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마주한 中-필리핀 외교장관…'남중국해 충돌'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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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마주한 中-필리핀 외교장관…'남중국해 충돌' 공방

연합뉴스 2026-07-23 11:0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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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왕이 "필리핀, 외부 간섭 방임하면 이용당할 뿐…국제중재재판소는 '유랑극단'"

필리핀 라사로, 中관영지 '필리핀인 원숭이 묘사'에 "매우 모욕적이고 용납 불가"

악수하는 필리핀-중국 외교장관 악수하는 필리핀-중국 외교장관

[중국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관계가 경색된 중국과 필리핀이 2년 만에 열린 외교장관 대면 회담에서 서로 날 선 입장을 주고받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22일(현지시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났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필리핀 관계는 지속해서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왔다"며 "이는 양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필리핀 자신의 발전에 손해를 끼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혼란한 세계를 맞아 우리는 본래 역내에 어렵게 온 평화 발전 국면을 공동으로 수호해야 했으나, 필리핀의 처사는 다른 역내 국가들과 반대로 지역 평화·안정의 방해 요인이 됐다"며 "외부 세력의 간섭·개입을 방임하고 해상 갈등을 고의로 확대하면 남에게 이용당하는 도구가 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유감스러운 것은 양국이 대화할 때마다 필리핀 내 누군가가, 특히 군경 일부 세력이 고의로 사건을 만들어 대화의 추진을 파괴한다는 점"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저의가 불량하고, 그들은 필리핀 인민의 복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세력의 뜻에 따르고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영토·해양 경계 분쟁이 존재한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면서 "중국은 양자 대화로 이견을 관리하려 노력해왔지만, 필리핀은 역외 세력의 종용 아래 임시 '중재재판소'(국제상설중재재판소를 가리킴)라는 작은 유랑극단을 만들어 불법·무효의 '판결'이라는 것을 꾸며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필리핀의 안보 위협이었던 적이 없고, 역사적으로 필리핀을 침략하거나 식민 통치한 적이 없다"며 "현재 중국과 필리핀 관계는 교차로에 서 있고, 어디로 갈 것인지는 필리핀의 올바르고 이성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외교부에 따르면 라사로 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필리핀의 일관되고 원칙적인 입장을 전달했고, 필리핀인과 어민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사건을 포함해 중국의 해양 권리 침해 행동에 우려를 표했다.

라사로 장관은 중국이 영유권 분쟁 해역인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필리핀명 바호 데 마신록)에서 구조물을 철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라사로 장관은 "법적·정치적 문제에 관한 의견 차이가 불쾌한 이미지 사용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이달 10일 중국 관영 영문 매체 '차이나데일리'가 필리핀인을 원숭이로 묘사한 영상을 게재한 것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고 고통스러우며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고 필리핀 외교부는 전했다.

아울러 라사로 장관은 자제력을 발휘하고 긴장을 높이는 행동을 피할 필요가 있고, 1982년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과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중재 판결에 따라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중국-필리핀 외교장관 회담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중국-필리핀 외교장관 회담

[필리핀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을 긋고 이 안의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필리핀은 강하게 반발하며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했고, 재판소는 2016년 7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은 채 남중국해 장악을 위해 군사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고, 양국은 이달 20일 영유권 분쟁 해역인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 또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필리핀은 당시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경 모터보트가 필리핀 해군 군함에 접근했고, 고무보트 2척에 탄 필리핀 해군 병사들이 물러날 것을 요청하자 중국 해경 8명이 나무 곤봉 등으로 필리핀 병사들의 머리를 가격해 다치게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중국 해경의 소형 순찰정 1척이 세컨드 토머스 암초 인근 해역에서 정례 순찰을 하던 중 필리핀 측이 먼저 위험하게 접근하며 공격했다는 입장이다.

필리핀 외교부에 따르면 라사로 장관은 이날 중국 해경이 필리핀 해군을 향해 가한 폭력 행동에 '강한 항의'를 재차 표명했고, 중국 외교부 역시 왕 부장이 필리핀 측이 중국 법 집행 선박에 충돌한 난폭한 행동을 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필리핀 외교 수장의 만남은 2024년 7월 라오스 비엔티안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이후 2년 만에 이뤄졌다. 중국 외교부는 보도자료에 이번 회담이 필리핀의 요청에 따라 성사됐음을 의미하는 '잉웨'(應約·약속에 응하다)라는 표현을 썼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테레사 라사로 필리핀 외교장관

[필리핀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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