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129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월드컵이 끝났다. 이번 월드컵도 역시 메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결승전에서 스페인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했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아르헨티나는 스페인에게 그야말로 발렸다. 로드리는 축구 역사상 공격수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발롱도르를 수상한 유일무이한 축구선수인데,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공격과 수비를 총괄하는 중원 사령관으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메시와 로드리 말고도 케인, 벨링엄, 음바페, 홀란, 비니시우스, 모드리치 등 일명 슈퍼스타들이 제역할을 해준 월드컵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웠다. 물론 호날두와 네이마르는 초라하게 퇴장하게 됐고, 야말은 기대치에 비해 활약이 미미한 편이었다.
| 박성준 센터장: 이번에 그런 분들이 굉장히 많았던 이유가 뭐냐 하면 이름값 있는 스타들이 이름값을 했다. |
| 박효영 기자: 그렇다. 초 슈퍼스타들이 잘해주니까 월드컵을 보는 게 우리나라 경기와 상관없이 트렌드처럼 됐다. |
박성준 센터장: 기존의 다른 대회하고 다르게 슈퍼스타들이 슈퍼스타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이번 오목렌즈 대담(20일 19시반)에서는 한 달 넘게 전세계 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월드컵 이야기를 나눠봤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처음 모습을 보였던 메시가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다만 아르헨티나가 준우승을 차지해서 슬퍼하고 있는 메시의 표정을 볼 수 있다. <사진=이스트러더퍼드 AP통신>
월드컵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 대표팀의 결과가 신통치 않아 실망감이 컸다. 그러나 한국의 32강 진출 실패가 확정된 이후로는 ‘월드컵의 재미’가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토너먼트에서는 역대급 경기가 속출했고, 축구팬으로서 감동 받을만한 서사가 있었고, 축구를 보는 본연의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토록 만끽할 수 있었던 월드컵이 끝나니 뭔가 시원섭섭하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미국과 시차가 많이 나는 한국 축구팬들은 월드컵 보느라 밤샘을 많이 했을텐데 이제 달라졌던 패턴을 다시 원위치 시키려면 한참 고생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효영 기자: 한 달 넘게 밤잠을 설치던 월드컵이 끝났다. 근데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한국에서는 야구와 축구가 중요한데 둘 다 좋아하는 스포츠팬들은 야구와 축구에 쏟는 그 에너지와 시간이 굉장히 크고 많다. 어떨 때는 과몰입해서 힘들기도 하다. 거기에 쏟은 시간과 에너지의 기회비용만 아니었으면 다른 취미생활을 여러 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또 삭막한 일상에서 야구와 축구가 있기 때문에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다. |
박성준 센터장: 야구는 일단 주 5일 하루에 3시간씩을 투자해야 되고, 축구는 그 정돈 아니지만 야구와 달리 범위가 넓다. 축구계 흐름을 알려면 전세계에 챙겨봐야 할 리그들이 많다. 나는 이전부터 말씀드렸지만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다보니) 보는 재미로 하는 재미를 대신하는 사람이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월드컵을 새벽에 라이브로 챙겨보지 못했을 것이다. |
| 박효영 기자: 윤동욱 기자 같은 경우에는 스포츠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는 편임에도 퇴근하고 월드컵 하이라이트는 챙겨봤다고 했다. 오늘이 월요일 저녁인데 나는 결승전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4시가 아니라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으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8강전과 4강전 몇 경기를 라이브로 못보고 하이라이트와 각종 리뷰 영상들로 대신 했는데 참 아쉬워서, 결승전 만큼은 꼭 풀타임 생중계로 보고 싶었다. 근데 한 22시반에 잠들어서 3시반에 알람 맞춰놓고 일어나야지! 이게 쉽지가 않다. 원래 올빼미 스타일이기도 해서 그냥 축구 유튜브 채널들을 돌려가며 밤을 새다시피해서 새벽 4시까지 버텼다. 연장까지 갔던 결승전 끝나니 아침 7시가 넘었다. 다음날 일정을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
| 박성준 센터장: 그래도 4년에 한 번이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다. 월드컵이 끝나서 좀 시원섭섭하다. 이렇게 몰입하면서 새벽을 불태운 적이 오랜만이기도 하고. 스레드 보니까 라이트하게 축구를 4년에 한 번씩 보는 여성팬들도 새벽에 잠 안 자고 깨어 있는 사람? 댓글 달아달라! 이런 게시물이 많았는데 축구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월드컵 결승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
정치, 사회, 연예, 스포츠, 경제 가릴 것 없이 특정 분야에서 탑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관심 없는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모를 수가 없다.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유독 슈퍼스타들이 많았다. 박 센터장은 “축구나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도 음바페가 이번에 10골을 넣어서 두 대회 연속 득점왕을 했다더라. 뭐 메시가 전력이 약한 아르헨티나를 두 번 연속 월드컵 결승으로 이끌었다 등등 이런 얘기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묘사했다.
우리처럼 새벽 4시에 라이브로 챙겨보는 스포츠광이 아니더라도, 축구를 안 좋아해도, 국뽕과 무관하더라도 월드컵은 챙겨보는 좀 그런 게 되지 않았나 싶다. 국내에선 야구 인기가 많은데 국가대표 야구 대항전인 WBC에서 한국이 떨어진 뒤로 엄청 많은 사람들이 그 이후 타국들의 토너먼트를 챙겨보진 않는다. 그러나 월드컵은 100년간 축적돼온 파급력과 흥행 요소가 있기 때문에 월드컵 자체를 즐기는 소비층이 훨씬 넓다. 유명한 스타들의 팀이 빨리빨리 탈락해서 별로 활약을 못 했으면 관심이 빨리 식었을텐데 8강, 4강, 결승까지 스토리가 만들어졌고 마지막에 메시와 야말의 대결이 되면서 굉장히 이슈가 됐다.
사실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결승전은 야말이 아니라 로드리가 주인공이었다. 로드리가 이끄는 스페인의 중원 싸움에서 아르헨티나가 많이 밀렸다. 이게 월드컵 결승전이 맞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스페인이 아르헨티나를 압도했는데 그 배경에는 로드리가 있었다. 박 센터장은 “정말 대단한 선수인 게 100년 가까운 월드컵 역사에 1골도 안 넣고 골든볼 받은 선수는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근데 정말 세계 최고의 수문장이라는 이름을 골키퍼가 아니라 로드리한테 붙여줘야 될 것 같다.
오히려 메시 위주로 종교적 응집력과 단합력을 보여준 아르헨티나의 축구 전략이 먹혔다고 볼 수 있다. 무슨 말이냐면 5대 0으로 져야 할 경기를 1대 0으로만 졌기 때문이다. 결승전이 그렇게 끝나고 메시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허탈해했다. 다가오는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야말이 찾아오자 벌떡 일어나 안아줬지만 이내 다시 주저앉았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스페인 선수들이 축배를 들 때 메시는 먼산을 보듯 위를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박 센터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발롱도르 8회 수상, 챔스 우승, 라리가 우승, 득점왕, 역대 골 기록, 월드컵 골든볼 수상 등등 모든 걸 이뤄낸 메시도 국가대표 우승이 없어 아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특히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게 정말 아까웠을 것이다. 오히려 라이벌 호날두가 2016년 포르투갈의 유로 대회 우승을 이뤄냈다. 하지만 메시도 2021년 30여년만에 아르헨티나의 코파아메리카 우승을 거머쥐었고, 4년 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축구 역사상 펠레를 뛰어넘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가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준우승에 머무르자 비통한 눈물을 흘리더라.
전세계 축구팬들이 메시의 슬픔과 눈물을 바라보면서 “모든 걸 가진 메시조차도 패배를 받아들이는 게 참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런 영웅적인 서사를 갖고 있는 슈퍼스타들은 패배를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안 좋으면 더욱더 설움이 북받친다. 이런 게 인간이고 이런 게 인생이다. 메시가 20년 넘게 활약한 모습을 전세계인들이 봤기 때문에 더 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번에 누가 그러더라. 굉장히 잘한 메시는 울고, 그냥 스페인에서 골은 별로 못 넣고 열심히 돌아다니기만 했던 야말은 웃었다고. 야말은 음바페나 홀란과 같이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 이후 후계자 반열에 올랐던 선수인데 그런 신의 영역에 가려면 좀 더 많이 성장해야 된다. 아직 멀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10년 넘게 보여줘야 하고 기량이 조금이라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최전성기를 유지해야 한다.
그야말로 스페인의 전성기가 다시 도래한 것만 같다. 2008년 유로 대회,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12년 유로 대회를 3연속 우승한 티키타카의 스페인이 로드리의 질식 축구로 진화했다. 이미 야말의 등장을 알린 2024년 유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이번 북중미 월드컵까지 씹어먹었다. 2028년 유로 대회와 2030년 월드컵까지 점령할 기세다. 박 센터장은 “스페인의 경기력이 가면 갈수록 살아나고 팀워크가 살아나고 궁극으로 4강과 결승전에서는 무슨 프랑스랑 아르헨티나라는 팀을 완전히 발라버리듯이 농락하는 것 같더라”며 “거의 그런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스페인을 일찍이 우승 후보로 점찍어둔 이유가 수비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수비력의 수준이 거의 질식시키겠더라? 질식 축구라고 하니 과거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식 티키타카 축구를 스페인이 그대로 가져와 가지고 2010년대를 호령했는데 거기서 좀 더 진화한 버전2 같다. 분명 버전업이 됐다. 로드리의 중원 장악으로 상대를 질식시키는 축구. 상대가 볼을 잡지 못하고 잡더라도 금방 압박해서 뺏어버리는 축구다. 지금 스페인이 무서운 건 주전 멤버들이 4년 뒤 8년 뒤에도 여전히 주전일 수 있는 나이라는 점이다.
더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이런 거다. 박 센터장은 “누가 그렇게 얘기를 했던데 스페인을 봤더니 이강인이 11명 뛰더라고 했다”고 말했다.
축구라는 스포츠가 조직력과 유기적인 팀워크로 풀어가는 스포츠란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그니까 그런 축구를 하는 팀을, 고트 슈퍼스타를 중심으로 뭉쳐서 의존하는 축구를 하는 팀이 이길 수 없다. 팀 스포츠라는 축구의 본질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 개인기 좋다는 아르헨티나 팀이 볼 소유조차 못하니까. 아르헨티나가 어쩌다 공을 잡으면 전방 압박에 시달리다가 허둥지둥 백패스하다 뺏기는 축구를 하게 됐는지 씁쓸하지만 그만큼 스페인이 정말 잘했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이 보여준 전원 압박의 축구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메시 1인 의존도가 높은 아르헨티나만 당한 게 아니다. 프랑스도 당했다. 박 센터장은 “진짜 결승전이나 4강전이 되게 싱거운 경기였다고 느껴질 정도로 스페인이 대단했다”고 표현했다. 돌이켜보면 아르헨티나가 결승까지 온 것만으로도 심상치 않은 일이었다.
오히려 아르헨티나는 메시라는 선수 때문에 이미 딸리는 스쿼드, 딸리는 전력의 이상을 해냈다. 메시가 곧 전술이자 메시가 곧 해줘 축구인데 이를 통해서 결승까지 연속 두 번으로 갔고 이번 결승에서도 1골 밖에 안 먹은 거니까 그게 꽤 오래 통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좀 지쳐 보였다. 꾸역꾸역 연장을 갔던 만큼 지칠 수밖에 없었다. 브라질은 16강에서 떨어졌지만 플레이 내용으로 보면 아르헨티나도 16강에서 떨어졌어도 할 말이 없었는데 메시 혼자서 멱살 잡고 끌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이번 월드컵에선 3·4위 결정전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일었다. 4강전에서 탈락한 국가들이 김빠진 상황에서 한 경기를 더 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잉글랜드가 프랑스를 상대로 6대 4로 이겼는데 양팀 다 수비 조직력이 너무 헐거워졌다. 박 센터장은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종 스코어로 봤을 때 골 많이 나는 것은 좋다. 6대 4는 좋은데 문제는 전반전에 무려 프랑스가 0대 4로 무력했다. 그런 수준의 3·4위전이 됐다”고 정리했다.
분명히 다른 대회도 아니고 누구나 축구선수로서 꿈을 꿨던 월드컵 무대인데 아무리 3·4위전이라고 해도 너무했다. 약간 로테이션을 조금 돌리는 건 문제가 없는데 경기력이 너무 힘을 뺐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도대체 잉글랜드는 언제 국대 우승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잉글랜드가 꼭 우승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닌데 다들 우승을 할 것 같고, 할 수 있는 전력이 갖춰진 것 같다고 보고 있는데 계속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고 있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옛날 이야기만 곱씹고 있을 순 없다. 지금 케인이 있을 때 그나마 그리고 벨링엄 같은 에이스들이 전성기에서 좀 완숙해지는 시기가 온 것 같고 곧 우승을 할 것도 같은데 계속 좌절하고 있다.
물론 전통의 강호들 중 잉글랜드만 아쉬운 게 아니다. 많이 아쉬운 브라질과 독일이 있다. 말이 필요 없다. 그냥 암흑기다. 그만큼 과거에 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명백한 강국이다. 그런데 허무하게 토너먼트 조기 탈락했다. 비축구인 감독 나겔스만이 전술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고 무시알라와 비르츠 같은 스타 선수들이 있지만 좋은 결과를 못내고 있다.
남미의 맹주 브라질은 아르헨티나한테 완전히 밀려있는 것 같고 독일은 정말 이제는 유럽 축구의 중심이 남부 유럽으로 넘어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맥을 못추리고 있다.
엘링 홀란은 이미 축구팬들 사이에서 메날두의 뒤를 이을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비축구팬들도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그의 존재감을 알게 됐다. 골에 대한 집념이 강렬한 불세출의 스트라이커다. 골키퍼에 달려드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유럽에 속해 있지만 축구 변방으로 여겨졌던 노르웨이가 브라질을 꺾고 8강까지 갔다. 잉글랜드와의 8강전도 ‘졌잘싸’ 정도는 해냈다. 홀란이 경기장에서 노를 젓는 응원 퍼포먼스를 이끌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박 센터장은 “정말 노르웨이가 이번 2026 월드컵에서 건졌다 싶은 팀”이라며 “홀란이 국가대표로 뛰는 걸 한번 보고 싶다라는 많은 이들의 소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과거에 무슨 셰브첸코, 긱스, 베일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거나 겨우 밟거나 그렇게 국가대표로서 빛을 발하지 못하고 클럽 축구만 했다. 홀란도 그런 전철을 밟는줄 알았는데 비교적 이른 나이에 국대에서 큰 성과를 냈다.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축구 강국에서 태어난 슈퍼스타들이 누리기 쉬운 무대인데. 홀란은 그런 거를 못 누리지 않을까 약간 불길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번에 좀 한을 빨리 푼 것 같다. 그래서 슈퍼스타들의 그런 약간 기구한 운명을 벗어나버린 것 같아서 좋았다.
빠질 수 없는 감동 서사를 만들어낸 두 팀이 있다. 바로 카보베르데와 일본이다. 아프리카 서부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국명을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카보베르데만이 우승팀 스페인과 비겼다. 1986년생 보지냐 골키퍼는 월드컵 베스트 11에 들어갈 정도로 맹활약했다. 전세계인이 그의 이름을 알게 됐다. 부비스타 감독은 유럽에서 각자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일일이 디엠과 이메일을 보내서 국가대표 합류를 제안했고 그렇게 꾸려진 팀으로 철저하게 전략과 전술을 짰다. 박 센터장은 “카보베르데는 단순히 약팀의 수비 올인 축구만이 아니라 상대의 허점을 노리고 공략할 수 있는 유연한 축구를 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또 다시 토너먼트 ‘무승’의 징크스를 깨지 못했지만 너무 강한 브라질을 만나 선제골까지 넣을 정도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박 센터장은 “일본은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며 “경기 내용 면으로는 정말 유럽의 잘나가는 팀 같았다”고 말했다.
유럽의 약간 중상위권 국가들만큼의 축구력을 보여줬다. 일본 축협과 모리야스 감독이 오랫동안 그런 수준급의 전술과 조직력을 만들어서 보여줬다. 특히 아까운 게 브라질이 최전성기의 폼이 아니니까 이번엔 일본이 잡을 수 있다고 봤는데 실패했다. 모리야스 감독이 실의에 빠진 선수들을 모아놓고 격려하는 연설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멋있었다. 그리고 꽁무니를 뺀 홍명보 감독이 대비됐다. 오타니 이후 일본을 응원하게 된 것이 거의 처음이다. 정말 솔직히 나도 그렇고 박효영 기자도 그렇고 일본의 경기력에 대해서 응원할 수 있는 이런 현실이 부러운 거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되게 부끄러운 얘기일 수도 있는데 이제 라이벌이라고 칭하기 어렵게 됐다. 월드컵에서 보여준 경기력의 차이로 설명이 된다. 이게 스포츠가 월드컵이 내셔널리즘 이런 걸 떠나서 정말 스포츠 본연의 정신! 최선을 다하고, 잘하고, 매너 있게 하고. 뭔가 그런 실력으로 보여주는 그 팀에 대해서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그게 참 좋다.
이번 오목렌즈 대담에서는 굳이 한국 축구를 논하지 않았다. 기분 좋게 봤던 월드컵의 여러 이슈들을 나누고 싶은데 기분 망치는 고춧가루를 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트럼프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박 센터장은 “결승전 끝나고 일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그런 추태도 추태지만 트럼프의 주인공 욕심과 그런 행동이 더욱더 추태였다”며 “심하게 얘기하면 미국은 월드컵을 100년 동안 개최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설파했다. 월드컵 트로피를 우승팀 주장이 최초로 들어올리는 그 순간은 역사에 남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다. 그런데 권력에 아부하기 좋아하는 그 인판티노 피파 회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고 옆으로 빠져주자고 제스처를 취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끝끝내 스페인의 우승 세리모니 장면에 불청객으로 찍히고 말았다.
주인공병 걸렸나? 왜 그런지 모르겠다. 미국 선수의 징계를 풀어달라고 인판티노 회장에게 전화 걸어서 불공정한 특혜를 받게 한 것으로도 이미 스포츠 정신과 축구 본연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그러니까 사실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 자체가 지구인들의 비극이다. 이번 월드컵으로 한정을 해봐도 정말 트럼프식 뻘짓이 경악스러웠다. 미국에서 열리는 만큼 결승전 하프타임쇼까진 그렇다고 보는데 결국 기분 좋은 월드컵에 트럼프가 묻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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