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돌 콘서트에서만 구할 수 있는 한정판 굿즈를 구매한 뒤 정가의 수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팬들과 공연의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제작된 상품이 차익을 노린 거래 대상으로 변질되면서 건전한 공연·팬덤 문화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이베이 등 해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국내에서 판매된 공식 콘서트 상품이 정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올라와 있다. 지드래곤 콘서트에서 정가 6만2000원에 판매된 버킷햇은 해외 플랫폼에서 225달러, 한화로 약 3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출시가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만 한정 판매되거나 해외 배송을 지원하지 않는 상품은 해외 팬들이 공식 경로를 통해 구매하기 어렵다. 여기에 공연에 직접 참석해야 받을 수 있는 특전까지 더해지면서 희소성이 높아지고, 이를 확보한 판매자가 가격 결정권을 갖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리셀 거래 자체는 공식 판매 기간에 상품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에게 추가 구매 기회를 제공한다는 순기능이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상품을 처분하려는 팬과 뒤늦게 구매하려는 팬을 연결한다는 점에서도 중고거래의 필요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되팔 목적으로 인기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행위가 늘어나면 일반 팬들이 정가에 상품을 살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판매 수량이 제한된 콘서트 현장에서는 일부 구매자가 허용된 수량만큼 상품을 먼저 확보할 경우 뒤에 줄을 선 관객들은 품절로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후 같은 상품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높은 가격에 등장하면 팬들은 정가의 수배를 지불하거나 구매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굿즈 구매가 공연 관람 경험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팬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콘서트 굿즈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는 기억과 팬덤 소속감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심리적 가치를 겨냥해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이는 거래가 반복되면 경제적 여유에 따라 팬덤 경험에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아티스트의 인지도와 팬덤 규모가 클수록 리셀 가격은 더욱 높게 형성되는 경향을 보인다. 가수 태연이 지난해 콘서트 'The TENSE'를 기념해 출시한 '더 텐스 콘서트 향수'는 출시 당시 정가가 3만8000원이었지만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약 6만5000원에서 최대 1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100mL 무드 프래그런스와 포토카드로 구성된 공식 상품이 정가의 최대 4배에 가까운 가격에 판매되는 셈이다.
리셀 대상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정판 앨범이나 공식 유료 굿즈가 주된 거래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공연장 입장 특전과 좌석별 증정품, 아티스트가 팬들을 위해 마련한 무료 선물까지 중고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지드래곤 콘서트 'Übermensch(위버맨쉬)'에서는 플로어석 관객에게만 제공된 민트색 방석이 리셀 상품으로 거래됐다. 해당 방석은 공연 관람 편의를 위해 특정 좌석 관객에게 한정 지급된 특전이었지만 공연이 끝난 뒤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포토카드와 함께 약 8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왔다.
팬들을 위한 특전이나 무료 증정품까지 웃돈을 붙여 거래하는 현상은 다른 공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방탄소년단(BTS)은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부산' 공연을 찾은 팬들에게 멤버들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 준비한 역조공 기프트백을 증정했다.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 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마련한 선물이었다.
파란색 투명 크로스백 안에는 화장품과 향수, 우산, 수건, 마스크팩, 포토카드 등 다양한 상품이 담겼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직후 중고나라와 당근, 번개장터 등에는 'BTS 부산 아리랑 콘서트 기프트백'이라는 제목의 판매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거래가격은 10만원대 후반에서 30만원 안팎까지 형성됐다.
팬들도 리셀 중심으로 변해가는 굿즈 소비문화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홍지희 씨(29·여)는 "콘서트 굿즈는 공연을 다녀온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부터 되팔 목적으로 사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며 "정말 갖고 싶은 팬들이 정가에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장에서 굿즈를 사려고 하면 이미 품절된 경우가 많은데 이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모습을 보면 팬으로서 허탈함을 느낀다"며 "실제 공연을 찾은 팬들이 먼저 구매할 수 있도록 보완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구매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연예기획사와 공연 주최 측도 구매 수량 제한, 사전 예약 판매, 공연 티켓 예매자 우선 구매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여러 계정을 이용하거나 지인을 동원해 구매하는 방식까지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현장 판매 물량이 부족하거나 온라인 판매 기간이 짧을 경우 리셀 수요가 오히려 커질 가능성도 있다.
무료 특전과 좌석별 증정품은 공식 판매 상품보다 관리가 더욱 어렵다. 관객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물품의 재판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기 어렵고, 일반적인 중고거래와 차익 목적의 전문적인 되팔이를 구분할 명확한 기준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콘서트 굿즈 리셀 시장이 상품의 희소성과 팬덤 문화가 결합해 형성된 시장이지만 투기 목적의 거래가 확산하면 소비자 피해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콘서트 굿즈는 대부분 한정 수량으로 제작돼 공급이 제한적인 반면 팬들은 소장 가치와 상징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도는 구조가 형성된다"며 "특히 인기 아이돌의 굿즈는 가격이 올라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아 리셀 가격이 정가의 몇 배까지 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셀 시장은 공식 판매 때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에게 사후 구매 기회를 제공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차익을 노린 대량 구매가 늘어나면 실제 팬들의 구매 기회를 줄이고 가격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구매 수량 제한과 본인 인증 강화, 공식 재판매 플랫폼 확대 등을 통해 과도한 프리미엄 거래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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