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픽] 한국산 강제노동 판정 없었다… 12.5% 관세가 겨눈 진짜 표적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로드픽] 한국산 강제노동 판정 없었다… 12.5% 관세가 겨눈 진짜 표적

뉴스로드 2026-07-24 10:17:07 신고

3줄요약

미국이 23일(현지시간) 한국산 수입품에 최대 12.5%의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한국산 제품에서 강제노동이 확인됐거나 국내 기업의 생산공정이 문제가 된 것은 아니다. 제3국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차단할 법과 집행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조치는 미 동부시간 24일 오전 0시 1분, 한국시간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되며 같은 시각 종료되는 무역법 122조의 10% 글로벌 관세를 대체한다. 숫자는 12.5%지만 이번 조치의 핵심은 관세율이 아니라 법적 기반의 변화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대체할 새로운 관세 체계를 무역법 301조를 중심으로 재편하기 시작했다.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상원 재정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2026년 통상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론 와이든(Ron Wyden) 민주당 간사와 마이크 크레이포(Mike Crapo) 상원 재정위원장. [사진=USTR/편집=최지훈 기자]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에서 열린 상원 재정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2026년 통상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론 와이든(Ron Wyden) 민주당 간사와 마이크 크레이포(Mike Crapo) 상원 재정위원장. [사진=USTR/편집=최지훈 기자]

▲제도 공백

미국이 겨눈 것은 한국산 제품이 아니라 한국의 통상제도였다. USTR은 한국을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금지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거나 실효적으로 집행하지 않은 국가로 분류했다. 미국 기준에서 문제는 한국 기업이 강제노동으로 제품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제3국의 강제노동 생산품이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차단할 제도와 집행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무역법 301조는 국제협약 위반이 확인되지 않아도 미국 통상에 부담을 주는 불합리한 관행이라고 판단하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301조가 조사 대상 관행과 직접 관련 없는 상품까지 제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12.5%라도 한국의 구조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 영국·캐나다·인도 등은 기존 관세에 10%를 더하지만, 한국·일본·스위스는 기존 관세를 포함한 총세율이 12.5%를 넘지 않도록 설계됐다. 기존 관세가 2.5%인 품목은 10%만 추가되고, 이미 12.5% 이상인 품목은 이번 301조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은 MFN 세율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통관은 미국 관세율표(HTSUS)상의 Column 1 세율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모든 한국산 제품에 12.5%가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철강·알루미늄·자동차와 부품 등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품목은 제외됐고 일부 농산물·의약품·원자재도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결국 기업이 확인해야 하는 것은 업종이 아니라 품목별 HTS 세번과 기존 관세율, 232조 적용 여부다. 이번 조치의 실제 부담은 산업이 아니라 품목별 통관 구조에서 갈린다.

부산신항 전경.[사진=최지훈 기자]
부산신항 전경.[사진=최지훈 기자]

▲301조 상시화

이번 관세는 강제노동 하나를 겨냥한 조치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루 전 열린 미 상원 재정위원회 청문회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올해 최우선 과제로 무역법 301조 집행을 꼽았다. 강제노동 조사에 이어 구조적 과잉생산 조사도 계속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면 의회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한시적 글로벌 관세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가 301조를 중심으로 새로운 관세 체계를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한국도 과잉생산 301조 조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

301조는 122조보다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 122조 관세는 최대 150일만 유지할 수 있지만, 301조는 산업계 요청과 USTR 재검토 절차를 거쳐 장기간 유지될 수 있다. USTR은 두 차례 공청회와 2100건이 넘는 의견수렴을 거쳤고, 국가별로 각각 독립된 조사 절차를 밟았다. 일부 국가 조치가 법원에서 뒤집혀도 나머지 관세는 유지되도록 관보에 법적 안전장치도 담았다. 이번 조치는 일시적 압박보다 지속 가능한 제재 체계에 가깝다.

한국이 기대하는 '15% 관세'도 법적으로 확정된 상한은 아니다. 한미가 합의한 15%는 상호관세와 일부 232조 관세에 관한 내용일 뿐, 앞으로 부과될 모든 301조 관세까지 제한하는 상한은 아니다. 이번 강제노동 관세가 12.5%에서 끝났다고 해서 이후 과잉생산 301조까지 15% 안에 묶인다는 보장은 없다.

다음 승부는 과잉생산 301조다. USTR이 별도의 상한이나 비누적 원칙을 두지 않으면 추가 관세가 12.5% 위에 더해질 수 있다. 결국 한국 정부의 과제는 이번 12.5%를 낮추는 협상보다 강제노동 수입차단 제도를 정비하고, 과잉생산 관세의 비누적 원칙과 주요 수출품 면제를 협상 문서에 담아내는 데 있다. 12.5%는 이번 관세의 종착점이 아니라 미국 301조 통상체계의 출발점이다.

재그디시 바그와티(Jagdish N. Bhagwati)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법학·국제관계학 석좌교수(University Professor)는 "무역은 예외가 아니라 일관된 규칙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며 "국가의 경쟁력은 관세를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국제 규범에 맞는 제도를 갖추는 데서 나온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