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수지가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치원 교사, 간호사, 공무원 등 직업군을 패러디한 콘텐츠를 공개할 때마다 특정 집단의 반발이 반복되더니 이번에는 제작진의 공식 사과와 영상 일부 삭제로까지 이어졌다. 풍자가 현실의 특정 모습을 과장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콘텐츠가 사과와 삭제가 필요할 정도로 ‘선을 넘은 풍자’였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논란은 지난 14일 공개된 유튜브 콘텐츠 ‘핫이슈지’ 공무원 편에서 시작됐다. 집회 참가자들의 “재선거” 음성이 삽입되면서 정당한 시위를 악성 민원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제작진은 하루 만에 해당 장면을 삭제하며 “정치적 의미를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음성을 사용한 제작진의 판단은 충분히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수지가 특정 직업군을 패러디할 때마다 비슷한 반발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은 이제 따로 짚어봐야 한다. 이번 논란 역시 해당 장면에 대한 비판을 넘어 콘텐츠 전체와 이수지의 패러디 방식에 대한 비난으로 번졌다.
‘핫이슈지’는 직장과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과장과 희화화로 풀어낸 콘텐츠다. 실제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현실을 잘 짚었다”는 공감과 “일부 사례를 일반화했다”는 비판이 늘 공존했다.
풍자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장르다. 사회와 직업, 제도의 모순을 과장해 웃음을 만드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풍자는 존재하기 어렵다. 반발이 제기될 때마다 창작자가 곧바로 사과하고 표현을 거둬들이는 일이 반복된다면 직업이나 사회 현상을 소재로 삼는 풍자는 점차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재선거 문제가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불거진 이슈인 만큼, 해당 장면은 충분히 시의성 있는 패러디로 볼 수 있는데도 반발이 과도했다”며 “사회적 강자나 영향력 있는 집단까지 자유롭게 풍자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해 사과와 삭제를 끌어내는 일이 반복되면 코미디언들은 결국 비교적 약한 대상만 소재로 삼게 된다. 이는 풍자의 폭을 좁혀 한국 코미디의 발전을 가로막는 한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풍자와 혐오, 조롱은 분명 구분돼야 한다. 악의적으로 특정 집단을 공격하는 표현은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회 현상을 비트는 풍자까지 같은 잣대로 재단하고 집단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는 비판받지 않을 권리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일부 장면이 주는 불편함뿐 아니라 풍자가 겨냥한 대상과 그 맥락까지 함께 살펴 이뤄져야 한다.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위축된다면 결국 사라지는 것은 이수지의 콘텐츠 하나가 아니라 사회를 웃음으로 비틀어 바라볼 수 있는 표현의 공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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