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상완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이 20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한국의 편액 – 세계유산의 공간에서 세계기록유산을 만나다' 순회전시를 개막했다.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일정에 맞춰 오는 29일까지 관람객을 맞이한다. 현재 부산 벡스코는 196개 협약국 대표단과 유네스코 관계자 3천여 명이 집결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세계유산 처마 아래 걸려 있던 세계기록유산 편액을 전시장 내부로 소환했다.
편액(扁額)은 건물 명칭을 새겨 처마 밑에 거는 현판을 지칭한다. 건물에 이름을 부여하는 작업은 공간에 고유한 철학을 심는 묵직한 의식이다. 목판 위에서 건축, 기록, 서예, 철학이 유기적으로 교차한다.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편액은 2016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에 등재되며 국제적 가치를 입증했다.
실물 전시 구역은 25점의 편액이 중심을 잡는다. 앞면 구역은 하회마을 옛집과 병산서원 편액 10점이 차지한다. 뒷면 구역은 도산서원 편액 12점이 촘촘하게 채운다. 서애 류성룡과 퇴계 이황이 주도한 조선 지성사 양대 산맥의 발자취를 단일 공간에서 확인한다. 퇴계 이황이 제자를 양성하던 '도산서당(陶山書堂)' 현판 등 3점은 투명 아크릴 타워 내부에 안착했다. 나무 고유의 결합과 글씨의 소담한 미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기획의 핵심은 공간적 제약의 영리한 극복이다. 세계유산 건축물은 땅에 고정되어 장소를 물리적으로 바꿀 수 없다. 내부에 결속되었던 기록유산은 벡스코 전시장으로 이동해 세계 각국 관람객과 정면으로 직면한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도산서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실물 편액의 웅장함을 마주한다. 세계유산 등재를 논의하기 위해 집결한 각국 대표단은 문서로만 접하던 한국 전통 유산을 현장에서 목도하게 된다.
전시 구성은 실물 유물과 현대 미디어아트의 입체적 결합을 꾀했다. 진입로에 설치된 3분 분량 몰입형 영상 콘텐츠는 임금이 하사한 명칭이 나무에 각인되어 도산서원에 걸리는 탄생 비화를 정밀하게 묘사한다. 동선을 따라가면 참여형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공간에서 시간과 마음으로 연결되는 편액의 궤적을 시각적으로 직조한다.
부대 행사 질량도 무겁다. 관람객이 직접 명칭을 고안하는 '나만의 편액 만들기', 캘리그라피 체험, 커스텀 티셔츠 제작, 스탬프 투어, 즉석 사진 촬영 코너인 '편액네컷'을 구축했다. 연령과 국적을 불문하고 전통 기록유산을 피부로 체감하도록 유도한다. 세계 각국 대표단은 한글과 한자를 조합해 명칭을 부여하는 조선 시대 명명 문화를 능동적으로 체험한다.
벡스코 기획전은 5월 청주 오스코, 6월 수원 스타필드 일정을 잇는 세 번째 기착지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민간 단위에서 전승된 전통기록유산 69만여 점을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 전문기관이다. 방대한 수집과 보존, 치밀한 연구 단계를 탈피해 수장고 내부 자산을 대중의 곁으로 되돌려주는 과감한 시도다. 순회전은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주 문화공판장 작당 문화팔레트를 거쳐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안동국제컨벤션센터로 무대를 연장한다.
뉴스컬처 이상완 prizewan2@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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