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봉쇄가 각각 후티 반군, 이란에 의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이란을 다시 공격하기 전에 이스라엘의 정보 수장과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란 전쟁을 지속할 국내 정치적 필요가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입김이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매채 <액시오스>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신임 국장 로먼 고프만이 약 2주 전 워싱턴을 방문해 이란과의 전쟁 및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했다"며 "존 랫클리프 CIA 국장과 백악관 관계자들을 만나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참모진 내부에서는 랫클리프 CIA 국장이 이란과의 양해각서(MOU)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인물 가운데 한 명"이라는 평가가 있고 "고프만 국장은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 참모 가운데 한 명"이라면서 "고프만 국장의 방문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이후 교전이 재개되기 직전에 이뤄졌다"고 보도해 미국의 최근 군사 행보에 이스라엘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고프만 국장의 방미는 지난 6월 취임 직후 이뤄졌는데, 양측 정보기관 수장의 만남에 대해 CIA와 모사드 측 모두 논평을 거부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를 두고 "역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기 작전 및 정보 분야에서 고위급 공조를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미국과 이란 양측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과 후티 반군은 중동 원유 수송의 주요한 길목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친 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예멘군은 홍해에서 예멘군이 가한 봉쇄를 위반한 사우디 유조선 두 척을 겨냥한 질적 군사 작전을 수행했다"라며 "한 척은 '엔셀리아'(ENCELIA)호이고 다른 한 척은 '라일라'(LAYLA)호"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작전은 다수의 탄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그리고 드론을 동원하여 수행됐다"라며 "알라의 은총과 도움으로 공격은 정확하게 이뤄졌고, 두 선박 모두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와 동시에 예멘군은 약 10척의 선박을 후퇴시켰다"라며 "예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적에 대한 해상 작전을 지속하고 '봉쇄에는 봉쇄로'라는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일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해상 봉쇄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도 이같은 공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통신사 <SPA>는 사우디 소유 선박 엔셀리아호가 홍해 항해 중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사우디 교통청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공격으로 선박 선수 부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승무원이 안전하며, 당국이 선박과 승무원의 안전 확보 및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홍해에 이어 23일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유조선 1척이 기뢰로 인해 화재가 발생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전한 경로를 통과하려던 선박 3척 중 1척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나머지 2척은 급히 회항했다"라고 발표했다고 이란 <IRNA> 통신이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선동과 부추김을 받은 유조선 3척이 호르무즈 해협 남쪽의 기뢰가 설치된 항로를 통과하려 했다"라며 "그러나 그중 1척에서 폭발과 대형 화재가 발생했고, 나머지 2척은 즉시 방향을 돌려 후퇴했다"라고 밝혔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이들 선박이 오만 해안에서 남쪽 항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의 통제 아래 있으며, 미국이 이 지역에서 적대 행위를 계속하는 동안 해협은 완전히 봉쇄되어 있다"라며 "어떠한 유조선도 통과하거나 출항할 수 없으며, 미국에 속아 이란이슬람공화국과 협의 없이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우리는 침략자이자 어린이 학살 국가인 미국에 경고한다"라며 "이 민감한 지역에서의 도발을 중단하고, 상업용 선박을 위험에 빠뜨리며 세계 에너지 안보를 가지고 장난치는 행위를 멈추라"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러한 적대 행위는 미국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고,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패배를 맛보게 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모두 유조선 통과가 어려워지면서 미국의 대응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이 시점부터,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미사일, 로켓, 드론 또는 그 밖의 어떠한 장비나 무기를 사용해 공격하는 경우, 미국은 테헤란 수도에 있거나 수도 인근에 위치한 시설을 포함하여 교량 1곳 또는 발전소 1곳을 폭격해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에 대한 공습을 실시하며 12일째 이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데, 알자지라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관할하는 중요한 요충지인 호르모즈간주의 시리크시에서 폭발음이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은 이어 "남서부 후제스탄주의 경우 람시르에서는 아스팔트 공장 시설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소 3개 도시가 공격받았다"며 "아바즈 인근 지역과 또 다른 주요 항구 도시인 마샤르에서도 폭발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후제스탄주 부지사는 이란 국영방송 IRIB에 미군이 이라크와의 접경 지역인 살람체 국제 국경 검문소에 미사일 공격을 실시해 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방송은 "부셰르주에서는 주지사가 밤사이 공격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며, 22일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 인근의 변전소도 타격을 받아 시내에 수 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IRNA>통신은 에흐산 자하니안 부셰르주 정치·안보 담당 부주지사가 "(23일) 새벽 4시경 부셰르의 한 지점을 겨냥한 두 번째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폭발음이 들렸다. 이번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으며, 피해 규모는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해상봉쇄도 이어지고 있다. 미 중앙사령부는 이날 이란 공습을 완료했다면서 "오늘 기준으로 선박이 이란 항구에 입항하거나 출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선 9척의 항로를 돌렸으며, 1척의 선박 운항을 방해해 무력화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공격 강도 역시 이전보다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액시오스>는 미국 관리들이 지난 21일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 B-1 장거리 폭격기를 사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12일 전 이란에대한 공습을 재개한 이후 처음인데, 해당 폭격기는 영국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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