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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A씨의 고민은 깊다. 예비 배우자가 될 B씨에게 반복된 도박 이력과 1억원에 달하는 도박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B씨는 다시는 도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A씨는 B씨의 채무를 자신이 떠안게 될까 불안하다.
A씨는 B씨의 채무는 B씨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향후 도박 재발을 막는 내용을 담은 혼전계약서를 작성하고 싶다. 특히 계약 위반 시 10억원의 위약금을 물리는 조항도 넣을 생각이다.
과연 이런 혼전계약서는 A씨를 B씨의 도박 빚으로부터 지켜주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1억 2000만원 빚에도 결혼 결심
A씨는 B씨가 도박으로 약 1억원의 빚을 졌고, 과거에도 여러 차례 도박을 한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럼에도 A씨는 B씨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 단, 몇 가지 엄격한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전제에서다.
A씨가 계약서에 담고 싶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B씨의 혼인 전 도박 빚(결혼 후 갚기 위해 새로 빌린 돈 포함)은 B씨 혼자 책임질 것
- A씨 동의 없는 신규 대출·보증·명의 대여 금지
- 모든 종류의 도박 금지
- 요청 시 채무·금융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 이를 어기고 도박을 재발할 경우 10억원을 손해배상할 것 등이다.
계약서 한 장은 위험…'재산계약'과 '합의서' 나눠야
변호사들은 A씨의 계획이 합리적이지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계약을 두 종류로 나눠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산에 관한 내용과 행동에 관한 약속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부부재산계약'은 혼인 중 재산의 소유·관리에 관한 사항만 규율하고, 혼인신고 전 등기해야 제3자(채권자 등)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도박 재발 방지, 손해배상, 정보공개 등 나머지 사항은 일반 계약(합의서)으로 별도 구성해 공증하는 방식이 실무상 더 유용하다"고 짚었다.
즉, 재산 분리에 관한 내용은 '부부재산계약'으로 만들어 등기하고, 도박 금지나 위약금 같은 약속들은 별도의 '합의서'로 만들어 공증을 받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 역시 "혼인 전 도박채무는 원칙적으로 채무자 본인이 부담하지만, 혼인 후 본인 명의로 대환하거나 보증을 서면 별도의 책임이 생길 수 있다"며 "기존 채무 목록을 확정하고 대환채무까지 단독 부담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박 재발 시 10억 배상' 조항, 법원이 깎을 수도
A씨가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로 생각하는 '10억원 위약금' 조항은 실제 법적 분쟁에서 그대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위약금 조항의 경우, 법원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감액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인정 가능한 수준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도 "10억원의 손해배상 같은 약정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우리 법원은 계약 자유의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위약금이 실제 손해에 비해 현저히 클 경우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 10억원이라는 금액은 과도하다고 판단돼 공서양속 위반으로 일부 또는 전부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지헌 임대환 변호사는 "10억원 같은 과도한 금액은 감액될 수 있기에 '실제 손해 전액 + 정액(예: 3000만~1억 원)' 또는 '재발 횟수·채무액 연동'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공증'이 핵심
변호사들은 계약서의 실효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절차로 '공증'을 꼽았다. 특히 단순히 계약서가 존재함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법무법인 의담 박상우 변호사는 "금전지급 조항에 강제집행수락 문구를 넣어 공정증서로 작성하면 재발 시 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해 실효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B씨가 위약금 지급 등 돈과 관련된 약속을 어겼을 때, A씨가 별도의 지루한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공증받은 계약서만으로 B씨의 재산을 압류하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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