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에는 멀쩡하던 양파와 감자도 며칠 사이에 눅눅해지고 물러진다. 실내 습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채소를 비닐봉지에 넣어두면 빠져나가지 못한 수분이 안쪽에 머물기 때문이다. 이럴 때 쌀을 다 먹고 버리려던 종이 포대가 돈 들이지 않는 천연 보관함이 된다.
쌀 포대는 여러 겹의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져 습기를 머금고 공기가 오갈 틈도 남겨둔다. 비닐봉지처럼 내부가 막히지 않아 양파와 감자, 고구마처럼 습기에 약한 채소를 담아두기 좋다. 겉에 인쇄된 종이만 벗기고 입구를 접으면 별도의 채소 수납함을 사지 않아도 된다.
◆ 빈 쌀포대 재활용 법
먼저 버리려던 빈 쌀포대 안쪽을 살펴본다. 바닥이나 모서리에 붙어 있는 쌀알과 쌀가루는 포대를 거꾸로 들어 가볍게 털어낸다. 쌀가루가 남아 있으면 장마철 습기를 머금으면서 냄새가 나거나 벌레가 꼬일 수 있다.
포대에 물기가 묻었다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충분히 말린다. 쌀 포대를 물로 씻으면 붙어 있던 종이층이 벌어지고 바닥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먼지가 묻은 부분은 마른 천이나 키친타월로 닦아내는 편이 낫다.
기름이나 음식물이 묻은 포대는 채소 보관함으로 쓰지 않는다. 포대에서 눅눅한 냄새가 나거나 검은 얼룩이 보일 때도 새 포대를 고르는 편이 안전하다.
◆ 인쇄된 겉 종이 벗기기
쌀포대는 겉 인쇄면과 안쪽 종이가 여러 겹으로 겹쳐 있는 경우가 많다. 포대 모서리에서 겉 종이의 끝을 찾은 뒤 천천히 잡아당기면 인쇄된 면만 떼어낼 수 있다.
이때 겉면을 한꺼번에 세게 당기면 안쪽 종이까지 함께 찢어질 수 있다. 먼저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조금씩 벌린 뒤 포대 둘레를 따라 천천히 벗긴다. 안쪽에 남은 두꺼운 종이는 떼지 않고 그대로 둔다.
인쇄면을 모두 벗기면 글자와 그림이 없는 갈색 크라프트 종이 포대가 남는다. 겉 종이가 잘 떨어지지 않는 제품은 억지로 뜯지 않아도 된다. 포대가 깨끗하고 냄새가 없다면 인쇄면을 둔 채 사용해도 된다.
◆ 포대 뒤집고 입구 접기
겉 종이를 벗긴 포대는 안쪽과 바깥쪽을 뒤집는다. 인쇄면이 남아 있다면 글자가 안으로 들어가도록 뒤집어도 된다. 이어 포대 바닥을 손으로 펼쳐 세웠을 때 쓰러지지 않도록 모서리를 반듯하게 잡는다.
포대 입구는 바깥쪽으로 손가락 두세 마디 너비만큼 접는다. 첫 번째 접은 선을 따라 같은 폭으로 두세 차례 돌돌 말아 내리면 입구가 단단해진다. 한쪽만 깊게 접지 말고 앞면과 뒷면의 높이를 맞춰야 포대가 기울지 않는다.
선반이나 수납장 아래에 둘 때는 놓을 공간보다 조금 낮게 접는다. 채소를 자주 꺼내야 한다면 포대 높이를 절반가량 낮춰 입구를 넓게 만든다. 많이 담고 싶다면 위쪽만 두세 번 접어 깊이를 남긴다.
◆ 벗긴 겉 종이를 접어 쌀 포대 바닥에 깔기
앞서 벗겨낸 겉 종이는 포대 바닥 크기에 맞춰 접는다. 접은 종이를 안쪽 바닥에 깔면 양파 껍질과 감자에 묻은 흙을 받아낼 수 있다. 채소 무게가 한곳에 몰리면서 바닥이 처지는 현상도 줄어든다.
바닥을 더 두껍게 만들려면 종이를 두세 겹으로 접어 넣는다. 다만 비닐이나 코팅된 종이를 깔면 바닥에 수분이 머물 수 있어 마른 종이를 쓰는 편이 좋다.
바닥 종이가 축축해졌을 때는 곧바로 꺼내 새 종이로 바꾼다. 포대 밑면까지 젖었다면 채소를 모두 꺼내고 그늘에서 완전히 말린 뒤 다시 사용한다.
◆ 양파·감자·고구마 따로 담기
완성한 쌀포대에는 씻지 않은 양파와 감자, 고구마를 담는다. 흙이 많이 묻어 있다면 물로 씻지 말고 마른 솔이나 키친타월로 가볍게 털어낸다. 표면에 물기가 남으면 쌀 포대 안에서도 채소가 무를 수 있다.
양파와 감자는 같은 포대에 섞지 않고 종류별로 나눠 담는다. 양파에서 나오는 수분과 냄새가 감자의 싹과 부패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구마도 별도 포대에 담아 다른 채소와 맞닿지 않게 한다.
포대 안을 가득 채우는 것도 피한다. 채소가 빽빽하게 눌리면 아래쪽까지 공기가 닿지 않고 물러진 채소를 찾기도 어렵다. 포대 높이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까지만 담고 윗부분에는 빈 공간을 남긴다.
당근은 쌀포대에 담아 장기간 실온에 두기 어렵다. 당근은 수분이 빠지면 표면이 쭈글쭈글해지고 질겨져 종이나 키친타월로 감싼 뒤 냉장고 채소 칸에 넣는 편이 낫다.
◆ 햇빛과 바닥 습기 피해 보관하기
감자와 양파를 담은 쌀포대는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이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둔다. 감자는 빛을 오래 받으면 껍질이 녹색으로 변하거나 싹이 날 수 있다. 양파도 덥고 습한 곳에 두면 뿌리가 자라고 속부터 물러질 수 있다.
싱크대 아래처럼 물이 튀기 쉽고 공기가 갇히는 장소는 피한다. 가스레인지와 전자레인지 옆도 열이 올라가기 때문에 채소 보관 장소로 삼지 않는다. 햇빛이 들지 않는 다용도실 선반이나 통풍되는 수납장이 낫다.
쌀포대를 바닥에 바로 놓으면 종이가 바닥 습기를 빨아들일 수 있다. 낮은 선반이나 받침 위에 올리고 벽과도 손바닥 한 뼘가량 거리를 둔다. 포대 주변을 막지 않아야 공기가 계속 오갈 수 있다.
쌀 포대에 담았더라도 채소 상태는 며칠마다 확인해야 한다. 껍질에 물기가 맺혔거나 손으로 눌렀을 때 물렁한 채소는 곧바로 꺼낸다. 냄새가 나는 채소를 그대로 두면 맞닿아 있던 양파와 감자도 빠르게 상할 수 있다.
껍질이 벗겨졌거나 상처가 난 채소는 따로 빼서 먼저 먹는다. 포대 바닥에 쌓인 흙과 마른 껍질도 수시로 털어낸다. 종이가 눅눅해졌다면 채소를 옮기고 포대를 그늘에서 말린다.
이처럼 쌀을 다 먹고 남은 종이 포대는 습기를 머금고 공기를 통하게 해 장마철 채소 보관으로 쓰기에 가장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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