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를 ‘유전체 역학’으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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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를 ‘유전체 역학’으로 풀다

이슈메이커 2026-07-24 17:36: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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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알츠하이머를 ‘유전체 역학’으로 풀다

강문일 숙명여대 약학부 교수/생물정보학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강문일 숙명여대 약학부 교수/생물정보학연구실(사진=임성희 기자)

 

유전정보와 역학(epidemiology) 정보를 함께 다루는 유전체 역학
‘알츠하이머’와 ‘고혈압’ 공통된 발병 기전 밝혀

청춘을 지나 중년으로 향해갈수록 누구나 노화와 질병을 걱정한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전은 노화와 질병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노화는 안티에이징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해나가고 있고, 대표적인 질병인 암도 몇몇 암을 제외하고는 생존율이 많이 높아지고 있다. 단, 우리가 흔히 치매라 알고 있는 퇴행성 뇌 신경질환만은 분위기가 다르다. 아직 발병기전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고, 그에 따라 명확한 치료법도 없어 여전히 사람을 두렵게 하는 질병 중 하나다. 알츠하이머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유전체 역학을 연구하는 강문일 교수의 활동이 눈에 띈다. 유전체 역학은 질병의 원인을 유전변이에서 찾는 학문으로 머신러닝,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의료 인공지능 시대에 최대 수혜학문으로 주목받는다.

“사람의 삶에 도움 되는 연구를 하자”
2025년 9월 숙명여대 약학부에 부임한 강문일 교수는 부임 직전까지 약 12년을 연구에 매진하며 전문성을 쌓은 우직한 연구자다. 그는 보건학을 택한 이유에 대해 “사람의 삶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건 그 스스로 사람과 인생에 관한 깊은 고민을 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 입학해 엘리트 코스를 밟을 것 같았지만, 그는 학부 졸업까지 약 10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양한 경험과 고민으로 청춘을 보낸 그는 대학원에 진학해 유전체 역학을 공부했다. “당시에는 생소한 학문이었는데 앞으로 10년 후에는 주목받는 학문이 될 것이라는 지도 교수님의 말씀을 믿고 연구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고 보스턴 의대에서 5년간의 박사후과정으로 환자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접하고 분석하며 유전체 역학 전문성과 심도를 더할 수 있었다. “지난 5년간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이와 연관된 다양한 형질에 영향을 주는 유전요인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다면발현성 유전자를 발굴하기 위한 연구에 집중했으며 알츠하이머병의 내적 표현형인 인지기능과 관련하여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언어, 기억 등 각 영역에 영향을 주는 유전요인을 발굴하는 한편 두 가지 이상의 영역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다면발현성 유전자를 발굴해서 인지기능과 혈압 모두에 영향을 주는 다면발현성 유전자에 관해 연구했습니다” 강문일 교수가 꾸린 생물정보학연구실은 알츠하이머를 목표로 이를 발병시키는 유전자와 고혈압, 당뇨 등을 동시에 유발하는 다면발현 유전자 기전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형 알츠하이머 유전체 연구 기대
특히, 다면발현(pleiotropy) 유전자 연구에 관심을 두는 강문일 교수에게 관련 연구를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궁금해서”다. 유전체를 다루는 기초연구자로서 그에게 생명의 신비를 푸는 건 일상이다. 모든 위대한 과학의 탄생은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비롯됐는데, 다면발현에 대한 그의 궁금증도 그 맥락을 같이 할 것이다. 다만, 다면발현 유전자를 찾는 것이 단일 유전자를 찾는 것보다 어렵고 파급력도 크지 않아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마이너한 영역이라는 것도 그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는 “공통기전을 밝히는 연구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만일 그 기전을 알아낸다면, 약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며 “과학자로 살아가기로 한 이상 호기심은 제 의무와 같은 것입니다. 물론 자연적으로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알아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연구를 직업으로 할 수 있는 교수가 되어서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강문일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대조군 데이터에서 혈압과 인지기능 변화에 함께 영향을 미치는 다면발현 유전자를 새롭게 규명해,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공식 학술지 ‘알츠하이머스 앤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IF=11.1, JCR 상위 1.9%)에 게재하며 주목받았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다면발현 유전자와 혈압과 인지기능 변화의 공통 생물학적 경로는 고혈압, 면역반응,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의 생성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찾은 다양한 기전이 좋은 데이터가 되어, 신약 개발에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랐다. 최근에는 ‘뇌영상 자료를 활용한 다면발현성 유전자 발굴과 인공지능 기반 알츠하이머병 분류모델 개발’을 주제로 2026 한국연구재단 신진과제에 선정되며, 한국인의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및 예방을 위한 과학적인 근거 제시가 기대된다. “앞으로 초고령화에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질병 부담은 크게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 연구는 새롭게 발굴된 알츠하이머 발병기전과 연관된 유전자와 기존의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분류모델을 활용하여 경도인지장애가 관찰된 한국인을 대상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을 분류하는 새로운 분류모델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그 진행을 중재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질병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강문일 교수는 조선대학교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GARD), 보스턴대학교 의과대학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대규모 코호트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으며, 연구를 통해 아직 규명되지 않은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적 구조를 설명하는 한편, 특히 그동안 부족했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알츠하이머병 전장유전체분석(GWAS) 연구로 한국인 특이적인 유전요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생명현상을 다루는 DRY LAB, 신약개발과 생물정보 능력 갖출 수 있어”
보통 생명현상을 다루는 바이오 연구실은 실험실을 기반으로 한 WET LAB이 많지만, 강문일 교수 연구실은 생물정보학을 활용하기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DRY LAB이다. 그래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덜해 자율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는 “자율적인 조절이 가능하지만, 방임보다는 책임감이 따르는 자율성을 강조합니다. 생산성 있는 연구를 추구하며, 꾸준히 연구하면 끝내는 임팩트 있는 연구성과를 내리라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가 풀지 못한 숙제인 알츠하이머의 비밀을 풀어 신약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에 함께할 학생들을 환영합니다. 약학 기반으로 첨단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신약 개발은 물론, 생물정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문일 교수에게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임용이 되긴 했지만, 그에게 연구로 보낸 시간은 나이의 양보다는 나이의 질을 의미한다. 나이의 질이 높아진 만큼 그에게는 중요한 숫자인 연구 데이터가 축적된다. 복리의 효과라고 할까? 그는 오픈 소스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실에서 만든 데이터를 오픈한다고 했다. 그의 오픈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한국형 알츠하이머 연구의 시너지도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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