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은 알다가도 모를 곳이다. 밤새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차트를 들여다보며 신중하게 고른 종목은 파란불을 면치 못하는데, 누군가는 황당한 실수 하나로 수십 퍼센트의 수익을 챙겨가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뜨겁게 달군 사연이 딱 그렇다.
주인공은 출판사 민음사의 박혜진 편집자다. 지난 23일 올라온 유튜브 채널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에 출연한 그는 '주식 매수 실수 사건'을 털어놨는데 해당 사연은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커피가 맛있어서 주식을 샀는데 대박 침'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커피회사 주식을 매수한 결과' 등의 제목으로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 퍼지며 수만 명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탕비실 커피 한 모금이 시작이었다
사연은 단순하다. 민음사 편집부 비품 담당이었던 박혜진은 어느 날 탕비실을 찾았다가 생전 처음 보는 커피 브랜드를 마시게 됐다. 한 모금 마셨는데 맛이 예사롭지 않았다. 커피 브랜드를 확인해 보니 이탈리아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일리(illy)'였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커피 너무 맛있다. 일리 주식을 사야겠다." 바로 주식 앱을 열고 검색창에 '일리'를 입력한 뒤 매수 버튼을 눌렀다. 나쁘지 않은 소비자 직관 투자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가가 갑자기 고공행진을 시작하더니 수익률이 30~40%를 넘기 시작했다. "일리 커피에 무슨 좋은 일이 있나?" 싶어 기분 좋게 앱을 열어 종목 정보를 들여다본 순간, 박혜진은 멍해졌다.
자신이 산 주식은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일리(illy)'가 아니라, 미국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였기 때문이다.
박혜진 편집자의 레전드 주식썰 1. / 유튜브 '이종범의 스토리캠프'
박혜진 편집자의 레전드 주식썰 2. / 유튜브 '이종범의 스토리캠프'
두 로고, 스마트폰 작은 화면에선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박혜진은 '이종범의 스토리캠프'에서 "로고를 꼭 옆에 붙여서 보여주세요, 진짜 비슷하게 생겼어요"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 회사의 로고를 나란히 놓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로고는 붉은 배경에 흰색 필기체로 'Lilly'라고 쓰여 있고, '일리(illy)' 커피 로고 역시 붉은 배경에 흰색 필기체로 'illy'라고 쓰여 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서 빠르게 검색 결과를 스크롤하다 보면 충분히 혼동할 수 있는 조합이다. 이 로고 쌍둥이 사건(?)이 온라인에서 추가 웃음 포인트가 됐다.
제약 회사 ‘일라이 릴리'(왼쪽) 로고와 커피 브랜드 ‘일리’(오른쪽) 로고. / 유튜브 '이종범의 스토리캠프'
하필 그 시점이 마운자로 폭등 직전이었다
박혜진이 실수로 매수한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보통 기업이 아니었다.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를 개발해 글로벌 제약 시장의 판도를 바꾼 기업이다. 마운자로는 원래 2형 당뇨 치료제로 승인됐다가 이후 비만 치료 효능이 부각되면서 전 세계적인 폭발적 수요를 이끌었다. 일라이 릴리는 이 약을 등에 업고 한때 글로벌 제약사 시가총액 1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박혜진이 주식을 매수한 시점은 마운자로가 지금처럼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치기 이전이었다. 비만 치료제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기 직전, 그야말로 바닥에 가까운 시점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커피 한 모금의 실수가 글로벌 메가 트렌드에 최저점 탑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박혜진은 "그게 올해 제가 판 주식 중에 유일하게 흑자였고, 나머지는 진짜 다 파란색이에요"라고 토로했다. 스튜디오 뒤편에 있던 PD 두 명도 배를 잡고 웃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황당 사연이 소환하는 주식 격언 '4가지'
웃음을 넘어 이 에피소드가 주식 시장의 오래된 진리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1위.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 — 결과가 수익이면 그게 정답이다
주식 시장에는 완벽한 논리가 통하지 않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밤새 분석한 종목은 제자리를 맴도는데, 실수로 산 종목이 40% 수익을 내는 게 이 시장이다. 박혜진의 사례는 과정이 어이없어도 결과가 수익이면 시장에서는 그게 정답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2위.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아라" — 피터 린치
월가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자신이 잘 아는 기업,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했다. 박혜진은 이 격언을 충실히 따랐다. 탕비실 커피에서 영감을 얻어 바로 행동에 옮겼으니까. 다만 종목 코드를 잘못 눌러 '생활 밀착형 투자'가 '글로벌 제약 바이오 투자'로 바뀐 게 차이였을 뿐이다.
3위. "주식은 수면제 먹고 자라" — 앙드레 코스톨라니
우량주를 샀다면 일희일비하지 말고 푹 자고 일어나라는 뜻이다. 박혜진은 본의 아니게 이 격언을 실천했다. 일라이 릴리를 '커피 회사'인 줄 알았으니 임상시험 결과나 FDA 승인 뉴스에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만약 처음부터 바이오 제약주인 줄 알았다면, 중간에 각종 이슈에 겁을 먹고 팔아버렸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때로는 '모름'이 강력한 장기 보유의 원동력이 된다.
4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장 오래된 격언이다. 박혜진의 계좌는 대부분 파란불이었지만, 실수로 다른 바구니에 담겨버린 일라이 릴리 한 종목이 전체 계좌의 체면을 살렸다. 의도하지 않은 분산이 의도한 집중 투자보다 나은 결과를 낸 아이러니한 사례다.
알아두면 도움 되는 주식 격언 4가지.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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