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는 피할 수 있어도, 방심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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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는 피할 수 있어도, 방심은 피할 수 없다!”

투어코리아 2026-07-24 03:59: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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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긍환 충남 공주소방서장.
▲오긍환 충남 공주소방서장.

[투어코리아=류석만 기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우산을 펼친다.

그러나 재난은 우산 하나로 막을 수 없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조금 거세졌다고 해서 두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소방관에게 굵어진 빗방울은 또 다른 의미다.

계곡의 수위가 얼마나 빨리 오를지, 어느 지점이 먼저 잠길지, 어떤 마을에 대피 문자를 보내야 할지, 그리고 누군가는 구조를 기다리게 될지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신호다.

자연은 언제나 경고를 먼저 보낸다.

우리가 그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다.

불과 며칠 전 공주에도 시간당 수십 밀리미터의 폭우가 쏟아졌다. 정안면과 사곡면에는 산사태 위험이 커지면서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고, 동학사 일대는 토사 유출과 상수도 시설 피해로 일상이 멈춰 섰다.

하천은 순식간에 불어나 산책로를 집어삼켰고, 도로는 토사와 빗물에 막혀 통제됐다.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을 합쳐 150여 건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무엇보다 다행이었던 것은 선제적인 대피와 현장 대응으로 큰 인명피해를 막아냈다는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동학사산악구조전문의용소방대와 신풍면남성의용소방대를 비롯한 많은 소방력이 빗속에서 쓰러진 나무를 치우고, 범람한 도로의 배수를 실시하며, 위험지역 주민들의 대피를 도왔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비였지만,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시간이었다.

사실 공주시는 이미 수해의 아픔을 경험한 도시다.

2023년 기록적인 집중호우는 하천을 범람시키고 도로와 농경지, 주택을 덮쳤으며, 시 전역에서 769개 시설이 피해를 입어 1천억 원이 넘는 복구사업이 추진될 정도의 큰 상처를 남겼다.

시간이 흘러 도시는 복구됐지만, 자연은 그 위험을 잊지 않았다.

기후는 변하고 있다.

이제 집중호우는 하루 종일 내리는 비가 아니라 짧은 시간에 도시를 마비시키는 '극한호우'​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평소 발목도 적시지 않던 하천은 몇 분 만에 사람을 삼킬 급류가 되고, 익숙한 지하차도는 순식간에 탈출이 어려운 공간으로 변한다.

재난은 예고하지만, 사고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소방 현장에서 마주한 수많은 사고는 대부분 자연보다 사람의 방심이 키웠다.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

"이 정도 물은 지나갈 수 있겠지.“

"금방 그치겠지.“

이 짧은 판단이 구조 요청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특히 침수된 도로는 육안으로 깊이를 판단할 수 없다. 불과 30cm 정도의 물만으로도 차량은 제어력을 잃거나 떠오를 수 있고, 문은 수압 때문에 쉽게 열리지 않는다.

계곡과 하천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있는 곳에 비가 오지 않아도 상류에 내린 비는 순식간에 거센 급류를 만들어 대피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중호우가 예보되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침수된 도로나 지하차도는 절대 진입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계곡과 하천, 산책로, 둔치 주차장에서는 즉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셋째, 기상특보와 재난안전문자, 지방자치단체의 대피 안내는 선택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약속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넷째, 가족과 함께 대피 장소를 미리 확인하고 손전등, 보조배터리, 생수 등 최소한의 비상용품을 평소 준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온다.

그러나 피해는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명하게 구분한다.

소방은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바라는 현장은 구조가 필요한 현장이 아니라, 누구도 구조를 요청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현장이다.

올여름에도 비는 다시 내릴 것이다.

우리는 비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방심은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경계심 하나가, 사랑하는 가족의 오늘과 내일을 지켜내는 가장 든든한 우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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