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너무나 달라진 소비자들의 선택에 패션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명실상부 최대 성수기로 여겨졌던 겨울철 수요가 들쭉날쭉해진 데 이어 잇단 대형 할인전에 희비가 엇갈리는 등 급격하게 달라진 소비 패턴 속 패션가의 ‘고객 확보 전쟁’의 막이 올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패션 플랫폼들이 진행한 여름 할인 행사를 통해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무신사는 ‘무진장 여름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온라인 판매액 2658억원, 온·오프라인 합산 2830억원을 기록하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행사 기간 판매량은 775만개에 달했고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도 22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9CM도 ‘이구위크’에서 누적 거래액 122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약 30% 성장했다. 에이블리 역시 새롭게 선보인 ‘썸머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0%, 쇼핑몰 카테고리는 36% 증가했다.
패션업계에서 가을과 겨울은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힌다. 코트, 패딩 등 개별 단가가 높은 아우터 판매가 집중되면서 높은 매출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반면 여름은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계절 상품 위주여서 대표적인 비수기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주요 패션 플랫폼들이 선보인 여름 대형 할인전이 잇따라 역대 최대 거래액을 기록하면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흐려지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고물가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있다. 의류 구매를 미루던 소비자들이 대규모 할인 행사에 맞춰 한꺼번에 지갑을 열면서 여름철에도 거래가 집중되는 현상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름이 길어진 점도 변화에 힘을 보탰다. 반소매와 냉감 의류, 샌들 등 여름 상품의 판매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지면서 계절 수요가 확대됐고, 대형 할인전이 맞물리며 흩어져 있던 소비를 집결시키는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예전에는 필요한 순간 바로 구매하는 소비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가격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리는 고객이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길어진 여름도 영향을 미치면서 할인 행사 기간에 소비가 한꺼번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액 넘어 이제는 ‘고객 확보’ 경쟁
패션가의 급격한 변화는 플랫폼의 할인전 전략도 바꾸고 있다. 과거 여름 할인전이 시즌 상품 재고를 소진하고 단기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신규 고객을 유입한 뒤 반복 구매 고객으로 전환하는 역할이 한층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패션 중심이던 서비스를 뷰티와 홈·라이프스타일 등으로 확대해 구매 접점을 늘리는 한편, 자체 간편결제와 제휴 카드, 멤버십 혜택 등을 연계해 플랫폼 이용 빈도를 높이는 전략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객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할 유인이 줄어드는 만큼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경쟁의 초점도 거래액 자체보다 고객 생애가치(LTV)를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할인 행사는 고객을 유입시키는 시작점에 불과하며, 이후 카테고리 확장과 결제·멤버십 서비스 등을 통해 얼마나 반복 구매로 연결하느냐가 장기적인 성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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