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보의 귀재 정관장이 선택한 전통 증류식 소주 브랜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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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의 귀재 정관장이 선택한 전통 증류식 소주 브랜드는?

에스콰이어 2026-07-23 18:00: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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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타지 않은 53도 오크 배럴 원주에 지삼을 우렸다.

물을 타지 않은 53도 오크 배럴 원주에 지삼을 우렸다.

정관장은 리브랜딩의 성공 사례로 늘 거론되곤 한다. 워너브라더스와의 캐릭터 협업으로 '활기력 슈퍼히어로박스'를 출시해 3만 세트를 완판 시켰고,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브랜드 라라스윗과 손잡고 '홍삼 아이스 마카롱'을 만들기도 했다. 장년층을 위한 홍삼 브랜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힘겨운 노력들이었다. 그러나 그 많은 콜라보레이션 중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주류와의 협업이었다. 정관장이 주류 브랜드와 협업하겠다고 나섰을 때 업계가 놀란 이유다.

정관장이 선택한 주인공은 강화도의 류증류소. 증류 원주와 6년근 지삼이 만나 탄생한 프리미엄 홍삼주를 신라면세점 제주점과 온라인 면세점에서 단독으로 선보인다. 전통 원료와 크래프트 증류 기술이 만난 이 술이 과연 프리미엄 기념품 카테고리의 한국 전통주 부문을 재편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6년근 '지삼', 뿌리째 담긴 희소성의 정체

정관장 홍삼은 뿌리의 내부조직 치밀도, 체형, 색택, 표피 상태에 따라 엄격한 등급 기준으로 선별된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사람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은 '천삼(天蔘)'으로, 전체 홍삼 생산량 중 1~2%에 불과한 희귀품이며 600g에 300만 원을 넘나드는 최고급품이다. 그 아래 등급이 바로 이번 제품에 쓰인 '지삼(地蔘)'이다. 천삼만큼 극도로 희귀하지는 않지만, 정관장이 100% 계약 경작으로 재배한 국내산 6년근 인삼 가운데서도 내부 조직이 치밀하고 형태가 우수한 상위 등급으로만 선별했다. 인삼은 6년을 키우는 동안 사포닌, 홍삼다당체, 아미노당 등 유효성분이 응축되는데, 뿌리를 자르거나 농축액으로 추출하지 않고 원물 그대로 병 안에 담는 방식은 이 응축의 결과물을 시각적으로도 고스란히 보여주려는 선택이다. 홍삼을 향이나 추출물의 형태로만 소비해온 기존 제품들과 달리, 류 레드 53은 원물 자체를 하나의 조형 요소로 세워 시각으로 즐기는 마시기 전의 경험을 설계했다.

류 레드 53의 패키징.

류 레드 53의 패키징.

오크 숙성이 원주에 남기는 시간의 흔적

RYU RED 53의 맛을 결정하는 또 하나의 축은 오크 숙성이다. 오크통 숙성의 원리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향의 이전이다. 오크 나무의 리그닌 성분이 분해되며 바닐린이라는 향미 성분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이 증류주에 흡수되며 바닐라·캐러멜 계열의 향을 형성한다. 둘째는 산화와 농축이다. 오크통은 완전히 밀폐되지 않아 미세한 산소가 통과하며 술을 부드럽게 산화시키는 동시에, 저장 중 일부 수분과 알코올이 자연 증발(엔젤스 셰어)하면서 남은 술의 향과 맛이 더 응축된다. 셋째는 시간에 따른 층위의 형성으로, 통상 2~3년 숙성 시 오크 특유의 기본 향과 색이 부여되고, 5~10년이 되면 바닐라·견과류·과일향이 복합적으로 쌓이며, 그 이상 장기 숙성되면 캐러멜과 가죽 같은 묵직한 향까지 형성된다.

RYU RED 53은 이렇게 오크에서 숙성된 증류 '원주'를 사용했다는 점이 특징. 원주란 물을 타 도수를 낮추기 전, 증류 직후 오크통에 넣어 숙성시킨 고농축 상태의 원액을 뜻한다. 위스키 업계에서 원주는 최종 제품의 개성과 깊이를 결정하는 핵심 자산으로 취급되는데, 희석 이전의 원주를 그대로 활용하면 오크가 남긴 향과 구조감을 손실 없이 온전히 담아낼 수 있다. 여기에 지삼 특유의 쌉쌀한 풍미와 은은한 단맛이 더해지면서, 고도수 특유의 강한 자극 대신 길고 묵직한 여운이 완성된다.

오크 배럴에서 숙성한 소주와 지삼의 용출액들이 만나면 놀라운 묵직함이 만들어진다.

오크 배럴에서 숙성한 소주와 지삼의 용출액들이 만나면 놀라운 묵직함이 만들어진다.

RYU 증류소, 강화의 물과 바람으로 빚는 현대식 소주

류(RYU)는 인천 강화군 화도면 마니산로에 자리한 농업회사법인이다. '강 아래 아름다운 고을'이라는 뜻을 가진 강화도는 온화한 기후 속에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우물과 맑은 자연을 품은 섬으로, RYU는 이 지역의 영기 서린 마니산에서 독자적으로 채취한 효모만을 사용해 양조하고 증류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 암반수와 해풍을 맞으며 자란 강화 쌀을 원료로 술을 빚는다는 걸 생각하면 지역성을 최대한 끌어올린 셈이다. 브랜드명인 'RYU'는 '무리 류(類)'와 '흐를 류(流)'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이 모이면 무리를 이루고, 그 무리가 새로운 방향과 흐름을 만든다는 뜻으로, 전통 양조 문화를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오늘의 감각으로 재해석해 한국 술 문화의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겠다는 지향을 담았다.

현재 RYU는 세 갈래의 제품 라인을 생산 중이다. 고도수 프리미엄 증류주 'RYU 40 ORIGIN'은 위스키처럼 천천히 음미하도록 설계됐고, 전통 증류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RYU 24 CLASSIC'은 식중주로서의 균형미를 추구한다. 여기에 소주와 진(Gin)의 경계를 허문 'WEST SEA 25'까지, RYU는 증류 방식과 향미 설계, 심지어 마시는 방식까지 각 제품마다 독립된 스토리를 부여하며 한국 증류주의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런 실험적 행보는 2025년 APEC CEO 서밋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는 성과로 이어지며, 한국 크래프트 증류주의 국제적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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