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정부가 카지노 사업자의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인상과 함께 사실상 영구적으로 영위해 온 사업 허가를 5년마다 갱신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카지노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규제 강화에 따라 신규 투자와 시설 확장은 물론 해외 자본 유치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해묵은 제도 보완에 대한 정부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만큼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연간 매출액 100억원을 초과하는 카지노 사업장에 매출의 10%를 관광진흥개발기금으로 부과하는 현행 체계를 개편해 부담률을 최대 15%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카지노업 허가에 별도의 유효기간이 적용되지 않던 현행 허가 제도를 5년 단위 갱신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카지노 사업자의 대주주가 변경될 때 정부의 사전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 역시 개편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가 3년마다 허가 심사를 받는 방식을 외국인 전용 카지노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문체부는 카지노 사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카지노가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사행산업인 만큼 사업자의 적격성과 재무 건전성, 사회적 책임 등을 주기적으로 심사할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업계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최근 대규모 복합리조트의 핵심 시설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허가 체계 변경이 관광 투자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5년 허가’ 변수…복합리조트 투자 셈법 복잡해진다
최근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호텔, 쇼핑, 컨벤션(MICE), 공연장, 수영장 등 관광·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함께 갖춘 복합리조트에 들어가는 형태로 대형화되는 추세다. 카지노가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는 앵커시설 역할을 하고,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를 호텔·식음료·공연 등으로 확장하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복합리조트는 한 차례 개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시설을 조성한 뒤 수요와 운영 상황에 맞춰 객실과 공연·엔터테인먼트 시설을 늘리는 2·3단계 투자가 수년에 걸쳐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대표적으로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1단계 사업을 대부분 마무리한 뒤 후속 개발을 추진 중이며, 업계에서는 2단계 사업에도 1조원 이상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사업 특성상 허가 체계가 변경되면 후속 투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사업 도중 갱신허가제가 도입될 경우 당초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축소하거나 집행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수조원이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트일수록 사업 지속 가능성이 투자 판단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복합리조트 개발은 자기자본뿐 아니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권 대출, 회사채, 해외 투자금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갱신허가제가 새로운 사업 위험으로 평가된다면 금융기관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리파이낸싱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가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대출이나 차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가 투자 의지를 갖고 있어도 계획대로 자금을 집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부담금 인상으로 영업에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줄어드는 반면 외부 조달 비용은 높아지는 이중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카지노협회 관계자는 “복합리조트는 1·2·3단계에 걸쳐 수년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는 사업”이라며 “갱신허가제가 도입되면 금융기관이 사업 리스크를 높게 평가해 대출이나 리파이낸싱이 어려워질 수 있고, 결국 계획했던 후속 투자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자본 이탈 현실로?
카지노 사업자의 경우 신용도와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허가 갱신 여부와 규제 강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반영되면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이는 다시 회사채 발행과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각국이 복합리조트를 관광객과 외국자본 유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글로벌 투자자는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과 싱가포르, 마카오 등 여러 시장을 두고 투자 조건을 비교한다. 한 번 투자처가 결정되면 대규모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업 특성상 규제 예측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이 우선순위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업계는 이미 카지노업이 다른 관광업보다 강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영업정지와 과태료 등 제재 규정이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갱신허가제까지 도입하면 규제가 과도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갱신 심사를 둘러싼 로비나 특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경우 제도 취지가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장의 입장을 확인하는 추가 의견 수렴 절차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는 최근 국회 토론회를 시작으로 한두 차례 추가 논의가 더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관계자는 “문체부는 투명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왜 갑자기 다시 도입하려는 것인지 업계에서도 의문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이제야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한 상황인데 부담금까지 늘어나면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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