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 정책이 창업과 성장 중심에서 폐업과 청산, 재도전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성공뿐 아니라 실패 이후의 제도적 안전망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정책 논의의 중심에 섰다.
스타트업 전문 로펌 법무법인 미션은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스타트업 마무리 정책 대안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이 주최하고 법무법인 미션,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한국벤처창업학회, 한국벤처투자법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행사에는 유니콘팜 공동대표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장철민·이재관·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해 스타트업 정책의 새로운 과제를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창업 활성화 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했던 '스타트업 마무리'를 정책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담았다.
법무법인 미션은 그동안 스타트업 혹한기 대응 방안인 '아크(Ark)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폐업과 청산 실무를 다룬 세미나 '스타트업, 뜨거운 안녕'을 개최하는 등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아산나눔재단 등과 함께 「스타트업 마무리 가이드북」을 발간하기도 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폐업과 청산 과정 역시 창업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을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도전으로 비유하며 "실패 가능성은 스타트업의 본질적인 특성 가운데 하나지만 국내에서는 사업 실패가 창업자 개인의 과도한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회사가 문을 닫은 뒤 수십억 원의 채무와 신용 문제를 떠안은 창업자에게 사후 지원금만 지급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재도전 정책 이전에 스타트업의 마무리 과정을 누가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지부터 정책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폐업 과정에서 투자자의 동의권과 주식매수청구권, 채권자의 권리 행사, 임직원 임금과 퇴직금, 소비자 피해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동시에 충돌하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과제로는 ▲투자 및 정책금융 사후관리 개선 ▲다운라운드 등 위기 기업의 의사결정 유연성 확보 ▲스타트업 마무리 전담 정책 체계 마련 ▲이해관계자 조정 및 분쟁 해결 절차 구축 ▲창업자의 연대책임 구조 개선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실패 경험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 필요성이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최화준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실패 경험을 재도전의 자산으로 축적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조지윤 스트롱벤처스 이사는 성실한 경영 끝에 발생한 실패와 고의적인 부실 경영을 동일하게 평가하지 않는 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가 패널로 참석한 윤홍조 전 마리몬드 대표는 "청년 창업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첫 창업이 아니라 첫 실패"라며 실패의 비용이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이준희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정책과 과장은 위기 징후 발견부터 사업 정리, 채무 조정, 재창업 교육까지 이어지는 회복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성실한 실패와 고의·중과실에 따른 실패를 구분하는 정책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성공 사례에 비해 실패 이후의 제도와 지원 체계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투자 회수와 재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실패를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보다 사업 정리 과정의 법률·금융·노무 문제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관련 제도 개선은 투자자 보호와 채권자 권리, 도덕적 해이 방지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사회적 합의와 입법 논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성훈 대표변호사는 "유니콘 한 곳이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스타트업이 사업을 마무리하게 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누가 책임질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며 "실패를 처벌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경험과 자산이 다시 생태계로 순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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