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캣맘은 풍요의 시대가 만든 현상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동물권이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면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은 생명을 돌보는 선한 시민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와 악취, 차량 훼손, 생태계 교란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캣맘은 동물 보호의 실천자인 동시에 주민 갈등의 당사자가 됐다.
그들이 공감을 잃은 이유는 선의와 책임이 분리됐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를 가족처럼 아낀다고 말하지만, 정작 집으로 데려가 끝까지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다. 먹이를 주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에는 둔감하다. 선행의 만족은 개인이 얻고 그 비용은 공동체가 부담하는 구조다.
왜 하필 고양이일까라는 의문도 든다. 길에는 다른 동물도 많지만 고양이는 아기를 닮은 외형으로 인간의 보호 본능을 가장 강하게 자극한다. 동시에 원래 밖에서 사는 동물이라는 인식에 직접 키우지 않아도 된다는 자기 합리화도 쉽다. 가장 적은 책임으로 가장 큰 도덕적 만족을 얻기 쉬운 대상인 셈이다.
물론 모든 캣맘이 그런 것은 아니다. 책임 있게 중성화(TNR)에 참여하고 지정된 장소에서 관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개인이 선행이라고 여기는 것이 공공의 규칙을 대신할 수는 없는 법이다. 공공장소는 누구의 선의로도 사유화될 수 없고, 동물에 대한 연민 역시 다른 시민의 생활권 위에 설 수 없다.
길고양이 무단급식을 제한하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이른바 캣맘금지법이 단기간에 요건을 채워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이 청원은 길고양이를 내쫓자는 것이 아니라, 선의에도 책임과 공공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보여준다.
먹고살 만한 나라가 되면서 공공의 안전보다 동물에 대한 개인 감정을 우선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람을 물어 죽인 개 앞에서도 "죄가 없다"며 공권력을 비난하는 등 반려인들이 감정을 앞세우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풍요의 시대가 낳은 감성이 공동체의 기본 원칙 위에 다듬어질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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