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획일적 규제에서 벗어나 주택 보유 목적과 가격, 대출 성격을 세분화하는 ‘핀셋’ 방식으로 대전환을 예고했다. ‘똘똘한 한 채’와 초고가 주택에 대한 규제 기조를 명확히 하는 한편, 보유세 강화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퇴로 마련 필요성이 함께 제기됐다.
반면 공급과 임대차 부문에서는 3기 신도시 지연, 재건축·재개발 이주비, 비아파트 침체, 민간 장기임대 활성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갔으나 구체적인 실행 방안 제시에는 미진했다. 140여명의 전문가와 시민이 참석한 대토론회였음에도 실제 발언 기회가 제한적이었던 데다 세제 인상 폭, 초고가 기준, 신규 택지 규모 등 시장이 주목한 수치와 일정이 대부분 후속 과제로 이월됐다.
◇‘몇 채’보다 ‘어떻게 보유’…세제·금융 핀셋 규제로
이번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규제 기준의 세분화’다. 기존 정책이 주택 수와 단순 실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규제 대상을 나눴다면, 향후 정책은 동일한 1주택이라도 보유 목적과 개인 사정, 주택 가격 등을 종합 고려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전망이다.
‘똘똘한 한 채’가 대표적 사례다. 기존의 1가구 1주택 보호 원칙이 고가 주택 한 채로 자산을 집중시키는 통로로 활용되며 규제의 빈틈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반면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등으로 일시적 비거주 상태인 1주택자까지 투자 목적으로 간주하는 과도한 규제 역시 현실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이 ‘실거주’ 대신 ‘거주용’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시적 비거주 실수요자에게는 예외를 인정하되, 투자·투기 목적의 1주택은 엄격히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초고가 주택에 대한 규제 기조 역시 분명히 했다.
◇보유세 올리고 퇴로도 연다…정부가 풀어야 할 ‘매물 잠김’ 방정식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세제 개편이다. 이 대통령이 필요성을 꾸준히 언급해온 보유세 강화가 실제 정책으로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될지가 핵심 쟁점이다. 보유 부담을 높여 투자 목적 주택의 시장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나, 보유세만 상향할 경우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할 위험이 존재해서다.
현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지적이 잇따랐다. 토론 과정에서 “보유세 강화와 함께 거래 단계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 다수 제시됐다. 이 대통령 역시 매물 잠김 가능성을 정책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보유세 강화라는 큰 틀에서의 후퇴 가능성은 낮다. 이 대통령은 향후 부동산 시장 충격에 대비해 세제 정상화에 나설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치적 부담이 따르더라도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공급 논의는 무성했으나 해법은 모호…임대차·비아파트는 과제로
공급 이슈 역시 주요 의제로 다뤄졌으나 세제 분야에 비해 구체적 해법은 다소 미흡했다. 3기 신도시 및 도심 공급 지연, 재건축·재개발 추진 속도, 비아파트 시장 침체, 민간임대 활성화 등 다각도의 처방이 제시됐으나 이를 단일 공급 로드맵으로 수렴하는 방안은 부재했다.
특히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정책 불협화음이 공급 지연의 주요 요인으로 재차 거론됐다. 한 참석자는 태릉·과천 등 주요 공급 사업 지연 사례를 언급하며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간 정례 협의체 가동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 대통령 또한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주요 사업의 착공 지연과 행정 절차 지연을 문제로 지목했으나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비아파트 및 임대차 시장 상황도 유사했다. 비아파트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공급 주체와 소화 기반, 민간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수위 등은 미정으로 남았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급 확대와 신속 추진이라는 큰 틀의 공감대는 확인했으나 실행 수단 도출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신규 택지와 정비사업, 비아파트, 장기임대의 적정 조합 비율과 중앙정부·서울시 간 역할 분담이 구체화돼야 정책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책 윤곽은 제시했으나…140명 모인 토론회 발언 기회는 제한
이번 대토론회는 대통령이 장시간 현장을 지키며 부동산 중개사, 전문가, 실수요자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답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세제·대출부터 공급·임대차에 이르는 복합적 부동산 현안을 종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국민 대토론회’라는 취지에 비해 실질적 논의의 폭은 다소 제한적이었다. 현장에 140여명의 전문가와 시민이 참석했으나 실제 발언권을 얻은 인원은 일부에 그쳤다. 행사 초반 모두발언과 발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참석자 간 상호 토론 시간은 부족했다.
해당 전문가는 “이 대통령이 행사 막바지까지 추가 발언을 수용하며 예정된 시간을 초과해 행사를 진행했으나 제약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 폭과 초고가 주택 판정 기준, 다주택자 퇴로 확보를 위한 세제 조정, 실수요 대출 예외 허용 범위, 재건축 이주비 규제, 신규 택지 위치 및 공급 규모 등 시장이 주목해온 핵심 수치와 추진 일정은 대부분 향후 과제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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