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정부가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무임승차’를 다시 경고하며 울산지역의 조속한 참여를 압박했지만, 에쓰오일·SK지오센트릭·대한유화는 설비 감축 대상과 분담 방식을 놓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 석화 사업재편 논의는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를 감축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와 기존 설비의 조정 방식 등을 두고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연내 사업재편 계획 제출을 목표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각사가 처한 설비 여건과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울산지역의 최종 사업재편 계획안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은, 참여 기업들이 어떤 설비를 얼마나 감축할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기업별 생산설비와 사업 여건이 서로 다른 만큼 구체적인 감축 대상과 규모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여수 1호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 지난 2월 발표한 대산 1호 프로젝트에 이은 두 번째 승인이다.
대산과 여수의 사업재편이 잇달아 구체화되면서 정부의 시선은 울산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일부 기업이 설비 감축 부담을 다른 업체에 떠넘긴 채 구조개편에 따른 공급과잉 완화와 수익성 개선의 혜택만 누리는 상황 ‘무임승차’에 대해 강력 경고했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임승차 없이 모든 산업단지가 참여하는 사업재편이 필요하다”며 “대산과 여수에 이어 울산지역 재편 논의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기업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대산·여수와 달리 구체적인 사업재편안을 확정하지 못한 울산 기업들에 연내 합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규모 신규 석유화학 설비인 샤힌 프로젝트의 준공을 앞둔 에쓰오일에도 일정한 역할을 요구하는 압박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에쓰오일이 사업재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존에 검토된 방향은 3사의 다운스트림 설비를 우선 최적화한 뒤 샤힌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가동되면 NCC 조정 방안을 추가로 협의하는 단계적 방식이다. 그러나 감축 대상과 기업별 분담, 손실 보전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가 이어지고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현재까지 특별한 진전은 없다”며 “올해 안에 사업재편계획을 제출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지만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준공과 시험가동 준비에 집중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사업재편 논의에 소극적이라 이후 논의가 진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자사 설비가 SK에너지로부터 나프타를 공급받는 구조로 최적화돼 있고 가동률도 높아 일방적인 가동 중단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재편 방침을 발표한 만큼 참여 기업으로서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면서도 “최적화된 자사 설비만 가동을 중단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을 어떻게 보상할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에쓰오일은 협의에 소극적이라는 평가에 선을 그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울산지역 사업재편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에쓰오일 측은 울산은 대산이나 여수보다 상대적으로 설비 투자가 꾸준히 이뤄졌고 에틸렌 공급 여건도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같은 방식의 감축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올해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는 샤힌 프로젝트는 아직 가동조차 시작하지 않은 신규 고효율 설비인 만큼 감축 대상에 포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모든 기업과 설비가 똑같이 감축할 필요는 없다”며 “사업재편의 핵심은 단순한 감축이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갖춘 고효율 설비를 남기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샤힌 프로젝트는 경쟁력 있게 기초유분을 생산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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