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장르 부수고 판을 짜다…K팝·K드라마 '융합형 크리에이터'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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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장르 부수고 판을 짜다…K팝·K드라마 '융합형 크리에이터' 부각

뉴스컬처 2026-07-23 14:40: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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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오디션과 캐스팅, 그리고 철저히 분업화된 기성 시스템은 여전히 대중문화를 지탱하는 굳건한 축이다. 이 거대한 메인스트림이 안정적으로 산업을 견인하는 사이, 이날 대중의 시선은 정해진 직무의 틀을 횡단하며 자신만의 독자적 세계관을 창조해 나가는 '융합형 크리에이터'들의 신선한 행보에도 쏠리고 있다.

우즈(WOODZ).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우즈(WOODZ).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가수로 출발해 시각과 텍스트 예술을 넘나드는 지드래곤, 방탄소년단(BTS) RM, 우즈, 이찬혁, 한로로, 그리고 배우를 넘어 스크린 안팎의 기획과 미술적 오브제를 다루는 구교환, 백현진, 구혜선 등 8인의 궤적은 주류 시스템을 부정하는 유일한 정답이라기보다는, 대중문화의 감상 지평을 한층 풍성하게 넓히는 유의미한 자극제로 다가온다.

◇ 음악과 텍스트의 유기적 동기화 : 우즈·한로로·이찬혁

"3분짜리 음원 안에는 내 서사를 다 담을 수 없다"는 예술적 결핍은 이들을 가장 먼저 펜과 시나리오 앞으로 이끌었다. 가수 우즈(WOODZ·조승연)는 군 공백기 동안 집필한 자전적 에세이를 정규 1집 'Archive. 1'(2026)과 단편 영화 '슬라이드 스트럼 뮤트'(2026)의 시간축으로 동기화시켰다. 이 치열한 시각적 빌드업은 대작 상업 영화 '남벌'(2026) 주연 발탁이라는 파격적 결과로 직결됐다.

한로로. 사진=어센틱
한로로. 사진=어센틱

가수 한로로 역시 청춘의 결핍이라는 자신의 세계관을 단편 소설집 '자몽살구클럽'(2025)과 동명의 EP 3집으로 엮어냈다. 텍스트를 읽어야만 감정선이 완성되는 이 기획은 리스너를 적극적인 독자로 탈바꿈시켰다.

가수 이찬혁은 철학적 메시지를 소설 '물 만난 물고기'(2019)로 선공개한 뒤, 앨범 'ERROR'(2022)와 체험형 전시 '영감의 샘'을 통해 대중음악 무대 자체를 비디오 아트의 영역으로 전복시키는 혁신을 꾀했다.

그룹 악뮤(AKMU) 이찬혁. 사진=김규빈 기자
그룹 악뮤(AKMU) 이찬혁. 사진=김규빈 기자

◇ 아방가르드와 플랫폼의 거대한 융합 : 지드래곤·RM

음악적 궤적을 거대한 라이프스타일과 다원 예술로 확장한 압도적 스케일의 융합도 존재한다.

가수 지드래곤(G-DRAGON)은 USB 앨범 '권지용'(2017)과 전시 'PEACEMINUSONE: 무대를 넘어서'(2015)로 매체의 틀을 깼고, 나이키 협업 '파라-노이즈'(2019)의 기믹(표면이 벗겨지며 아트워크가 드러나는 장치) 설계를 통해 미학을 일상에 스며들게 했다. 

지드래곤. 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지드래곤. 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최근 정규 3집 'Übermensch(위버멘쉬)'(2025)의 철학을 콘서트와 전시로 연계한 행보는 그 자신이 묵직한 '문화 생태계'로 안착했음을 증명한다.

가수 방탄소년단(BTS) RM은 글로벌 아방가르드를 지휘하는 디렉터다. 솔로 1집 'Indigo'(2022)에서 故 윤형근 화백의 미술을 청각으로 번역한 그는, 정규 2집의 내면 서사를 다큐 영화 'RM: Right People, Wrong Place'(2024)로 확장해 K팝 다큐 최초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이라는 성과를 거두며 시네마틱 융합의 표본을 제시했다.

방탄소년단 RM. 사진=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 RM. 사진=빅히트뮤직

◇ 스크린 안팎을 통제하는 인디적 야성 : 구혜선·구교환·백현진

기성 상업 시스템에 발탁되기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를 구축한 메인스트림 배우들의 반격도 매섭다. 가장 앞서 융합의 파괴력을 실험한 원조는 배우 구혜선이다. 일러스트 소설 '탱고'(2009)와 전시, 뉴에이지 앨범 '숨'(2009)을 동시 출력한 그녀는 '요술'(2010), '복숭아나무'(2012), 단편 '다크 옐로우'(2021)에 이르기까지 매체를 끈질기게 횡단해 왔다.

구혜선. 사진=엔에스이엔엠
구혜선. 사진=엔에스이엔엠

배우 구교환은 독립 제작사 '2X9HD'를 거점으로 '연애다큐'(2015), '메기'(2019) 등을 직접 연출·각본·주연하며 확고한 B급 위트를 다졌다. 이 인디적 야성은 획일화된 상업 영화계의 러브콜을 이끌어낸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다.

1세대 인디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 출신인 배우 백현진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2017)에 오른 시각적 성취와 단편 '디 엔드'(2009) 연출로 다진 날것의 감각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의 메소드 연기로 폭발시키며 그 자체가 거대한 장르임을 각인시켰다.

배우 구교환. 사진=김규빈 기자
배우 구교환. 사진=김규빈 기자

◇ 진화의 명암(明暗)…공감각적 시너지와 1인 창작의 딜레마

이들이 증명해 낸 것은 비록 일각일지라도, 대중문화의 기획 주도권이 거대 자본에서 '개인 창작자'로 향할 수 있다는 대안적 가능성이다. 수동적 머물기를 거부하고 판을 짠 이들의 오리지널 IP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메인스트림의 '서사 구원투수'로 기능하며 대중에게 공감각적 해방감을 선사했다.

하지만 화려한 시너지 이면에는 1인 창작자가 감당해야 할 묵직한 한계도 병치된다. 모든 뼈대를 1명의 체력과 두뇌로 버텨야 하는 구조는 필연적인 '번아웃'과 병목 현상을 낳고, 타 장르와의 조우에서 오는 '아마추어리즘'의 덫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인디적 야성을 지키면서도 생존을 위해 거대 상업 자본과 타협해야 하는 고립과 공생의 딜레마는 이들이 풀어야 할 뼈아픈 숙제다.

백현진. 사진=프레인TPC
백현진. 사진=프레인TPC

그럼에도 이 궤적이 남긴 가장 큰 수확은, 단발적 일탈을 넘어 산업 전반에 다채로운 융합형 크리에이터가 진입할 토대를 닦았다는 점이다. 내밀한 서사의 다매체 확장이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매력적인 커리어 선택지로 자리 잡으면서, 장르를 유연하게 횡단하는 제2, 제3의 멀티테이너가 쏟아져 나올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거대 자본과 기성 시스템이 주도하는 판 속에서도 스스로 장르가 되기를 택한 이들의 끊임없는 등장은, 앞으로의 K대중문화 생태계에 한층 다채롭고 역동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가장 확실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대중문화계 한 관계자는 "본업의 기초체력을 다진 상태에서 이종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은 새로운 문화 생태계의 파이를 팽창시키는 자극제"라며 "번아웃을 경계하고 상업 자본과 수평적 파트너십을 이뤄내는 고도의 기획력이 향후 롱런을 좌우할 것"이라고 짚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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