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낙태' 산모 2심 무죄…"태아 살해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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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 낙태' 산모 2심 무죄…"태아 살해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

아주경제 2026-07-23 17:29: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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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임신 36주 차 태아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뒤 살해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산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반면 태아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병원장과 집도의는 유죄가 유지됐지만 형량은 1심보다 줄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김용석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산모 권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권씨를 살인 공범으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권씨가 태아가 산 채로 태어난 뒤 의료진에 의해 살해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권씨가 사건 당시 태아가 이미 사산된 상태로 배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의료진이 살아 있는 태아를 살해할 것이라는 사정은 알지 못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1심이 인정했던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권씨가 브로커를 통해 "태아가 사산된 상태로 나왔다"는 설명을 들은 점을 비롯해 의료진에게 태아의 상태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설명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술 전 태아 처리 절차를 병원에 위임하는 동의서를 작성한 사실만으로 살아 있는 태아의 살해를 용인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권씨가 수술 이후 자신의 회복 과정을 담은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한 점도 판결 근거로 제시됐다. 재판부는 "태아를 산 채로 배출해 인위적으로 살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 공개 채널에 영상을 게시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병원장 윤모씨와 수술을 집도한 의사 심모씨에 대해서는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4년 6월 임신 34∼36주 차였던 권씨를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시킨 뒤 태아를 사각포로 덮어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은 병원장 윤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50만원, 추징금 900만원을 선고했으며, 집도의 심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두 사람에게는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도 함께 내려졌다. 이는 각각 징역 6년과 징역 4년을 선고했던 1심보다 감형된 것이다.
 
재판부는 "살인은 절대적 가치인 생명을 빼앗는 범죄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자가 삶을 위해 몸부림치며 마주했을 공포는 짐작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다만 양형과 관련해서는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일반적 인격권에서 파생되는 자기결정권에 해당한다"며 "이번 범행이 산모의 임신 종결 의사에서 비롯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도 감형 사유로 고려됐다.
 
이번 사건은 권씨가 자신의 낙태 경험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불거졌고, 보건복지부가 2024년 7월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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