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이창호 기자] 한산도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남 통영시 동충2길(항남동). 과거 수많은 어선과 문물, 사람이 드나들며 풍요로운 물산이 넘쳐나던 옛 통영의 중심 항구 거리다. 바다의 활기와 예술가들의 로망이 집약되었던 이 길목 한구석에는 통영이 자랑하는 독특한 음주·미식 문화, ‘다찌’의 오랜 전통을 지켜가는 맛집 ‘벅수다찌’가 자리하고 있다.
통영 여행의 진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바다 향 가득한 제철 해산물 차림과 문화적 서사가 어우러진 이곳으로 발걸음을 돌려볼 만하다.
통영 ‘다찌’ 문화의 기원은 옛 항남동 항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과거 항구에 어선과 선원, 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술과 제철 음식을 함께 즐기던 선술집 형태에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일본식 선술집 문화의 영향을 받아 가볍게 잔을 기울이던 풍경은 점차 바다의 풍부한 먹거리와 결합하며 통영만의 풍성한 한 상 차림 문화로 발전했다. 단골손님의 취향에 따라, 혹은 그날 가장 싱싱한 해산물에 따라 찌개와 회, 해산물 요리가 연이어 차려지던 ‘통영식 오마카세’의 원형이 바로 다찌다.
김순점 대표와 딸 이예림 씨가 2003년부터 이어온 벅수다찌는 단순한 식당을 넘어 통영의 예술적 기운을 품은 특별한 여행지다. 예부터 통영은 예향(藝鄕)이라 불릴 만큼 시인, 화가, 음악가 등 수많은 예술가가 거쳐 간 도시다. 벅수다찌 역시 이러한 예술가들과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가게 내부 곳곳에 걸린 작품들과 예스러운 인테리어는 과거 새벽까지 예술과 삶을 논하던 손님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조미료를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감칠맛을 내는 식재료, 계절마다 새롭게 차려지는 제철 해물 상차림은 식도락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벅수’는 통영 지역에서 장승을 부르는 사투리다. 일반적인 장승과 달리 통영에는 돌로 만든 외쌍(남성) 형태의 독장승이 세워지곤 했는데, 예부터 바다 일을 나가 돌아오지 못하는 남성들의 무사안녕과 기운을 기원하던 지역적 배경이 담겨 있다. 상호명 하나에도 통영의 역사와 서사가 깊게 녹아있는 셈이다.
한때 사라질 위기를 겪기도 했던 다찌 문화는 방송 프로그램 등에 소개되며 통영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로 재조명받았다. 과거 술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현재는 통영 제철 해산물을 다채롭게 맛보는 ‘미식 상차림’ 중심으로 변모해 젊은 여행객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통영의 바다 풍경과 시끌벅적했던 옛 항구의 낭만, 그리고 정성스러운 제철 상차림을 함께 누리고 싶다면 항남동 골목 안 벅수다찌를 찾아가 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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