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사람 맘 누구보다 잘 알아”…54세 윤명애 씨, 6명 살리고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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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 맘 누구보다 잘 알아”…54세 윤명애 씨, 6명 살리고 영면

경기일보 2026-07-23 10:07: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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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자 윤명애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기증자 윤명애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어릴 적부터 평생 뇌전증을 앓아온 5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밤하늘의 별이 됐다.

 

2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윤명애(54) 씨는 1일 고려대학교구로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폐와 간, 신장(양측), 안구(양측)를 6명에게 나누고 세상을 떠났다. 화상 환자 등을 위한 인체조직 중 피부도 함께 기증했다.

 

윤 씨는 지난달 27일 가족과 식사를 하던 중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서울에서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윤 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잦은 발작을 겪으며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혼자 외출하거나 직장을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고교 졸업 후 언니의 권유로 시작한 퀼트를 유일한 취미로 삼아왔다.

 

오랜 기간 질환을 앓으면서도 윤 씨는 아픈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리는 속 깊고 따뜻한 성품을 지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가 여러 차례 입원했을 때는 직장 생활로 바쁜 형제들을 대신해 묵묵히 병간호를 도맡기도 했다.

 

윤 씨의 가족들은 고인이 평소 자신처럼 아픈 이들을 각별히 걱정했던 만큼, 마지막 가는 길에 좋은 일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에 동의했다. 특히 가족들은 뇌전증 환자도 의료진의 판단을 거쳐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랐다.

 

고인의 맏언니는 “동생이 누군가의 몸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조금이라도 더 밖으로 나가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잔소리를 많이 해 자주 부딪치곤 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먼저 떠난 아버지 곁에서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자신도 오랜 시간 치료를 이어왔음에도 주변의 아픔을 살폈던 윤명애 님의 따뜻한 삶이 숭고한 생명 나눔으로 이어졌다”며 “힘든 이별의 순간에도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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