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7월 16일 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행어음 인가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아직 인가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같은 시기 사업 인가를 추진한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이 먼저 인가를 얻어 사업에 진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선 검찰 수사 등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와 별개로 신사업 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증권사가 이미 인가를 받은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7월 3일 제8차 임시이사회에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신청 승인의 건'을 가결했다.
지난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는 키움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5곳이다. 발행어음은 별도 기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금융위원회(금융위) 인가를 받아 영위할 수 있는 단기금융업무다.
키움증권이 지난해 첫 인가를 받았고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인가를 취득하면서, 발행어음 사업자는 기존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KB증권을 포함해 총 7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신청한 5개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만 아직 인가를 받지 못했다.
발행어음 사업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가기 위한 사업확장의 핵심 기반으로 꼽힌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조달자금의 50% 이상은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운용해야 하고,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은 30% 이내로 제한된다.
실제로 발행어음 등 신규 업무 진출에 따른 수익 다변화가 증권사의 대형화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발행어음 사업 진출을 통해 자금 조달 수단을 다각화 하고 사업 기반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발행어음 인가는 통상 요건을 갖춘 증권사가 금융위에 신청하면 금융감독원 실무심사와 금융위·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논의 등을 거쳐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 요건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의 타당성, 재무건전성, 내부통제, 사회적 신용 등 정성적 요건도 함께 검토된다.
이런 가운데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인가 취득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신청 증권사 가운데 인가를 취득하지 못한 곳은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두 곳이다.
삼성증권은 일부 영업점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제재안에 따라 인가 막바지 단계까지 진입한 뒤 심사가 중단됐다.
메리츠증권은 그보다 더 앞 단계에서 멈춰 있다. 삼성증권은 제재 수위가 확정되면 인가 재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반면, 메리츠증권은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인가안은 금융위 정례회의 직전 관문인 증선위에도 오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울러 2022년 11월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발표하기 전, 일부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의혹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규칙 제2조 제3호에 따르면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으려는 자나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금융위·검찰청·금감원 등의 조사·검사가 진행 중이고, 그 내용이 인가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관련 기간을 심사기간에서 제외한다.
다만 이 지점에서 재량 범위에 대한 판단이 핵심논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규정 제2-3조는 위 조사·검사 등의 기간을 금융위의 심사 중단 가능 기간으로 정하면서도, 소송이나 조사·검사 등의 진행경과 등을 고려해 금융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심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이에 대한 판단의 부담이 될 수 있다. 제재 및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인가 절차가 길어지면 모험자본 공급 확대 속도 역시 그만큼 늦춰질 수 있다. 그러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채 조건부 인가를 내놓을 경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 등이 뒤로 밀렸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비슷한 시기 발행어음 인가를 추진한 증권사들의 심사 진행 단계가 엇갈리면서, 심사 중단과 재개 기준의 예측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인가를 획득한 신한투자증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한투자증권은 1300억원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운용손실 사고로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졌지만 지난해 12월 하나증권과 함께 발행어음 인가를 취득했다.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2024년 8월이며, 금감원이 신한투자증권 법인에 기관경고를 사전 통보한 것은 2025년 10월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제재 수위가 기관경고 수준으로 윤곽을 드러낸 뒤 같은 해 12월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이후 관련 제재에 대한 금융위의 최종 확정은 올해 4월 이뤄졌다.
비록 제재와 수사 중인 사안은 차이가 있지만, 내부통제 사고가 있었던 신한투자증권은 최종 제재 확정 전 인가를 받은 반면, 수사 중인 사안이 남은 메리츠증권은 심사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계 전문가는 수사에 관한 당국의 신중함은 인정하면서도 재량 범위에 대해서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제재 처분이 발행어음 인가 금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심사가 가능하지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은 당국이 결과를 기다리면서 신중히 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수사 중이라는 사유만으로 심사를 중단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절차에서는 무죄추정원칙을 생각할 수 있지만, 인가는 행정처분이고 행정은 합법성뿐만 아니라 합목적성도 고려한다"며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 심사를 중단하는 것은 행정청의 재량 범위이고, 규정이 '중단할 수 있다'는 재량의 문제로 운영되는 만큼 심사를 멈춘 데에 대한 재량 일탈 논란이 제기될 여지는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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