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모펀드에 1천800억원 투자…국내 대체투자 첫 사례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이 실제로 자산 배분을 국내로 돌리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글로벌 자금 흐름에 미칠 파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운용자산 300조엔(약 2천770조원)에 달하는 GPIF는 지난 21일 일본 사모펀드(PE) 운용사 어드밴티지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10년 만기 펀드에 200억엔(1천812억원)을 투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대체투자를 통해 국내 자산 익스포저를 늘린 첫 사례로, 그동안 말로만 오가던 '자금 회귀'가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그 배경에 GPIF 자산 포트폴리오의 구조 변화가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GPIF는 아베노믹스 시기인 2010년대 초 자산 재조정을 했다. GIP의 국내 채권 보유액은 재조정 이전 7천700억달러에서 5천150억달러로 33% 줄어들었다. 반면 해외 채권 보유액은 1천280억달러에서 4천700억달러로 267% 불어났다.
GPIF의 해외자산 총액은 9천300억달러(1천370조원)로 전체 자산의 절반 안팎이어서 소폭의 재배분만으로도 엔화 가치와 일본 국채 수요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켓워치 칼럼니스트 마이클 크레이머는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고 엔화가 198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이 일본 정부로선 이런 자금 회귀를 유도하기에 적기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2월 기준 미·일 2년물 금리차는 2022년 초 이후 가장 좁혀져 일본 채권의 투자 매력이 이미 커진 상태이다.
달러-엔 환율도 163엔을 넘어 198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기술적으로 추가 상승 시 다음 저항선은 176엔대로 예상된다.
해외자산을 팔아 엔화를 사들이면 엔화 강세와 일본 국채 매수세 확대라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미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 약세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엔화를 빌려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될 경우 위험자산 전반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시장은 아직 이 흐름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5년물 달러-엔 크로스커런시 베이시스는 최근 마이너스 30bp 안팎으로 2021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좁은 수준이다.
엔화 강세 기대가 커지면 일본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 환헤지를 늘리면서 이 베이시스의 마이너스 폭이 확대될 수 있는데, 이는 달러 조달 비용이 비싸지고 시중 유동성이 그만큼 팍팍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마켓워치는 실제로 이 베이시스와 S&P 500 지수가 여러 차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짚었다.
GPIF 리밸런싱을 둘러싼 논의는 지난 10일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이 연기금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밝히며 촉발됐다.
일본 정부가 13일 기본 자산배분 비율 자체를 바꿀 계획은 없다고 부인하며 엔화 가치가 다시 하락했지만, 가타야마 재무상은 14일 GPIF 포트폴리오 재검토 가능성을 재차 거론했다.
이에 소시에테 제네랄은 GPIF 리밸런싱 시 최대 760억달러(약 112조원) 규모 일본 국채 매수가 가능하다고 추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17일 직접 나서 연기금의 국내 투자를 유도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GPIF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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