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면린터 수출 둔화에 자체 공급망 확보…"4년치 비축"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독일 라인메탈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바닥난 화약 재고를 채우기 위해 유럽 내 화약 공장 4곳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23일(현지시간) CNBC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라인메탈은 유럽 재무장의 발목을 잡는 것이 전차나 포탄이 아니라 화약이라는 진단에 따라 6억5천만유로(1조1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화약 공장 증설에 나선다.
라인메탈은 독일 아스하우 공장에 3억5천만유로를, 스위스 빔미스 공장과 스페인무르시아·부르고스 화약공장 3곳에 3억유로를 투자해 화약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특히 아스하우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2년 안에 현재의 두 배가 넘는 최대 4천200t으로 늘고, 추진장약(화약을 포탄에 넣을 수 있게 가공한 완제품) 생산량도 100만발 이상으로 확대된다. 직원 수는 800명에서 1천300명으로 거의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아르민 파퍼거 라인메탈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열린 기공식에서 "이 공장 없이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도 전투 태세를 갖출 수 없다"며 "전 세계에서 소수 업체만 생산하는 화약은 자립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인메탈은 2030년까지 전체 화약 생산량을 연 2만t으로 늘려 독일군과 나토, 유럽연합(EU) 회원국 수요를 충당한다는 목표다. 이 물량이면 포탄 110만발, 전차포탄 15만발, 중구경탄 320만발 분의 장약을 만들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화약의 핵심 원료인 니트로셀룰로오스(면화약)는 목화솜에서 나오는 면린터에 질산·황산을 섞어 만드는데, 유럽은 그동안 중국산 면린터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라인메탈은 자체 조달망을 구축해 4년치 물량을 확보했고, 별도 연구개발(R&D)센터를 세워 차세대 무연화약 개발에도 나섰다.
프랑스 유렌코, 노르웨이·핀란드 합작법인 남모 등 유럽 방산업체들도 잇달아 니트로셀룰로오스 자체 생산에 뛰어드는 등 '탈중국 공급망'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증설에도 라인메탈 주가는 올해 들어 30%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드론·무인체계가 미래 전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하면서 전차·포탄 중심의 중화기 수요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연말 수주잔고는 1천억유로(약 167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가는 이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CNBC는 유럽 각국이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국방예산을 편성했음에도 재무장 속도는 예산이나 정치적 의지보다 산업 생산능력에 좌우되는 국면으로 넘어갔다고 짚었다.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 지원 등으로 탄약 비축량이 평시의 20∼30% 수준까지 줄어든 상태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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