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순간의 사고가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병상에 누운 시간 동안 벌어진 낯선 혼인신고, 그리고 사망 이후까지 이어진 거액 자금의 흔적이 뒤늦게 드러났다. 남겨진 가족은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기록들과 마주하게 됐다.
화려한 SNS 계정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 역시 충격을 더한다. 수십 대 슈퍼카와 명품으로 포장된 일상, 그리고 그를 믿고 돈을 보낸 수많은 사람들. 화면 속 삶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며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 의식불명 상태에서 이뤄진 혼인신고, 그리고 사라진 9억 원
평범했던 아침, 출근을 준비하던 김혜란(가명) 씨는 अचानक 뇌출혈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긴 시간 병상에 머문 끝에 세상을 떠났다. 가족에게 남은 것은 긴 간병의 기억뿐이었다.
하지만 장례 이후 예상치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혜란 씨가 의식을 잃은 지 2년이 지난 시점에 남자친구였던 조태형(가명) 씨와 혼인신고가 완료되어 있었던 것이다.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진행된 법적 관계 형성은 가족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망 후 5개월이 지나도록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 확인됐고, 이를 계기로 계좌 내역을 확인한 가족은 또 다른 의문과 마주했다. 보험금과 배상금 등 약 9억 원 규모의 자금이 여러 차례 인출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사용 내역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 병상에 있던 시기부터 사망 이후까지 유흥업소에서 결제된 금액이 수천만 원에 달했고, 출처가 불명확한 계좌로 거액이 송금된 기록도 확인됐다.
조 씨는 오랜 기간 간병을 이어왔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가족 측은 배상금을 노린 계획적 접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로 다른 주장 사이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 ‘반값 명품’의 유혹, 100억대 피해로 번진 SNS 사기
SNS에서 ‘슈니’(가명)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는 14만 명의 팔로워를 기반으로 화려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고급 차량 여러 대와 명품 브랜드 VIP 대우를 강조한 게시물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는 일부 팔로워들에게 특별한 제안을 건넸다. 구하기 어려운 명품을 절반 가격에 제공하겠다는 방식이었다. 커뮤니티에는 물건을 받았다는 후기까지 올라오며 신뢰가 빠르게 쌓였다.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돈을 입금한 구매자들이 수개월이 지나도록 물건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추가 구매 시 빠른 배송을 약속하는 ‘합배송’ 방식으로 입금을 유도했고, 환불과 인증을 병행하며 의심을 잠재웠다.
피해자는 100명 이상, 금액은 약 100억 원대로 추정된다. 일정 시점까지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이도록 연출된 구조가 피해를 키웠다.
결정적인 반전은 정체였다. 외모와 일상으로 알려진 이미지와 달리, 실제 운영자는 남성이라는 증언이 제기됐다. 지난 3월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춘 이후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의식을 잃은 시간 동안 벌어진 관계의 변화와 사라진 자금, 그리고 SNS 속 허상을 이용한 대규모 사기 의혹까지. 서로 다른 두 사건은 믿음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3일 저녁 9시에 방송되는 MBC ‘실화탐사대’는 이 모든 과정의 이면을 추적하며 감춰진 사실들을 하나씩 드러낸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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