정위서 재검토"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기자 = 여름방학 중등 추천도서를 두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어른들끼리 '이념 대리전'을 벌이고 있다.
광주 민주화운동 폄훼에 정치권이 가세하며 불거진 '배재고 사태'에 이어 학교의 방학 추천도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2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동구의 중학교는 여름방학을 맞아 지난 21일 학생들에게 배부한 '여름방학 도서 추천 목록'과 관련해 수십 건의 항의 민원에 시달렸다.
추천 도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 자서전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와 정민철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의 '1020 극우가 온다'가 포함된 것을 문제 삼는 목소리였다.
소셜미디어(SNS)에는 해당 도서를 '좌편향 도서'로 규정하고 교육청 민원 접수를 인증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해당 중학교 행정실 연락처를 공유하며 항의 전화를 독려하는 '좌표 찍기'도 이어졌다.
학교 관계자는 "항의 전화를 한 이들 중 학부모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외부인 제삼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서선정위원회를 다시 열어 목록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이날 학부모들에게 "학생 발달 단계에 부합하는 도서로 보완해 재안내하겠다"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도서를 추천한 사회과 교사는 최근 '배재고 사태'를 지켜보며 10대들의 우경화와 '일베' 용어 사용 등을 우려해 관련 책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교육계 내부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가공무원인 교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만큼, 자칫 한쪽의 정치 성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도서 추천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 지역 중학교에 재직 중인 27년 차 국어 교사는 연합뉴스에 "논란의 소지를 예상할 수 있었을 텐데, 중학생 발달 수준 등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들 책을) 추천 도서로 안내한 건 선생님과 학교가 다소 신중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거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러한 압박이 현장 교사들의 교육 활동이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이 사회정치적인 문제와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으며, 민감한 주제를 아예 다루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가 오히려 학생 학습권을 박탈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10년 차 교사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학부모나 외부인 입장에서는 편향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이중적인 요구를 받는 상황"이라며 "배재고 사태 등을 두고 '학교 교육이 부재하다'고 질타하는 한편에서는 이런 민원이 제기되는데, '그럼 학교가 도대체 뭘 할 수 있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논란거리가 될 것 같으면 하지 않는다"며 "결국 학교 교육이 소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서교육을 둘러싼 이런 움직임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책에 대해 '사상적으로 편향됐다'며 문제 제기하고 공격하는 목소리를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박종희 한국사서협회장은 "'학교도서관에 이런 책이 왜 비치돼 있느냐'고 문제 삼거나 책을 추천한 교사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양한 도서를 접하고 선택해 읽을 수 있어야 하는 게 학생의 권리"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학교가 정치 갈등을 무조건 회피하기보다는 교육적인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 밖 공간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회적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학교 교육의 틀 안에서 적극적으로 다루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교사의 지도하 균형 있게 의견을 접하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을 추천한 취지, 책의 내용이 교과과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 정보가 함께 제공됐다면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더 유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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