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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 A씨에게 가장 큰 고민은 직장 일도, 자녀 문제도 아니다. 바로 일흔을 앞둔 '아버지'다.
평생 술에 절어 살며 번듯한 직업 한 번 가진 적 없던 아버지 대신, 어머니는 새벽 시장 장사부터 공장 일, 야간 건물 청소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남매를 키워냈다. 하지만 아버지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술에 취할 때마다 폭언과 손찌검을 일삼았다.
견디다 못한 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가 연락을 끊었고, A씨만이 어머니 곁을 지켜왔다. 그러던 지난해 연말, 아버지의 폭행으로 경찰이 출동하며 마침내 분리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집에서 나간 아버지는 반성은커녕 오히려 A씨에게 당당히 생활비를 요구하고 나섰다.
24일 방송된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 같은 A씨의 사연을 통해 가정폭력 피해자의 법적 보호 수단과 성인 자녀의 부양료 지급 의무 범위를 짚어봤다.
이날 방송에는 법무법인 신세계로 조윤용 변호사가 출연해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전했다.
경찰 분리조치 이후에도 아버지 귀가 막을 수 있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연말 아버지의 폭행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아버지에게 퇴거·분리 임시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연락해왔다. 분리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가 급선무였다.
조윤용 변호사는 "임시조치 결정은 보통 2개월씩 내려지고 두 번에 걸쳐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가정폭력 피해자는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고, 이것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임시보호명령을 먼저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 변호사는 두 제도 모두 격리 조치와 접근금지 결정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라며, 분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수십 년 폭력, 증거 없어도 이혼 가능하다
이혼을 고민하는 어머니의 발목을 잡는 건 증거 부족이다. 수십 년에 걸친 폭언과 폭행이지만, 그것을 입증할 자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조 변호사에 따르면, 연말 가정폭력 사건과 그로 인한 별거 사실만으로도 이혼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가사사건은 특성상 가정 내 사정을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재판부도 충분히 고려한다.
이 때문에 가사조사를 통해 혼인 생활을 상세히 살피고, 성인 자녀의 증언도 증거로 받아들이는 것이 실무 관행이다.
조 변호사는 "증거가 없다고 위축되지 말고, 어머니의 억울한 사연들을 잘 정리해서 주장해 보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A씨처럼 오랜 세월을 곁에서 지켜본 자녀의 진술은 이혼 재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버지의 부양료 청구, 법적 근거는 있지만 판단은 다르다
핵심 쟁점은 아버지의 생활비 요구다. 조 변호사는 민법상 부양의무가 1차적 부양의무와 2차적 부양의무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미성년 자녀 부양과 부부 간 상호부양이 1차적 의무라면, 성인 자녀의 부모 부양은 2차적 의무에 해당한다.
2차적 부양의무는 부양의무자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맞는 생활을 영위하고도 여유가 있을 때에 한해, 상대방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정도의 의무다. 따라서 법적 근거 자체는 존재한다.
그런데 판례는 일관되지 않다. 과거 하급심은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았더라도 친족관계에 따른 부양의무 자체는 인정된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
반면 비교적 최근 판례에서는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하고 자녀에게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가한 부모가 뒤늦게 부양료를 청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청구를 기각한 사례도 있다.
결국 A씨의 경우, 아버지가 부양의무자로서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사정이 판단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조 변호사는 내다봤다.
부양료 기각 가능성, 아버지 재산과 A씨 경제 여건이 좌우한다
조 변호사는 부양료 청구가 기각될 수 있는 현실적인 요건도 짚었다.
성인 자녀인 부양의무자에게 부모를 부양할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반대로 부양을 요구하는 부모가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재산이나 연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청구가 기각될 수 있다.
따라서 아버지의 현재 재산과 연금 수급 여부, A씨의 경제 상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조 변호사는 "아버지가 실제 어떤 재산이나 연금이 있는지 현재 재산 상황도 파악되어야 할 것 같고, 사연자님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면 기각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부양료 지급 여부는 과거 아버지의 의무 불이행 사정, 아버지의 현 재산 상태, A씨의 경제적 여건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종합해 판단된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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