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우주에서 라즈베리와 일부 셀프 태닝 로션 제품에 들어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당 분자를 발견했다.
이는 성간에서 당이 검출된 첫 사례다. 성간은 별과 별 사이를 뜻하는 공간으로, 약 99%는 기체, 1%는 먼지로 구성돼 있다.
우리은하에는 1000억 개 이상의 별이 존재하며, 이 별들은 종종 수조km에 달하는 성간 물질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성간 공간 중에서도 '분자운(분자구름)'이라 불리는 일부 차가운 구역에서는 가스가 고밀도로 뭉치면서 새로운 별이 탄생하는 보금자리가 형성된다.
그리고 이 우리은하 중심부 근처, 'G+0.693−0.027'이라는 거대한 분자운 속에서 당의 일종인 '에리트룰로스'가 발견됐다.
당은 지구상의 생명체에 필수적인 성분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연구를 이끈 전문가들은 에리트룰로스가 수십억 년 전 지구에서 발생한 최초의 생화학적 반응에 기여했고, 이 반응이 결국 생명의 출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먼 곳에서 오는 빛 분석
국제 연구진은 스페인에 위치한 초고감도 전파망원경인 '예베스 40m'와 'IRAM 30m'를 이용해 에리트룰로스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원자나 분자를 식별할 수 있는 일종의 지문인 스펙트럼선 12세트를 탐지했는데, 이 선들이 에리트룰로스의 스펙트럼선과 일치했다.
이는 해당 분자운 영역에 에리트룰로스 분자가 풍부하게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생명의 핵심 재료
당은 우리 유전 코드의 구조적 골격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다. 살아있는 세포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두 가지 유형의 핵산인 'DNA(디옥시리보핵산)'의 'D'와 'RNA(리보핵산)'의 'R'을 구성하는 성분이 바로 당이다.
당은 수십억 년 전 지구 초기 단계에서 생명체의 탄생으로 이어진 화학 반응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바로 여기서 에리트룰로스가 등장한다. 에리트룰로스는 '케토스'라는 유형의 당 중 탄소 4개를 가지고 있는 당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스페인 '천체생물학 센터'의 천체화학자인 이자스쿤 히메네스-세라 박사는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서 에리트룰로스가 이러한 최초의 생화학적 반응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찰스 다윈은 지구상의 생명이 "따뜻한 작은 웅덩이"에서 시작됐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곳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나 결국 더 복잡한 화합물이 만들어지고, 결국 생명이 출현했다는 가설이다.
히메네스-세라 박사는 "에리트룰로스가 이런 종류의 따뜻한 웅덩이에 도달했다면, 매우 쉽게 트레오스로 변환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트레오스는 또 다른 탄소 4개짜리 당이다. 트레오스는 'TNA(트레오스 핵산)'라는 단순한 형태의 핵산 골격을 이루고 있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TNA가 RNA가 등장하기 전에 유전 정보를 전달하던 물질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에리트룰로스 자체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히메네스-세라 박사에 따르면 "천체화학 분야에서는…전통적으로 탄소 원자가 차례로 결합되면서 이러한 분자가 형성된다고 생각"해왔다.
이에 연구진은 해당 분자운의 구역에서 탄소 3개짜리 분자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전혀 찾지 못했다.
대신, 연구진은 에리트룰로스가 각각 알데히드와 알코올이라고 불리는 탄소 2개짜리 분자들이 성간 먼지 입자 표면 위에서 결합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히메네스-세라 박사는 이를 레고 조립에 비유했다. 4칸짜리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1칸짜리에 3칸짜리 블록을 이어 붙이는 것이 이러한 분자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연구진은 2칸짜리 블록 2개가 만나 이 분자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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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행성이 생기기 전
연구진은 에리룰로스가 성간에서 생성된 후, '후기 대폭격' 시기 혜성과 소행성을 통해 지구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약 40억 년 전으로 추정되는 후기 대폭격은 수많은 소행성과 혜성이 무수히 쏟아져 내렸던 사건을 말한다.
실제로, 6년마다 주기적으로 지구에 근접하는 '베누'와 같은 소행성에서 리보스나 포도당과 같은 다른 당류 성분이 발견된 바 있다. NASA는 베누의 시료를 직접 채취한 바 있다.
'글리콜알데히드'라고 불리는 탄소 2개짜리의, 당과 유사한 분자가 이전에 성간에서 발견된 바 있으나, 이는 일반적으로 탄소 원자가 최소 3개 이상이어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당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히메네스-세라 박사는 "우리의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가 최초의 생화학적 반응 촉발에 유용했을지도 모르는 성분들을 직접 합성해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류가 "별과 행성이 형성되기 전"부터 생성될 수 있었음을 시사하며, 연구진은 이를 통해 우리은하의 다른 구역에서도 이러한 당류를 추가로 발견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믿는다.
히메네스-세라 박사는 "우주의 다른 공간에서 더 많은 당류를 찾아내고, 나아가 지구 외 다른 곳에서 생명체가 생겨났을 확률을 높이는 데 있어 매우 유망한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을 발견했다고 해서 외계 생명체를 발견했다는 뜻은 아니다.
히메네스-세라 박사 또한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이 생명에 매우 필수적인 요소이기에…다른 젊은 행성계에서도 당이 존재한다면, 지구에서와 유사한 방식으로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견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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