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美제재 한복판 선 中하얼빈공대…'우주굴기' 인재양성 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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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美제재 한복판 선 中하얼빈공대…'우주굴기' 인재양성 기지

연합뉴스 2026-07-23 10:00: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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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1단 회수 핵심기술 개발 참여…미래 과학자 키우는 또 다른 전장

항공우주전시관선 창정 운반 로켓, 창어 달 탐사선 등 우주개발 성과 소개

중국 하얼빈공대에 전시된 창정-1호 운반 로켓 중국 하얼빈공대에 전시된 창정-1호 운반 로켓

(하얼빈=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21일 중국 하얼빈공대에 전시된 창정-1호 운반 로켓 앞에서 어린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7.22.

(하얼빈=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지난 21일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시의 하얼빈공대(HIT).

교문을 들어서자 '창정(長征)-1호 운반 로켓(실물)'이라고 쓰인 안내판과 함께 '와진창궁'(臥震蒼穹·누워서 창공을 뒤흔들다)이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진 대형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비석 뒤편에는 중국 첫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 것과 같은 기종인 창정 1호 실물 운반 로켓이 길게 누운 채 전시돼 있었다.

1970년 4월 인공위성 둥팡훙(東方紅) 1호를 실어 올린 창정 1호는 중국 우주개발의 출발점으로,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우주굴기'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 대학이 자랑하는 5천500㎡ 규모의 항공우주전시관 안으로 들어서자 창정 계열 운반 로켓, 선저우 유인우주선, 톈궁 우주정거장, 창어 달 탐사선, 톈원 화성탐사선 등 중국의 우주개발 주요 성과가 한눈에 펼쳐졌다.

방학을 맞아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 관람객들은 다양한 로켓 모형과 우주복을 입은 우주인 모형 앞에서 차례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학생들은 로켓 추진 원리와 위성 구조를 배우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해설사들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느라 분주했다.

대학 관계자는 "주말이면 하루 평균 6천여명의 관람객이 전시관을 찾는다"며 "최근 들어 관람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하얼빈공대가 다시 주목받은 것은 중국 최초의 운반 로켓 1단 회수 임무에 핵심기술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중국 창정-10B 운반로켓 발사 중국 창정-10B 운반로켓 발사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10일 중국 남부 하이난 원창우주발사장에서 창정-10B 운반 로켓이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올린 뒤 1단 추진체를 분리했다.

추진체는 엔진을 다시 점화해 속도를 줄이며 바다 위 목표 지점으로 하강했고 대형 완충 그물 등에 의해 포획됐다.

중국은 이를 자국 최초의 대형 운반 로켓 1단 회수이자 세계 최초의 해상 그물 방식 회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발사체를 회수해 재사용하는 기술은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차세대 우주기술로, 미국 스페이스X가 상용화를 이끌며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꾼 분야다.

이 대학 연구진은 초고속으로 낙하하는 추진체를 안전하게 포획하고 회수 이후 자세를 안정시키는 장치, 자동 고정 시스템 등 핵심 모듈 개발에 참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연구진이 8년에 걸쳐 관련 기술을 개발해 복잡한 해상 환경에서도 추진체를 정밀하게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회수 임무는 하얼빈공대가 중국 우주개발의 핵심 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1920년 설립된 이 대학은 중국인민해방군과 연계해 무기·장비 개발 및 현대화를 지원하는 군사 대학을 칭하는 이른바 '국방칠자'(國防七子)를 대표하는 대학 가운데 하나다.

중국 항공우주기술 설명하는 하얼빈공대 왕뤄웨이 중국 항공우주기술 설명하는 하얼빈공대 왕뤄웨이

(하얼빈=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21일 중국 하얼빈공대 항공우주전시관에서 이 대학 교수 출신 왕뤄웨이가 중국의 항공우주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7.22.

항공우주·미사일·인공위성 등 전략 분야 인재를 꾸준히 배출하며 중국 우주 프로그램의 기반을 다져왔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하얼빈공대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기도 하다.

미국 상무부는 2020년 군사 기술 개발과 연계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외교정책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이 대학을 수출통제 명단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미국이 첨단 기술과 연구 협력을 차단하며 중국의 군사·우주 기술 발전을 견제하는 사이 중국은 대학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핵심 기술 자립과 인재 양성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항공우주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며 자체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학의 상징성은 외교 무대에서도 드러난다.

2024년 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 일정을 마친 뒤 1천200㎞ 떨어진 하얼빈을 찾아 이 대학을 방문하며 첨단기술 협력 의지를 과시했다.

하얼빈공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한 뒤 현재 항공우주전시관 해설사로 활동하는 왕뤄웨이는 "중국의 항공우주 기술은 상당한 발전을 이뤘지만 선진국과는 여전히 격차가 있다"며 "그 차이를 좁히려면 결국 지속적인 연구와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시관을 나서는 어린 학생들의 손에는 로켓 모형과 우주 기념품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실제 창정 1호 운반 로켓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미래의 우주인을 꿈꾸고 있었다.

미국은 첨단 기술 이전을 제한하며 중국의 기술 발전을 견제하고 중국은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차세대 과학자를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얼빈공대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연구실과 산업 현장을 넘어 대학 캠퍼스와 교육 현장, 미래 인재를 키우는 공간으로까지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장이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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