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은 몸에 새겨진다"…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신체적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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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몸에 새겨진다"…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신체적 고통

프레시안 2026-07-23 09:24: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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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몸에 흔적을 남긴다. 생물학적 인류학 연구들은 강렬한 부정적 경험들 가령 빚, 식수 불안정, 인종차별, 체중 낙인, 열악한 주거 환경, 젠더 기반 낙인 등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몸에 새겨지는지 오랫동안 추적해왔다. 그렇다면 임상적으로 진단되지는 않지만 매일 반복되는 통증, 피로, 메스꺼움 같은 일상적 신체 경험은 어떨까?

트랜스젠더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 연구는 그동안 주로 정신건강에 초점을 맞춰왔고, 신체 건강, 특히 진단명이 붙지 않는 통증이나 피로 등 일상적 증상이 낙인과 스트레스로 인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 그중에서도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의 경험은 트랜스 여성이나 트랜스 남성에 비해 특히 조명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분법적 젠더 규범 바깥에 위치한다는 것 자체가 시스젠더 규범성으로 인한 고유한 소수자 스트레스원이 된다는 점에서 이들의 지위는 독특하다.

오리건대학교 인류학과의 졸리 외 7인이 참여한 연구는 이 질문에 실증적으로 답한다(☞논문 바로가기: 건강과 몸의 경험 연구를 퀴어링하기: 트랜스젠더 회복탄력성 및 건강 사례 연구). 연구팀은 2019년 가을부터 2020년 봄까지 미국 4개 주(미시간, 네브래스카, 오리건, 테네시)에 거주하는 158명의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성인을 대상으로 수집한 '트랜스젠더 회복탄력성 및 건강 연구'의 베이스라인 설문 자료를 분석했다. 이 네 개 주는 조사 당시 트랜스젠더 관련 정책의 우호도가 서로 다르도록 의도적으로 선정되었다(오리건은 상대적으로 우호적, 미시간은 중간, 네브래스카와 테네시는 상대적으로 적대적).

연구팀은 '낙인(행동화된 낙인, enacted stigma)'과 '스트레스'가 '신체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낙인은 지난 1년 및 평생에 걸쳐 경험한 차별·거부·괴롭힘을 젠더 소수자 스트레스 척도로 측정했다. 스트레스는 지난 한 달간의 일반적인 삶의 스트레스를 의미한다. 신체 증상은 지난 4주간 통증, 피로, 메스꺼움 등 15가지 신체 증상으로 일상생활을 얼마나 방해받았는지 평가했다. 추가적인 조절변수로 회복탄력성과 가족, 친구, 선택가족 등으로부터의 사회적 지지를 함께 조사하고, 변수들을 바탕으로 상관분석과 조절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자의 거의 절반이 중간 또는 심각한 수준의 신체 증상을 겪고 있었다. 지난 1년 및 평생에 걸친 행동화된 낙인, 그리고 일반적 스트레스는 모두 신체 증상의 심각도와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는 신체 증상의 심각도를 낮추고 건강한 노화를 촉진하려면, 근본적으로 낙인과 스트레스 노출 자체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회복탄력성과 가족 지지는 도움이 되지만, 낙인의 해로움 자체를 막아주지는 못했다.

성소수자 특유의 스트레스, 즉 낙인과 일반적인 삶의 스트레스는 서로 구별되는 고유한 영향을 미친다. 이 두 요인은 신체 증상에 독립적으로 작용했으며, 어느 한 변수가 다른 변수의 효과를 대체하여 설명할 수 없었다. 한편, 연구팀은 이 연구가 측정한 일반적 스트레스가 실제로는 단순한 일상 스트레스만이 아니라, 신체적 자율성과 의료 접근성을 위협하는 반(反)트랜스젠더 입법과 사회적 적대감으로 인해 겪는 만연한 긴장과 불확실성을 함께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해석했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낙인 노출이 비슷해도 트랜스 여성이나 트랜스 남성 참여자들보다 더 심각한 신체 증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엄격한 젠더 이분법과 시스젠더 규범성이 젠더 정체성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몸에 새겨지기 때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분법적 젠더 범주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논바이너리 당사자에게 고유한 소수자 스트레스원이 된다는 것이다. 또,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가 유색인종일 때나 백인일 때 낙인과 스트레스 노출 빈도 자체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평생에 걸친 낙인이 신체 증상에 미치는 악영향은 유색인종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에게 더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인종차별, 시스젠더 규범성, 젠더 이분법 등 여러 억압 체계가 교차함에 따라 이들의 몸에 만성적인 마모가 쌓이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는 건강 연구에 '성소수자'라는 항목 혹은 변수 하나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 젠더와 섹슈얼리티 및 인종적 위치성을 분석틀 자체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 단순한 다양화를 넘어 기존의 정상성 가정 자체에 질문을 던지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정신건강과 진단된 질병을 넘어 일상적으로 체감되는 통증과 피로 같은 경험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제기한다. 특히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논의가 법적 성별 정정, 의료 접근 등 이분법적 성별 전환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의 비가시화 및 낙인의 경험은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려는 사회적 낙인은 결코 추상적인 관념에 머물지 않고, 가장 구체적인 신체의 고통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 서지정보

Jolly, D., Puckett, J. A., SturtzSreetharan, C., Armstrong, S. E., Hope, D. A., Mocarski, R., ... & DuBois, L. Z. (2025). Queering Studies of Health and Bodily Experience: An Example From the Transgender Resilience and Health Study. American Journal of Biological Anthropology, 188(4), e70183.

▲제26회 퀴어퍼레이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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