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데다 매출과 수주까지 부진해지면서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미루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7856억원으로 전년 동기(8850억원)보다 11.2% 감소했다. 2023년 4분기 1조432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 분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부동산과 유가증권, 예금 등 다른 담보대출은 최근 증가세를 보였다.
동산담보대출은 기계·설비와 원자재, 재고자산 등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상품이다. 주로 담보로 제공할 부동산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생산설비를 도입하거나 시설자금을 마련할 때 활용한다.
금융권에서는 동산담보대출 감소를 중소기업의 시설자금 수요가 둔화한 신호로 보고 있다. 설비투자가 늘면 기계와 장비를 담보로 한 대출도 함께 증가하지만 최근에는 경기 불확실성과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투자 계획을 미루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의 경기 인식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7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78.2로 전월보다 1.4포인트 하락했다. SBH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앞으로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중소기업들은 매출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 업체 간 경쟁 심화를 주요 경영 애로로 꼽고 있다. 여기에 통화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까지 높아져 신규 설비투자에 나설 여력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소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3.1%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이자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렀다. 영업활동으로 번 돈만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수익성이 약화한 기업들은 벌어들인 현금을 기존 대출 이자와 운영비를 충당하는 데 우선 투입할 수밖에 없다. 신규 장비를 들이거나 생산능력을 확대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동산담보대출 수요도 함께 감소하는 구조다.
은행권 관계자는 “매출과 신규 수주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늘릴 필요가 크지 않다”며 “고금리와 내수 부진에 환율 부담까지 겹치면서 해외 장비 도입을 미루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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