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8천여명 비교 분석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당뇨·비만 치료에 쓰이는 '위고비'가 뇌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성인에서 발생하는 뇌 신경세포의 이상 현상인 발작 위험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국가전략기술 특화연구소 장윤혁 교수, 신경과 이순태 교수, 미국 컬럼비아대 내과 은용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세마글루타이드 투여와 '성인발병 발작'(Adult-Onset Seizure)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성인발병 발작은 18세 이후 처음 발생하는 발작을 뜻한다. 중장년 및 고령층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발작은 뇌졸중, 신경퇴행성 질환, 외상성 뇌손상 등 후천적 뇌 손상과 연관될 수 있어 뇌 건강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다만 현재는 발작이 발생한 후 재발을 억제하는 데 그칠 뿐 발작 자체를 예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데이터에 등록된 세마글루타이드·기타 혈당강하제·SGLT2 억제제를 처방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 1만8천243명(평균 연령 60∼64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들을 ▲ 세마글루타이드-기타 혈당강하제 비교군 ▲ 세마글루타이드-SGLT2 억제제 비교군으로 나눠 분석했다. 세마글루타이드, 혈당강하제, SGLT2 억제제는 모두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다.
그 결과 세마글루타이드 신규 투여군은 기타 혈당강하제 투여군에 비해 성인발병 발작 발생 위험이 약 56% 낮았다.
SGLT2 억제제와 비교한 분석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의 발작 위험이 약 52% 낮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세마글루타이드가 체내에 오래 머물며 뇌 안으로 일부 도달하는 고유의 약리학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예방 전략이 제한적인 성인발병 발작 분야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윤혁 교수는 "성인발병 발작을 중장년기의 뇌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 연구"라며 "다만 관찰 연구인 만큼 향후 장기 추적 연구와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실제 예방 효과와 임상 적용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 공식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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