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한화이글스 홈경기 티켓 예매 시작 7분 만에 온라인 재판매 플랫폼에 정가보다 높은 가격의 리셀 티켓이 다수 등록돼 있다. (사진= 티켓 재판매 플랫폼 캡쳐)
"예매가 시작된 지 7분. 인기 좌석은 이미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었다."
23일 오전 11시 프로야구 홈경기 예매 창이 열리기가 무섭게 티켓 재판매 플랫폼에는 정가의 2~3배에 달하는 리셀 입장권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정가가 5만 원대 초반인 테이블석은 10만 원, 2만 원인 1루 응원단석은 6만 5000원에 등록됐다. 일반 예매자가 본인 인증과 좌석 선택, 결제를 거쳐 재판매 글까지 작성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이다. 이 때문에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크로 프로그램이 가동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프로야구 암표 거래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웃돈 거래를 강하게 처벌하는 이른바 '암표근절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매크로와 직링 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조직적인 부정 예매는 여전하다. 처벌 강화와 함께 예매 단계에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대응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경기장 주변에서 이뤄지던 암표 거래는 온라인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올 시즌 개막 직후 대전에서 암표 거래가 적발된 데 이어 최근에는 예매 대기열을 우회하거나 반복 입력을 자동화하는 매크로와 '직링(직접 링크)' 프로그램을 이용해 프로야구 입장권을 대량 확보한 뒤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을 받고 되판 사례도 확인됐다.
문제는 현행 제도가 이 같은 부정 예매 단계보다 이미 확보된 입장권의 재판매 행위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오는 8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재판매를 목적으로 부정하게 입장권을 확보하거나 상습·영업 목적으로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경우 판매 금액의 최대 50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예매 단계에서 매크로를 실시간 탐지하거나 차단하는 기술적 대응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결국 실제 적발도 예매 플랫폼의 이상 거래 탐지와 서버 로그, 접속 기록 분석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제도권 거래를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티켓 양도 수요가 SNS나 오픈채팅, 해외 플랫폼 등 규제 사각지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도 암표 근절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열린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개정안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조직적인 암표 거래를 차단하는 동시에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고형석 한국소비자법학회 명예회장은 "암표 근절과 소비자 보호는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라며 "불가피한 경우 안전하게 재판매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은 유지하면서 조직적·상습적 암표 거래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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