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모토GP 전반기는 신예의 부상과 베테랑의 귀환, 유력한 우승 후보들의 기복이 교차한 시간이었다.
아이 오구라(트랙하우스)는 데뷔 시즌을 넘어 타이틀 후보로 성장했고, 마르크 마르케즈(두카티)는 시즌 중반까지 벌어진 큰 차이를 빠르게 줄이며 챔피언십 경쟁에 복귀했다. 반면 시즌 초반을 주도했던 마르코 베체키(아프릴리아)는 연속 무득점과 부상으로 흐름을 잃었다. 프란체스코 바냐이아(두카티)는 머신 앞부분에 대한 자신감을 찾지 못하면서 기대했던 수준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전반기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라이더는 오구라다. 오구라는 독일 GP까지 190점을 기록해 라이더 챔피언십 2위에 올랐다. 선두 호르헤 마틴(아프릴리아)과 차이는 14점이다. 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빠른 적응력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주며 트랙하우스와 아프릴리아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최근 흐름은 더욱 강하다. 체코 GP 2위에 이어 네덜란드 GP에서 모토GP 첫 결선 우승을 거뒀고 독일 GP에서도 마르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세 차례 연속 결선 포디엄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결과로 바꿨다.
오구라의 강점은 랩타임보다 결선 전체를 운영하는 능력에 있다. 타이어 상태와 페이스 변화를 읽으며 무리한 추월보다 후반부 경쟁력을 남기는 방식으로 포인트를 쌓았다. 트랙하우스가 팩토리팀 아프릴리아와 대등한 성적을 내는 데에도 오구라의 일관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반기 최고의 반등은 마르크의 몫이었다. 마르크는 이탈리아 GP가 끝났을 때 선두와 102점 차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후 헝가리와 체코, 독일 GP 결선을 제패하며 이를 18점까지 줄였다. 독일 GP에서는 폴포지션과 스프린트, 결선을 모두 가져가며 한 라운드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37점을 확보했다.
작센링 우승으로 통산 10번째 모토GP 독일 GP 정상에 오른 마르크는 자코모 아고스티니의 프리미어 클래스 단일 서킷 최다승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기록과 챔피언십 경쟁력을 동시에 되찾은 경기였다.
전반기 초반에는 부상 회복과 적응 과정에서 기복을 보였지만, 마지막 네 라운드에서는 가장 강한 라이더로 변했다. 특히 제동과 코너 진입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두카티의 경쟁력을 결과로 연결했다. 마르크는 여름 휴식기를 라이더 챔피언십 3위로 맞았고, 후반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올라섰다.
호르헤 마틴의 전반기는 화려함보다 일관성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틴은 204점으로 선두를 지켰다. 독일 GP에서도 스프린트 6위와 결선 5위로 점수를 보태면서 큰 손실을 피했다. 포디엄을 놓치는 경기에서도 상위권 점수를 확보한 것이 전반기 선두의 기반이 됐다.
다만 최근 경기력은 선두라는 위치만큼 압도적이지 않았다. 이탈리아 GP 이후 결선 포디엄은 네덜란드 GP 3위 한 차례에 그쳤고, RS-GP의 앞부분 감각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틴 스스로도 타이틀 경쟁의 유력 후보로 마르크를 지목하며 최근 흐름의 차이를 인정했다.
마틴의 과제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다시 우승 경쟁 속도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큰 실수를 피하는 운영으로 선두를 지켰지만 마르크와 오구라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5위권 성적만으로는 방어하기 어렵다.
파비오 디 지안난토니오(VR46)는 전반기의 숨은 강자였다. 디 지안난토니오는 180점으로 챔피언십 5위에 자리했다. 결선 우승은 없지만 스프린트와 결선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며 선두와의 거리를 24점으로 유지했다. 독일 GP에서는 리타이어했지만 전반기 전체 성과에 대해서는 기대 이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강점은 큰 기복 없이 점수를 가져오는 능력이다. 우승 경쟁의 중심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상위 5명 안에 남았다는 점은 전반기 경쟁력이 일회성 성과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후반기에는 꾸준함을 우승과 연결해야 한다. 포디엄을 넘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결정적인 속도를 보여준다면 타이틀 경쟁의 조연이 아니라 직접적인 후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베체키는 전반기 가장 큰 낙폭을 경험했다. 베체키는 시즌 초반 아프릴리아의 강한 성능을 앞세워 챔피언십 선두까지 올라섰다. 이탈리아 GP가 끝났을 때는 마틴보다 17점 앞서 있었지만 이후 네 라운드에서 13점만 추가했다. 이 기간 결선에서는 점수를 얻지 못하면서 선두를 내줬다.
독일 GP에서는 전도 사고로 쇄골 골절까지 입었다. 챔피언십 점수는 마르크와 같은 186점이지만 후반기 첫 경기 출전 여부와 몸 상태가 불확실해졌다. 속도 자체는 이미 입증했으나 실수와 부상이 타이틀 경쟁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
바냐이아의 전반기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카티의 대표적인 우승 후보로 출발했지만 머신 앞부분에 대한 감각과 자신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스프린트에서는 체코 GP 우승 등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이를 결선의 안정적인 결과로 이어가지 못했다.
마르크가 같은 두카티로 전반기 막판 세 차례 결선 우승을 거둔 점은 바냐이아의 부진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후반기 반등을 위해서는 셋업 개선뿐 아니라 제동과 코너 진입에서 머신을 신뢰할 수 있는 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페드로 아코스타(KTM)는 속도와 결과 사이의 간격을 줄여야 한다. 아코스타는 여러 경기에서 선두권에 접근할 수 있는 공격적인 페이스를 보여줬다. 하지만 KTM의 신뢰성과 일관성 부족까지 겹치면서 챔피언십 경쟁을 이어갈 만큼 점수를 쌓지 못했다. KTM이 엔진 문제와 관련해 규정상 봉인된 엔진을 점검할 수 있도록 경쟁 제조사들에 동의를 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전반기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알렉스 마르케즈(그레시니)는 빠른 속도에도 결과를 온전히 남기지 못했다. 독일 GP에서는 형 마르크와 선두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페이스를 갖췄다고 평가했지만 전도로 결선을 마치지 못했다. 체코 GP에서는 부상 회복을 위해 주말 일정을 중단하는 등 몸 상태도 변수로 작용했다.
일본 제조사 소속 라이더 가운데서는 혼다의 점진적인 회복이 눈에 띄었다. 후안 미르는 체코 GP에서 5위를 해 시즌 초 예상보다 높은 결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다만 혼다와 야마하 라이더들은 아직 여러 서킷에서 반복적으로 포디엄을 다툴 수준까지 올라오지는 못했다.
2026 모토GP 전반기의 주인공은 한 명으로 압축하기 어렵다. 오구라는 신인이라는 한계를 넘어 실제 챔피언 후보가 됐고, 마르크는 시즌 중반까지의 격차를 지우며 가장 위협적인 추격자로 돌아왔다. 마틴은 일관성으로 선두를 지켰고 디 지안난토니오는 꾸준함으로 예상 밖의 5파전에 합류했다. 반면 베체키는 실수와 부상, 바냐이아는 자신감과 결과 부족이라는 과제를 안았다.
후반기에는 순간적인 최고 속도보다 실수를 줄이고 스프린트와 결선에서 꾸준히 점수를 확보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전반기가 새로운 얼굴과 반등한 강자의 등장이었다면 남은 11전은 그 경쟁력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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