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법인 코인 개방···거래·보관 분리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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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법인 코인 개방···거래·보관 분리 충돌

한스경제 2026-07-23 15:50: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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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훈 파라택시스 이더리움 대표,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 신희진 교보증권 이사,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류춘 헥토월렛원 부대표, 류홍열 비댁스 대표, 이정두 금융연구원 박사, 김성진 금융위원회 과장(왼쪽부터) /전시현 기자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훈 파라택시스 이더리움 대표,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 신희진 교보증권 이사, 이종섭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류춘 헥토월렛원 부대표, 류홍열 비댁스 대표, 이정두 금융연구원 박사, 김성진 금융위원회 과장(왼쪽부터) /전시현 기자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기업과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을 앞두고 거래소의 매매 기능과 고객 자산 보관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거래소가 주문 체결과 자산 보관을 함께 맡는 현행 구조로는 횡령과 고객 자산 유용, 전산 사고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법인 명의 계좌를 허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승인과 자산 보관, 회계·감사, 사고 배상까지 기관투자자용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 “개방 속도보다 안전장치가 먼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콘퍼런스’가 열렸다.

개회사에 나선 안도걸 의원은 정부가 법인시장 개방 로드맵을 발표한 뒤 후속 조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기관과 법인의 참여는 장기·분산 투자를 유도해 시장 안정성과 유동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로드맵 발표 이후 제도 정비는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개방 조건으로는 △준비자산의 투명한 관리 △국제 수준의 보안 체계 △법적 책임 소재 확립을 제시했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에서 커스터디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법인시장 개방과 안전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학술 컨퍼런스’에서 커스터디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잠재 수탁 수요 75조원···규제 체계는 공백”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법인시장 개방의 의의와 디지털자산 수탁기관의 역할을 설명했다. 국내 상장사 자기자본 합계의 5%가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잠재 수탁 수요가 75조원에 달한다는 계산도 제시했다. 해외에서 비트코인 등을 기업 자산으로 편입한 상장사는 187개사이며, 이들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126만개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2022년 FTX 파산과 2014년 마운트곡스 해킹, 셀시어스 사태의 공통 원인으로 거래와 보관이 한 사업자에게 집중된 구조를 지목했다. 거래소가 고객 자산을 직접 보관하는 상황에서 내부통제가 무너지면 거래 기능과 고객 자산이 동시에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국내 제도의 공백으로는 △커스터디 전용 인가제 부재 △거래소 겸영 제한 규정 부재 △정보교류 차단 장치 부재 △수탁기관 독립성 요건 부재를 들었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은 보관을 별도 업종이 아닌 개별 행위로 규율한다. 거래소와 지갑 사업자 모두 고객 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구조다.

2027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도 쟁점으로 거론됐다. 류 대표는 “거래소 자료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충분한 과세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거래소와 독립 수탁기관이 각각 거래·보관 내역을 보고하고 국세청이 이를 대조하는 이중 보고 체계를 제안했다. 그는 “커스터디는 사업자의 선택에 맡길 사안이 아니라 규율 대상”이라며 2단계 입법에 거래소의 겸영 제한과 독립 수탁기관 이용 의무를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계좌만 열어선 기관 자금 못 움직여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신희진 교보증권 이사는 기관투자자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자산 신뢰 인프라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시장이 기관투자자 시대에 진입한 것이 아니라 이를 준비하는 제도 전환기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이다.

신 이사는 법인 명의 계좌와 거래소 접속 권한을 허용하는 것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관 자금이 실제로 움직이려면 투자 결정부터 자산 보관과 사고 책임까지 전 과정에 걸친 신뢰 체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한 신뢰의 기준은 △투자 대상 △투자 의사결정 △거래 및 가격 △보관 및 자산 권리 △자금 흐름·준법감시 △사고 대응·책임 등 여섯 가지다.

신 이사는 “평가할 수 없는 자산은 기관이 보유할 수 없고, 감사할 수 없는 자산은 제도권 금융자산이 될 수 없다”며 거래소 상장 여부만으로 기관투자 적격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제한된 범위에서 법인 거래를 우선 허용하고 통제 장치의 작동 여부를 검증한 뒤 참여 대상을 넓히는 5단계 로드맵도 내놨다.

▲ “강제 분리 해외 전례 드물어”···금융위는 신중

두 차례 발제 뒤 열린 첫 번째 종합토론에서는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김성진 금융위원회 과장과 이정두 금융연구원 박사,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류홍열 대표, 류춘 헥토월렛원 부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거래소의 매매 기능과 자산 보관 기능을 어느 수준까지 분리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정두 박사는 “해외에서도 거래소의 수탁 업무를 전면 금지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강제 분리보다 고객 자산의 외부 보관과 관계사 거래 제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재빈 변호사는 법인이 일정 규모 이상의 디지털자산을 보유할 경우 제3의 독립 수탁업체 이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류춘 부대표는 가상자산사업자가 외국환거래법상 인가를 갖고 있지 않고, 전자금융거래법상 망분리 예외 대상에서도 가상자산 인프라가 빠져 있다며 실무상 공백을 짚었다.

김성진 과장은 “커스터디를 별도 업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며 “수탁업에 맞는 진입 규제와 영업행위 규제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수탁 겸영을 금지하는 방안에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 과장은 “거래소 내부의 커스터디 기능을 강제로 분리한 해외 사례는 찾기 힘든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해상충을 막으면서 이용자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행위규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가이드라인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과 연계된 사안이 많아 관계기관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연내 법인시장 개방 가능성에는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기관 진입 앞서 청산·결제 구조부터 정해야

두 번째 종합토론은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정태호 금융정보분석원(FIU) 서기관과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 신희진 이사, 이명훈 파라택시스 이더리움 대표가 토론에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기관투자자가 단순한 투자 주체를 넘어 시장 인프라의 일부로 편입될 때 필요한 규율 체계를 논의했다.

정태호 서기관은 “시장이 전면 개방되기 전 촘촘한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먼저 시험할 필요가 있다”며 온체인 지갑 거래가 늘어날수록 수탁기관의 의심거래보고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상진 변호사는 “코인베이스와 크라켄도 자체 신탁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며 거래소와 수탁 기능을 법적으로 분리하기에 앞서 청산과 결제 기능의 범위를 포함한 시장 구조부터 확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명훈 대표는 이사회 승인과 내부 투자 규정을 거쳐 자산을 운용하는 자사 사례를 소개했다. 법인 거래 기준과 회계·수탁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기업이 개별적으로 내부 절차를 설계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법인시장 개방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라며 “수탁업을 별도 업종으로 규율할지, 거래소의 보관 기능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일정 규모 이상 법인 자산에 독립 수탁기관 이용을 의무화할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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