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고유가와 중동발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국내총소득도 3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올해 연간 3%대 성장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 회복과 소득 증가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23일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0.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한국은행이 제시했던 전망치인 0.2%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8%를 기록한 만큼 2분기에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한국은행은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로 나눠 발표한다. 이번 속보치는 이용 가능한 기초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첫 번째 집계치다.
2분기 성장을 이끈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었다. 수출은 전 분기보다 1.4% 증가했으며, 순수출은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은 "과거라면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충격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가능했던 상황"이라며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수출이 성장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도 전 분기보다 0.4% 증가하며 성장률에 0.2%포인트 기여했다.
삼성전자의 상품권 환급 행사로 가전제품 소비가 최소 3조원 이상 발생한 데다, 증시 호황에 따른 자산 효과로 백화점과 의류, 가방 등 소비가 늘어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상반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3%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은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평균 마이너스 0.1% 이상만 기록해도 연간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연간 성장률이 3%를 넘어설 경우 2021년 4.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중동전쟁 여파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고, 상반기의 높은 성장률이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국민의 실질 구매력을 보여주는 실질 국내총소득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은 전 분기보다 3.6% 늘어 국내총생산 증가율인 0.6%를 크게 웃돌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5.6% 증가해 1988년 1분기 16.4% 이후 약 3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실질 국내총소득은 국내 생산 활동을 통해 얻은 소득으로 실제 얼마나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 가격 상승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실질 구매력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소득 여건 개선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지만, 동시에 수요 측 물가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 변수로도 작용한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오는 10월 추가 인상 전망이 우세하지만, 다음 달 4일 발표될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8월 연속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며 "앞으로 수요 측에서 발생하는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수요 측 압력을 과소평가해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금융통화위원회까지 국제유가 급등세가 다시 확인된다면 연속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 발표는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3.3원 내린 1466.8원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는 약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899.46원으로 전날보다 7.96원 하락했다. 원·엔 환율이 9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약 1년 8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성장률 개선, 추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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