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72년 만의 역사적인 개막전, 운동기구로 꾹꾹 눌러담은 김라경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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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72년 만의 역사적인 개막전, 운동기구로 꾹꾹 눌러담은 김라경의 진심

일간스포츠 2026-07-24 13:07: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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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기다려왔던 미국길, 짐을 싸는 데에만 8시간이 걸렸다. 세심하게 짐 무게를 재던 김라경(27·뉴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걸 넣으면 분명 오버차지일텐데...'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최소한의 생활품을 제외하고 다시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토록 포기할 수 없었던 '철봉 튜빙' 훈련 기구였다. 

"하체 이동과 견갑골 훈련에 필수 도구라 무조건 챙겨야 했어요. 남들이 보면 유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 나름의 그동안에 해왔던 루틴이 있고, 메이저리그(MLB) 선수들도 필요한 기구라면 무거운 헬스 기구도 비행기로 옮긴다는데, 이 정도는 애교라고 생각해요."

김라경은 그렇게 2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다. 오는 8월 1일 열리는 미국여자프로야구리그(WPBL)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1954년까지 열린 올-아메리칸 걸스 프로야구 리그 이후 72년 만에 열리는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 김라경은 WPBL 뉴욕 팀의 지명을 받아 미국행 티켓을 받았다. 

이번 미국 진출은 김라경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 아니다. WPBL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보스턴에 지명된 포수 김현아, 2라운드 33순위로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은 유격수 박주아 등 국가대표 동료들이 함께 미국 땅을 밟았다. 김라경은 1라운드 전체 11순위, 뉴욕 팀 투수로는 가장 먼저 지명을 받으면서 총 3명이 미국 무대를 누비게 됐다. 과거 일본 실업리그 진출 당시 유일한 한국인 외국인 선수로서 "한국 야구에 먹칠하지 말자"는 무거운 중압감을 홀로 견뎌내야 했던 그는, 이번엔 동료들이 함께 새로운 첫 발을 내딛는다. 

국가대표 김라경. 사진=본인 제공


"(김)현아와 (박)주아는 여자야구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먼저 미국으로 건너가 있어요. 저는 부상으로 국가대표에서 낙마해 이들과 같이 하지 못했는데, 그때 국대에서 현아, 주아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우리들이 미국에서 잘해서, 후배들도 따라올 수 있게 해보자'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즐기자'라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김라경은 "즐기자"라는 이 말에 큰 의미를 뒀다. 그는 '천재 야구 소녀' 시절부터 여자야구의 선구자를 자처했던 선수였다. 김라경은 특출한 재능에 리틀야구 연령 제한을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으로 연장하는 이른바 ‘김라경 특별법’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다. 이후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그는 여자야구 최초로 남자 사회인 구단과 경기하는 외인구단 ‘JDB(Just Do Baseball)’를 창설해 운영하고, 2022년엔 일본 실업야구팀 ‘아사히 트러스트’에 입단해 꿈을 이어갔다. 입단하자마자 부상을 입었지만,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 훈련에 매진하며 미국 프로무대까지 서게 됐다. 

책임감이 없으면 안되는 길. 하지만 그만큼 외롭기도 했다. 항상 한국 여자야구를 위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아래 공을 던져왔다. 하지만 이번 미국 무대는 조금 다르다. 팀은 다르지만 함께 걷는 두 명의 동료들이 있어 외롭지 않다. 그동안 스스로에게 강요했던 과도한 중압감을 내려놓고, 비로소 '야구 자체'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김라경이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일간스포츠 김민규 기자]


"그동안은 한국 여자야구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 책임감을 주입하다 보니 몸이 경직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에는 한없이, 한이 남지 않게 야구를 하고 싶어요. 그래야 내가 바라는 후배들의 길도 더 시원하게 열릴 것 같습니다."

물론, 대충할 생각은 없다. 굳이 무거운 훈련 도구를 캐리어 안에 챙겨 넣은 건, 미국 무대라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자신의 '루틴'을 지켜내고 최상의 기량을 선보이겠다는 집념의 표현이었다. 수술 경력과 단기 계약이라는 현실, 그리고 오빠 김병근(전 한화 이글스)의 조언처럼 "인턴의 마음으로 기회가 오면 무조건 붙잡아야 한다"는 차가운 마인드 컨트롤로 데뷔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 남대문 시장에서 산 한국 문양의 손톱깎기와 키링, 케·데·헌 책갈피 등 동료들에게 줄 기념품도 바리바리 싸서 빠르게 팀에 녹아들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이제 정말 첫걸음이네요. 열심히는 당연하고, 이젠 프로 선수로서, '잘'하겠습니다."

김라경. 선수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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