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왔다. 2017년 7월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양측의 법적 다툼이 시작된 지 9년 만이다.
대법원이 재산분할 산정 방식을 다시 검토하라고 판결하면서 재산분할금도 1조3808억원에서 4368억원이 감소하게 됐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발전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분할대상 가액을 산정하는 시점을 이혼소송 사실심 변론 종결일로 결정했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4일 오후 2시 열린 두 사람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기일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9440억원 및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갚는 날까지 5% 이자를 계산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식은 분할 대상으로 판단됐다. 재산분할 비율을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다.
분할 대상 주식의 가액을 산정하는 기준은 이혼소송의 사실심(항소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해졌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후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에도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일을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최 회장 측이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주장해온 시점이 인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사이 SK주식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이는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짚으며 분할 비율 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부부공동재산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쟁점인 노 관장의 부친인 고(故) 노태우 대통령이 SK측에 전달한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선 노 관장 측의 기여로 판단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를 기여가 아니라고 선고한 바 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판결 이후 "약 20년에 가까운 혼인 해소 과정에서 작년 대법원 판결로 이혼이 확정됐고 오늘 재산분할의 파기환송심 판결이 있었다"며 "최태원 회장은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변호인은 "판결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한쪽이 파기환송심 선고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재상고가 가능하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으면서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2018년 2월 정식 소송을 시작한데 이어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이혼 소송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4년 5월 2심에선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20억원,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판단했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한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였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300억에 비자금이 불법 자금이므로 노 관장의 기여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위자료를 20억원으로 산정한 2심 판단은 그대로 확정돼 파기환송심에선 재산 분할만 다뤄지게 됐다.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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