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가 맞물리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8%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은행권은 총량 규제를 이유로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으며, 대출 수요는 보험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92~7.56%로 집계됐다.
지난 5월 말(4.26~7.10%)과 비교하면 하단은 0.66%포인트, 상단은 0.46%포인트 상승했다.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같은 기간 4.207%에서 4.442%로 상승한 영향이 반영됐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오름세다. 현재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7~6.82% 수준으로, 코픽스(COFIX)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상단의 7% 진입도 임박한 상황이다.
정책금융 상품도 금리 인상을 피하지 못했다. 이달 아낌e보금자리론은 10년 만기(4.90%)를 제외한 15·20·30·40·50년 만기 금리가 모두 5%를 넘어섰다.
보금자리론 금리가 5%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 12월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과거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지원했던 정책대출의 금리 경쟁력도 이전보다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3년 6개월 만에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오는 8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경우 기준금리는 연 3.50%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3.50%였던 2023년 초에는 시중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8%에 도달한 바 있어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들은 연간 대출 총량을 맞추기 위해 가산금리를 높이고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신규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의 총량 규제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의 금융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수요는 보험사로 이동하고 있다.
주요 10개 생명·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6조5,852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조9,184억원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에도 대출 관리 강화를 요구했고, 보험업계는 지난 4월 약관대출 한도를 해약환급금의 95%에서 85%로 낮췄다.
하지만 감소세는 오래가지 않았고 이후 다시 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기타대출은 3조4,658억원 증가했다. 이는 은행들이 설정한 기타대출 증가 목표(1조924억원)의 약 3.2배에 달하는 규모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 거래량 증가와 분양 중도금 납부 수요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고, 신용대출도 5월과 6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52개월 만에 2%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총량 규제가 동시에 이어지는 만큼 하반기에도 대출금리 상승과 실수요자의 자금조달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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