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이름이 널리 알려진 도시보다, 지역 주민의 생활과 문화가 남아 있는 소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행의 기준이 유명 명소 방문에서 지역 안에서 보내는 시간과 경험으로 옮겨가면서, 고유한 정체성을 간직한 도시들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27 관광 트렌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경험 기반 체류형 여행’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장소를 소비하는 방식보다 한 지역에 머무르며 일상을 체험하는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소비 패턴에서도 드러난다. 숙박일수 증가, 지역 식당 이용 확대, 소규모 체험 프로그램 참여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과밀 관광에 대한 피로, 환경 부담, 획일화된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방문객들은 더 이상 비슷한 풍경을 반복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지역만의 서사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선택한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은 뚜렷하다. 강원 양양은 서핑 문화와 로컬 카페가 결합되며 젊은 여행자의 체류 시간을 늘렸고, 전북 고창은 농촌 체험과 슬로우 관광을 결합해 가족 단위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한 지역 브랜딩이 효과를 내고 있는 사례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 나오시마가 대표적이다. 작은 섬이지만 현대미술을 기반으로 한 도시 재생 전략을 통해 연간 수십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한다. 지역 주민과 예술 프로젝트가 결합된 구조가 관광의 지속성을 높였다. 스페인의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 역시 주목할 만하다. 대도시에서 떨어진 와인 산지이지만, 소규모 와이너리 투어와 숙박형 프로그램을 통해 고부가가치 관광 모델을 구축했다. 방문객 한 명당 소비 금액이 일반 관광지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이처럼 소도시는 규모의 한계를 강점으로 전환한다. 방문객 수를 무작정 늘리기보다, 머무는 시간과 경험의 깊이를 키우는 전략이 작동한다. 이는 지역 경제에도 안정적인 영향을 준다.
결과적으로 관광 산업의 경쟁 기준이 바뀌고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며 무엇을 경험했는지가 중요한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소도시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관광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의 색을 살리는 전략, 콘텐츠보다 ‘생활’이다
소도시 관광의 매력은 새롭게 만든 시설보다 오래 이어온 지역의 생활 방식에서 나온다. 오래된 시장, 골목 상점, 지역 음식, 주민들의 일상은 그 자체로 여행 자원이 된다. 중요한 것은 기존 모습을 지키면서 방문객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확인된다. 체험 프로그램 참여율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고, 지역 특산물 소비 비중도 확대됐다. 이는 관광 수익이 대형 사업자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으로 분산되는 구조를 만든다.
소도시의 경쟁력은 꾸며진 이미지보다 실제 생활에서 나온다. 지나친 개발은 오히려 지역이 가진 매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여행자는 완성된 상품보다 지역의 문화와 시간이 자연스럽게 담긴 경험을 선호한다.
지역 주민의 참여도 중요하다. 외부 자본만으로 운영되는 관광보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민이 지역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갈 때 방문객과의 관계도 깊어진다.
관광 정책 역시 변화하고 있다. 시설 확충만을 우선하기보다 지역 문화 보존과 지속 가능한 운영 방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도시 관광의 경쟁력은 개발 규모보다 지역성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오래 머무는 여행, 지역 경제를 다시 설계하다
체류형 관광은 지역 경제의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방문객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숙박, 음식, 체험, 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가 발생한다. 관광 수익이 여러 사업장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통계에 따르면 체류 기간이 하루 늘어날 경우 관광 소비는 평균 1.7배 증가한다. 특히 소도시에서는 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대형 체인보다 지역 상점 이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숙박 문화도 변하고 있다. 대형 호텔 중심의 여행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숙소, 장기 체류 공간, 개성 있는 숙박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지역 주민에게 새로운 경제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소도시 여행은 방문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생활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여행자는 그곳의 문화와 사람을 가까이 접하면서 더 깊은 만족을 얻고,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기억한다.
결국 소도시 관광은 규모 경쟁보다 지속 가능한 발전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역이 가진 자원을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향이 앞으로 관광 산업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소도시는 더 이상 대형 관광지 주변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 고유의 문화와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여행 경험을 만들어내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에서 벗어나 오래 머물고 지역을 느끼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소도시는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숨은 매력은 더욱 선명해지고, 지역만의 개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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