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신한카드의 대규모 원격지 발령을 둘러싸고 3주 넘게 이어진 노사 갈등이 대표이사 사과와 보완인사, 원격지 근무제도 개선 합의로 일단락됐다. 노사는 개인별 건강과 가족돌봄 사정을 반영해 일부 직원을 기존 근무지로 복귀시키고, 향후 원격지 발령 규모를 전체 인원의 8%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신한카드지부는 이날 19일간 이어온 철야농성을 종료했다. 신한카드가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보완인사와 원격지 근무 운영기준 마련, 근무 지원 확대, 인사평가제도 개선 등을 약속하면서다.
이번 갈등은 신한카드가 지난달 말 평년보다 큰 규모의 원격지 인사를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노동조합은 직원들의 건강과 육아·가족돌봄 등 개인 사정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사장실 농성과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사측은 영업거점 통폐합과 내부통제 강화, 장기근속자 순환배치 등을 인사 배경으로 제시해왔다.
노사는 우선 이번 원격지 발령 대상자 119명 가운데 객관적인 사유를 소명한 직원을 대상으로 보완인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본인이나 배우자·부모의 질병, 가족 간병, 한부모 육아, 맞벌이 부부의 자녀 돌봄 곤란 등이 주요 심사 기준에 포함된다.
질병은 진단서, 한부모 육아 등 가족 사정은 가족관계증명서와 같은 자료를 통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원격지 근무를 단순히 원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 건강이나 가족돌봄 문제로 근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직원들을 선별해 복귀시키겠다는 취지다.
박원학 신한카드지부 위원장은 "119명 가운데 본인이나 가족의 건강 문제, 간병, 한부모 육아 등 합리적인 사유를 소명한 직원들은 복귀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며 "원격지 근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직원들은 대부분 보완인사를 거쳐 돌아오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원격지 발령 규모와 근무기간을 제한하는 안전장치도 마련한다. 노사는 한 차례 인사에서 원격지로 발령할 수 있는 인원을 전체 직원의 8%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단기간에 대규모 원격지 인사가 이뤄지는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다.
최근 5년 이내 원격지에서 근무한 직원은 가급적 다시 원격지 발령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원격지 근무기간은 직원이 희망하지 않는 경우 최대 2년을 넘지 않도록 운영한다.
원격지 발령 가능성을 미리 알리는 사전예고제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예고 기간은 추가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지만, 발령 6개월이나 1년 전 대상 가능성을 안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사전 안내를 받은 직원이 건강이나 가족돌봄 등의 사유로 원격지 근무가 어렵다는 점을 증빙하면 발령 대상에서 제외하는 절차도 마련한다. 인사 발표 직전에 대상자가 결정되면서 직원들이 주거와 육아 문제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기존 방식을 개선하려는 조치다.
노동조합은 평가등급 의무할당 금지와 인사관리 제도 개선도 후속 과제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특정 조직이나 인원에게 평가등급을 기계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의 운영을 지양하고, 인사와 평가제도 전반을 노사가 추가로 논의한다는 내용이다.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는 사과문에서 이번 인사로 직원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준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 취지와 달리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을 위한 사전 조치라는 우려가 제기된 데 대해서도 향후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사 운영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노동조합의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 운영 방안을 재검토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내용도 사과문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인사권자로서 직원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다만 노조가 요구한 내용이 모두 수용된 것은 아니다. 원격지 발령 자체가 철회된 것은 아니며, 보완인사 역시 노사가 합의한 기준에 따라 소명 절차를 거쳐 대상자가 결정된다. 원격지 발령 사전예고 기간과 구체적인 지원 확대 방안도 후속 협의가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철야농성을 종료하되, 보완인사와 제도 개선이 실제로 이행되는지 계속 점검할 방침이다.
박 위원장은 "모든 요구가 완전하게 관철된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이번 인사에 유감을 표명하고 인사 운영과 평가제도 개선을 공식적으로 약속했다"며 "이번 합의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후속 조치와 제도 개선 과정을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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