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입성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힘 복당을 모색 중인 가운데 당 안팎에서 본격적인 공세와 견제가 시작됐다. 보수 진영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은 물론이고 총선 공천권이 달린 차기 당권을 노리는 중진들도 저마다 독자적인 움직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얼씬도 말라" 맹공 퍼붓는 안철수…이준석도 견제구
4선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동훈 의원의 국민의힘 복당을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며 "이번에 추경호 대구시장 재판에 증인으로 진술한 후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반응을 접하고 "한 의원이 복당한다면 당이 어떻게 혼란에 휩싸일지 그 예고편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 의원은 12월 3일 비상계엄을 막는 데 동참했지만 그날 밤 계엄을 막은 것은 결코 한 의원 혼자가 아니다"라며 "왜 그날의 역사가 오직 한동훈 한 사람의 영웅 서사가 돼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본인의 서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사실을 증언한 동료 의원을 공격해도 되고 국민의힘이 '내란 정당'으로 몰려도 상관없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안 의원은 추 시장 계엄 해제 표결 방해 관련 재판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라고 처음 공지한 인물은 한 의원이라고 증언했다. 이를 두고 안 의원과 한 의원 간 거센 설전이 벌어진 바 있다. 한 의원은 당사에서 국회로 정정한 뒤 자신이 의원들을 이끌고 국회에 직접 갔다고 주장한 반면 안 의원은 있는 그대로 진술했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친한계 인사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안 의원은 "한 의원이 당 밖에 있는 데도 이 정도인데 그가 복당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 불 보듯 뻔하다"며 "한 의원의 입장과 조금만 어긋나면 공격해야 할 사람으로 낙인찍고 조리돌림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의원은 이제 우리 당에는 얼씬도 하지 말기 바란다"며 "혹시 창당을 생각하고 있다면 응원하겠다"고 비꼬았다.
안 의원의 이 같은 공세는 단순히 한 의원과의 '진실게임' 때문만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의원과 친한계를 한데 묶어 공격하면서 당내 다수를 점하고 있는 친윤계와 강성 지지층, 그리고 한 의원의 복당에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들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안 의원은 지난 17일 제헌절에는 잠실 올림픽공원을 찾아 청년들을 만나기도 했다.
한 의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13일 "12·3 계엄의 상처를 가장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세력 안에서 만약 누군가 그 상처를 자양분 삼아 본인의 정치를 하려 했다면 정말 마음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지적한 '한동훈 영웅 서사 만들기'를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이어 "국민의 상처는 누구의 정치적 자양분도 될 수 없다"며 "다시는 대한민국의 상처로 남은 계엄을 자신의 정치적 분칠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특히 자신의 분칠을 위해 다른 사람을 모해까지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경계한다"고도 했다.
당권파, 징계로 친한계 압박…장동혁은 연일 韓 직격
올해 초 한 의원을 제명하고 친한계 인사들을 징계했던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최근 징계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지방선거 때문에 잠시 중단했던 절차를 재개하는 것이란 입장이지만 사실상 한 의원과 친한계를 다시금 겨냥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리위는 장 대표나 당에 대한 단순한 비판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지만 '지나치게 의도성이 있고 반복적으로 당대표 또는 당의 정상적인 운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로 판단될 경우'를 예외로 설정했다. 징계를 최소화할 것을 시사하면서도 판단의 기준은 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지난 3월 한 의원의 대구 방문에 동행했거나 부산 북갑 재보선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친한계 인사들, 국회부의장 선거 과정에서 불복 논란에 휩싸인 조경태 의원 등이 징계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 15일 유튜브 펜앤드마이크TV에 출연해 한 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폈다. 그는 안철수-한동훈 의원 간 설전과 관련해 "안 의원의 증언이 틀렸다고 계속 주장하는데, 추경호 시장이 내란 공범으로 처벌을 받으라는 건가"라며 "국민의힘을 내란정당으로 몰아서 해산시키겠다는 것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한 의원의 복당을 응원하던 의원들도 이제 복당을 언급할 만한 명분을 상실했다고 본다"며 "범죄 행위로 제명당한 사람에 대해서 복당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일에도 "(한 의원은) 범죄 행위로 제명한 것이지 해당 행위로 제명을 당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김지호 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보수 진영 재편 과정에서 한 의원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장 대표가 결사반대 입장을 거듭 재확인하면서 그렇잖아도 상존해 있는 이른바 '한동훈 포비아'와 맞물려 한 의원의 복당은 당분간 난기류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이 "순서를 지키고 시간을 보고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속도조절론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으로 보인다.
하나 둘 씩 몸 푸는 중진들…차기 당권 쟁탈전 나서나
장 대표의 거취가 불안정하고 한 의원의 복당에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내 중진들이 조금씩 독자 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물밑 경쟁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5선의 권영세 의원은 지난 15일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장 대표와 한 의원에 대해 "두 사람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동시에 저격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 의원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다는 것이 본인이 내세우는 거의 전부고, 보수가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되는지에 대해 한마디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대표 가족이 익명 게시판에 들어와 익명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당대표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이런 부분들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당장 복당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동시에 장 대표에 대해서도 "대표로서 책임을 지는 게 원칙이고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해서 우리 당을 바꾸는 게 급한데 이런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장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지금 당이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을 하지 않는다"며 "장외로만 도는 부분은 선거 승리 기반을 만드는 데 있어서 굉장히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같은 5선의 나경원 의원은 장 대표와 윤리위 징계에 쓴소리를 내면서 당의 중심을 잡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7일 중앙일보 정치 토크쇼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 출연해 "징계는 최후의 카드고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잠실 올림픽공원 집회에 집중하고 있는 장 대표에 대해 "리더라면 110명 의원을 다 같이 움직이게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차기 당권 도전과 관련해 "전당대회를 언제 할지도 모르고 지금은 말하기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어느 자리에서든 당에 기여하려고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모든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폴리뉴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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