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는 무당과 영매가 이야기의 중심 인물로 활약하고 있다.
- 〈동궁〉, 〈귀궁〉, 〈악귀〉, 〈견우와 선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그려냈다.
- 장르와 설정은 달라도 인간과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억울하게 죽은 존재의 한을 풀어주고, 함께 울어주고, 그 마음을 보듬는 존재.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무당과 영매는 더 이상 감초 캐릭터나 사기꾼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계와 귀(鬼)의 세계를 잇는 주인공으로, 직업정신을 발휘하며 서사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 흐름 위에 있는 네 편의 드라마를 통해 한드 속 무당, 영매 캐릭터의 계보를 짚어본다.
귀의 세계를 베는 자, 〈동궁〉의 구천(남주혁)
2026년 7월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동궁〉은 궁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과 왕실에 얽힌 저주를 다루는 미스터리 오컬트 사극이다. 왕(조승우)의 은밀한 부름을 받아, 인간과 귀의 세계를 넘나드는 구천(남주혁)과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궁녀 생강(노윤서)이 동궁에 깃든 저주의 실체를 추적한다. 구천은 현실과 귀의 세계를 물리적으로 오가며 원한이 있는 악귀를 칼로 베어 없앨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액션형 영매다.
{ 〈동궁〉의 명장면 }
13궁녀의 원혼인 소금광 귀신들과의 사투. 열세 명의 궁녀 귀신에게 둘러싸여 구천이 이들을 하나씩 물리쳐나가는동안, 액션은 물론 슬픔이 깃든 남주혁의 감정 연기까지 볼 수 있다. 남주혁 또한 “현장 액션 스태프들의 헌신적인 움직임과 CG의 정교한 조합이 완벽한 현장감을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귀궁〉의 여리(김지연)
SBS 드라마 〈귀궁〉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김지연)와, 첫사랑 윤갑의 몸에 깃든 이무기 강철이(육성재)가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와 맞서며 몸과 혼이 뒤엉키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여리는 할머니 시대의 대를 이어 영매의 숙명을 타고났지만, 정작 자신은 그 운명을 거부하려 애쓰는 인물이다. 궁에 들어와 첫사랑 윤갑과 재회하는데 윤갑의 몸에는 이무기 강철이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갈등이 시작된다. 방영 3주 차 기준으로 89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K-귀물 판타지’의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 〈귀궁〉의 명장면 }
초반부에 강철이(윤갑의 몸)의 심장에 손을 올린 채 참을 수 없는 미움을 쏟아내는 뒷마당 장면. 한 몸에 갇힌 두 존재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으로, 여리와 강철이 사이의 복잡한 관계와 감정을 압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귀신을 보는 민속학자, 〈악귀〉의 염해상(오정세)
SBS 드라마 〈악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평범한 청년 구산영(김태리)의 몸에 악귀가 씌면서 벌어지는 오컬트 미스터리 스릴러다. 염해상(오정세)는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며 본업은 민속학과 교수다. 무당이 나닌 학자가 영매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염해상은 학문적으로 귀신과 무속을 연구하는 동시에, 자신의 개인사와 얽힌 원귀의 정체를 추적하는 이중적 위치에서 코믹과 진지함 사이를 오가며 열연했다.
{ 〈악귀〉의 명장면 }
구산영의 몸에 씌인 악귀가 "네 엄마는 누가 죽인 걸까, 나 아니면 너?"라는 말로 염해상을 자극할 때, 염해상이 유품인 붉은 배씨댕기의 의미를 살피며 악귀의 정체와 이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경고하는 씬. 자신의 트라우마가 자극되는 상황에서도 염해상이라는 인물이 지닌 냉철함과 집요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낮에는 여고생, 밤에는 무당? 〈견우와 선녀〉의 박성아(조이현)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는 죽을 운명을 타고난 소년 배견우(추영우)와 그를 구하려는 MZ 무당 소녀 박성아(조이현) 사이의 무속 멜로물이다. 박성아는 낮에는 평범한 여고생이지만 밤에는 '천지선녀'라는 신딸로서 투잡중이다. 원혼을 보는 능력을 지녔고, 첫눈에 반한 견우에게 다가서지만 견우의 몸에는 봉수라는 악귀가 빙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견우와 선녀〉의 명장면 }
성아가 견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인간 부적이 되기를 결심하는 순간. 부적을 몸에 지니게 하는 대신, 자기 자신이 부적이 되어 견우 곁에 밀착하기를 선택한다. 풋풋한 첫사랑을 키워가는 동시에 상대가 죽을 운명에 있다는 점을 의식한 행동이다. 두 사람이 물리적으로 밀착할수록 부적의 효력, 즉 액운을 막는 힘이 더 강해진다는 규칙을 통해 로맨스물의 문법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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